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선생님

세화고등학교 이헌영 교사

“얘들아, 나를 보며 희망을 가지렴”

지역내일 2013-07-01

교사는 학생의 롤 모델이다. 단지 지식을 전달하고 학업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성공을 부르짖기보다는 좌절과 방황을 딛고 일어났던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낸다. 남보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반드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선생님. 세화고등학교 이헌영 교사의 이야기다. 

세화 이헌영


삶의 시행착오, 나를 보며 이겨내길
과학을 담당하고 있는 이헌영 교사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생물교육학을 전공했다.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명문대 출신 선생님이라는 ‘모범적인 꼬리표’가 오히려 자신의 삶에 독이 될 수 있음을 늘 경계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집안분위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다들 제가 교직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교직과 전혀 거리가 먼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첫 학교는 한 달 만에 자퇴했고, 두 번째 학교에서는 부적응 대학생일 뿐이었죠. 그게 저의 치부이지만 반대로 학생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로서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밝히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SKY대에 낙방한 뒤 인 서울 외 지역에 있는 대학교의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했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대학시절을 보냈다. 자신이 좋아하는 생명과학 분야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전공과목은 여전히 뒷전인 채 겉도는 대학생활을 했던 그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우연찮은 기회에 찾아온 깨달음은 다름 아닌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였다.
“제가 가르치던 학생들이 차츰 성적이 오르고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 역시 학생들과 입시를 준비하며 공부했고 뒤늦게 수능을 치러 서울대 사범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때 나이 20대 중반, 친구들이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할 시기에 시작한 첫 출발이었다.


학생에겐 들어주는 교사가 필요하다
이헌영 교사는 오히려 이러한 과거가 학생들에게 더 큰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완벽해 보이는 선생님도 실은 뼈아픈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이유이다. 지금 현재 좌절하고 있다면 나 또한 그랬고 보란 듯 이겨냈음을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8반 급훈은 ‘preparedness+opportunity=luck’이다. ‘준비+기회=행운(좋은 운)’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교직의 길로 들어선 뒤 그는 또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소대장으로 군 복무하며 습득된 ‘일방적인 명령조’는 첫 교단에서 여러모로 독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제 얘기만 할 뿐 학생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소통하지 못하니 결국 독불장군이 될 수밖에 없었죠. ‘듣는 교사가 되지 않으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의 말조차 들을 수 없겠구나’하는 깨달음을 그때 얻었습니다.”
이후 그는 매월 한 번씩 학생들의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가벼운 설문지 형태로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 학교생활에 대해 가감 없이 들으며 한 명 한 명의 말에 귀 기울인다. 아직도 듣는 선생님이 되려면 멀었다고 말하는 이헌영 교사. 삶의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나 교사가 되었지만 ‘더 나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행복한 체험하는 교육 현장 만들고파
이헌영 교사가 가르치는 교과 중 생명과학 분야는 학생들이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단원이다. 내용이 어렵기도 하지만 암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이다. 호기심을 자극해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재미난 수업방식’도, 생태에 대해 궁금해 하는 학생들을 이끌고 직접 ‘반포천 생태조사’를 감행했던 것도,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이 역시 행복한 교육현장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교단에서 이루고픈 꿈에 대해 물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나 저조한 학생이나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을 하고 싶어요. 또한 누구나 행복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행복감을 얻고 교과 이외에 자기 삶의 이유를 찾아가도록 도와주면 그것보다 뜻 깊은 일은 없겠지요.”
쉬는 시간, 8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왔다. 말수 적은 사춘기 남학생들이지만 담임선생님에 대한 관심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학생들. 그들의 학교 일상에서 행복한 교육현장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때론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멘토로, 때론 친근한 형처럼 학생에게 다가서는 이헌영 교사. 그에게 학생들은 오히려 방황하던 자신의 삶에 나침반이 되어준 인생 최고의 행운일지도 모른다.
“어이, 복덩어리들. 빨리 다음 수업 들어가야지? 가자, 좀~!”
배시시 웃으며 응수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이헌영 교사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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