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고등수학(하), 문/이과 선택의 기준

지역내일 2013-07-02

고등학교에 와서 두 번째 내신시험을 치렀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중학교 때에 비해 고등학교 수학에 훨씬 어려움을 느꼈을 겁니다. 물론 어떤 학생들은 고등학교 수학 시험을 무리 없이 소화했을 텐데, 이유는 입학 전에 이미 고등 1학년 과정의 선행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익숙함은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학기에 배우는 고등수학(하)는 익숙해질 정도로 공부할 시간도 없었을 것이며, 또한 도형과 그래프를 다루는 단원이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지도 않습니다. 학생과 상담을 하다보면, 고1 1학기 때에는 내신과 모의고사 점수가 좋았다가 2학기에 한 등급이상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런 결과는 2학년을 준비하는 문/이과 선택의 기로에서 학생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물론 현재 교육과정상 문/이과를 나누지는 않습니다. 단지 국/영/수에서는 A/B형을 선택하고, 탐구는 사탐과 과탐 중 선택하는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편의상 문/이과를 구분합니다.)


  고1 2학기 과정은 위에서도 말씀드린 것과 같이 도형과 그래프를 주로 다룹니다. 고등수학(상)이 주로 계산과 단순 유형들 위주라면 고등수학(하)는 주어진 문제의 상황을 도형이나 그래프로 표현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기에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모델링의 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하므로 문제풀이의 단계가 늘어납니다. 이때쯤 되면 선행학습의 효과도 많이 희석되어 있습니다. 이제부터 진정한 승부가 시작됩니다. 수학을 잘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 따위는 없습니다. 단지 ‘누가 더 집요한가?’, ‘누가 더 성실한가?’, ‘누가 더 밀도 있게 학습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단순하지만 이런 우직한 학습만이 고등수학뿐만 아니라 이후 수학공부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길입니다. 


  고등수학(하)에서 학습 성취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면 이과를 선택하려고 했던 학생이라도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과 수학에서의 양은 1학년 때보다 당연히 방대해 질 것이므로 고등수학(하)의 난이도와 공부의 양을 극복하기 어렵다면 이과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무척 낮을 겁니다. 물론 수학적 센스, 호감도 등도 이과를 선택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1학년 2학기 때 진행됐던 과정을 집요한 태도로 소화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있는 학생이 이과 수학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학 상위등급 학생들만 이과를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현재 입시 상황에서는 문/이과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 수학이긴 하지만 단순히 수학으로만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국/영/수/탐구 모든 과목의 점수를 보면서 유불리를 따져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정시에서는 상위권 학생이 아니라면 이과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서울권 대학의 문이과 정원은 비슷한데 문과생이 이과생에 비해 3배 정도 많습니다. 때문에 인서울 진입 커트라인이 문과는 국영수 평균 2등급, 이과는 3등급 정도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문/이과 선택의 기로에서 최악의 선택은 “국어/사회가 싫어서 이과를 선택했어요”와 같이 어떤 과목이 그냥 싫어서 선택하는 경우와 황당하게도 “남자라면 이과죠”하는 ‘묻지마’ 선택입니다. 웃고 넘기는 얘기면 좋겠지만 2학년 학생들 중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문/이과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입시 상황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는 한 대학입시에서 문/이과 선택의 기준은 상당히 과학적이고 분석적이어야 합니다. 우선 학부모와 학생과의 대화가 많이 필요합니다. 진로에 대한 얘기도 좋고, 공부에 대한 얘기, 생활에 대한 얘기도 좋습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나 멘토(반드시 입시에 대한 지식이 충분한 사람이어야 합니다)로 삼을 수 있는 지인과의 상담은 필수입니다.


  문과 이과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할 사항은 무척 많습니다. 하지만 입시적인 측면에서만 보았을 때는 이과 수학을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다시 언급하지만, 현재 입시에서 문/이과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1학년 2학기 과정 중 고등수학(하)입니다. 이 번 여름 방학동안의 고등수학(하)의 학습의 상태, 그리고 이후 성취도가 문/이과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과든 문과든 학습에서의 집요함과 꾸준함은 있어야겠지만, 만약 이과를 선택하신다면 대단한 각오를 하고 가을을 준비해야 합니다.

김용운1김용운 수학 원장
GOS에듀 국·수 전문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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