선생님 우리 선생님 - 분당대진고등학교 길형수 교사

지역내일 2013-08-12 (수정 2013-08-13 오전 12:35:18)


비선호 학교 전국 명문으로 올려놓은 숨은 주역




성남지역 평준화가 시행된 이후 가장 주목받는 학교 중의 하나가 바로 분당대진고다. 2013년 시도별 성적좋은 학교 경기도 10위, 언·수·외 상위권 비율 상위학교 경기도 5위, 2010~2012년 일반고 수능 최상위권 서울대 진학률 전국 8위 등 수많은 신화를 써내려 가면서 분당대진고는 전국적인 명문고로 수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분당지역 중위권에서 전국적인 명문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분당대진고에서 8년째 진학지도를 맡아 오고 있는 길형수 교사. 그가 분당대진고를 명문고의 반열에 올려놓은 숨은 주역이라는데에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학교에 대한 믿음 주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하는 것이 학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대학진학률은 그 대표적인 결과물일 터. 입시는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있는 학교의 커리큘럼, 교사의 열정, 학생과의 호흡 등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길 교사는 말한다.
“분당 신도시 조성된 직후인 1994년에 개교한 분당대진고는 당시만 해도 분당지역 고교 중에서 7~8번째쯤 되는 중·하위권 학교였어요. 그 때만 해도 사립고교에 대한 불신이 컸었고, 비교적 뒤 늦게 개교한 터라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분당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학교는 부단한 노력을 이어갔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해 교사들은 무엇보다 교과연구와 학습지도를 강화했다.
“그렇게 5~6년 뼈를 깎는 노력 끝에 98년에 4명의 서울대와 의예과 합격생을 배출해 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진학률은 꾸준히 상승했죠. 2002년 평준화가 시행되면서 일정비율 우수학생을 받을 수 있었고, 비교적 안정적인 진학지도가 가능해졌습니다.”




입시지도는 학생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막중한 일

조건이 비슷하다고 해서 모든 학교가 좋은 결과를 낸 것은 아니다. 분당대진고가 남달랐던 것은 차별화된 교육과정과 확실한 입시전략이었다.
“우수한 학생들이 많아도 관리가 안되면 결과를 낼 수 없어요. 늘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죠. 학생 한명 한명의 특징과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변화하는 입시를 연구해야 최적의 입시전략을 세울 수 있으니까요.”
학교의 진학지도를 총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 교사는 이제껏 담임을 한번도 놓은 적이 없다. 학생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맡고 있는 모든 학생들은 수시로 개별상담을 하고, 진로에 맞는 학습전략도 전수해 준다는 길 교사다.
“입시정보는 넘치게 많지만 막상 우리 학생들을 만나보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그점이 안타까워 아이들과 대화의 문을 늘 열어놓습니다. 정기고사와 모의고사 결과를 가지고 개별상담을 하면서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방향을 찾아갑니다. 하나라도 필요한 정보를 주기 위해죠. ”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학부모와의 소통에 힘써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교 그리고 학부모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길 교사는 생각한다. 매 분기마다 학년별로 학부모 대상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는 이유다. 자료를 만들고 설명회를 진행하는 것도 길 교사의 몫.
“지금 입시는 2~3년이 걸려요. 보통 1학년때는 진로와 관련한 밑그림을 그리고, 2학년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시기입니다. 3학년은 길어야 8개월 남짓이죠. 이 시간은 학업을 끌어 올리는데 집중해야합니다.”
3학년만 11년째 맡고 있다보니 3학년 학생들이 매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확실하게 보인다는 길 교사다. 심리적인 압박과 불안, 두려움이 교차할 수밖에 없으므로 무엇보다 슬기롭게 끝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정서적인 면에 신경 쓴다.
“3학년은 사실상 8개월 정도 밖에 안되요. 수시전형을 생각하면 그 보다 짧죠. 모의고사, 수능, 내신, 비교과 활동 등 그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죠.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붙들어주는 것 또한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픈 손가락’ 없도록 교사로서의 책임감 다할 터
10년 넘게 진학지도를 해온 있는 베테랑 교사임에도 학생들을 대할 때 그는 아직도 떨린다. 학년마다 그 떨림의 색깔은 조금씩 다르다고 길 교사는 말한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1학년은 순수한 떨림이라면 2학년은 비교적 무덤덤한 떨림. 그리고 3학년은 무거운 책임감에서 오는 떨림이랄까요? 이렇게 3년 동안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다보면 교사는 참 힘들지만 보람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명학원 최고 인기 영어강사였던 그가 18년 전 학교로 옮긴 이유는 제자가 그리워서다. 지식 전달자보다는 의미있는 교육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졸업과 동시에 그의 품을 떠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것이 늘 편치 만은 않은 그다.
“매년 졸업 때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보다 입시에서 고배를 마신 아이들이 더 눈에 밟히거든요. 저에겐 아픈 손가락이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한 아이들을 볼 때는 더욱 그래요. 입시는 늘 상위권 학생들에게 맞춰져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성적과 별개로 다양한 경쟁력을 가진 학생들이 많아요. 이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길을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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