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박일호 일기·박재동 엮음
펴낸 곳 : 돌베개
값 : 15,000원
“미래의 희망과 청춘의 발랄한 혈기로 넓은 거리를 좁다는 듯 활보하는 20대, 이는 과연 살아 있는 힘이라 할까? 약동의 물결이라 하겠다. 만약 젊음이 없다면 이 세상은 빛을 잃은 보석이라 할 것이다.”
“부를 싫어할 자 없겠지만 어떻게 돈을 잘 쓰느냐가 문제인 것이고, 부자로 살아가면서 자기 삶을 다스리지 못하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부는 인생을 살찌게 하는 반면, 인생을 망치는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애틋한 부정(父情)이 담긴 ‘아버지의 일기장’
『아버지의 일기장』은 박재동 화백의 아버지 박일호 님이 1971년부터 1989년까지 기록한 진솔한 일기를 박 화백이 엮어낸 책이다. 일기장에는 30세에 얻은 폐결핵과 간경화로 교사직을 그만두고 인생의 절반을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자식들 교육에 헌신하며 진실한 삶을 살다 가신 한 아버지의 내면이 담겨 있다.
존중받던 교사직을 그만두고 자식들과 살아가기 위해 당시 사회에서 천대받던 만홧가게 운영과 풀빵, 떡볶이, 오뎅, 빙수 장사를 하며 근근이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늘 자신의 신조인 ‘생각하는 삶’을 실천하며 사셨던 분의 이야기이다.
만홧가게와 분식집 운영에 얽힌 이야기, 자식에 대한 기대와 걱정, 자신의 병고와 아내에 대한 감사와 연민 등이 일기 내용의 대부분이지만, 그 사이사이 시국에 대한 걱정과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등도 언급하고 있다. 꼼꼼하게 물건 값을 적어놓은 부분은 그 시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고, 학교 앞 떡볶이집 풍경의 묘사는 가물가물한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박 화백은 요즘도 강연을 할 때 “지금 천한 것이 영원히 천한 것이 아니다. 천한 것 속에는 귀한 것의 싹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당대 최고의 시사만평가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고, 그의 그림 속 날카로운 풍자와 따뜻한 감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오롯이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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