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코스모폴리스’

가속화된 기술 사회와 금융자본의 허상

지역내일 2013-07-01

뉴욕 출신의 작가 돈 드릴로가 2003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코스모폴리스’가 6월 27일 국내 개봉됐다. 2012년 칸 영화제에 출품된 ‘코스모폴리스’는 현대의 코스모스와 같은 글로벌도시 뉴욕에서 갑자기 맞게 된 경제공황 이후, 금융자본이 만들어낸 한 영웅이 겪게 되는 미궁 속의 하루를 그리고 있다.  

영화1


리무진 안과 밖의 상반된 두 공간
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뉴욕의 최연소 거물 투자가 에릭 파커(로버트 패틴슨)의 하루는 뉴욕 도심의 초호화 리무진에서 시작된다. 천재적인 두뇌로 억만장자가 된 그는 성공강박증에 시달리며 공적, 사적인 모든 관계자들을 리무진 안에서 만난다. 계획된 시간에 맞춰 회계전문가, 투자전문가, 경제학자, 큐레이터, 심지어 건강검진 전담 의사까지 리무진으로 찾아온다. 리무진 안은 첨단 컴퓨터 장비부터 생리현상을 해결할 장비까지 질서정연하게 갖춰져 있고, 리무진 주변은 충직한 보디가드들이 에워싸 철저히 그를 경호한다.
리무진 밖은 갑작스럽게 맞은 공황으로 무질서하게 변해버린 뉴욕 맨해튼의 한복판이다. 반 글로벌 시위대의 과격시위로 도시는 위험천만인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대통령의 뉴욕 방문과 유명 연예인의 장례 행렬 등이 더해져 도시는 더욱 복잡해진다. 더구나 시민들은 공황의 근원으로 에릭을 지목한다. 옴짝달싹하기 힘든 교통체증 속에서 거대한 호화 리무진에 몸을 싣고 도심을 가로질러 머리를 손질하러 가는 에릭, 그는 그런 고집스런 행동으로 위안화 폭락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현실을 애써 부정한다. 

영화2


로버트 패틴슨, 뱀파이어에서 완벽한 냉소주의자로 변신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우리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뱀파이어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로버트 패틴슨이 ‘코스모폴리스’에서 완벽주의 천재 투자가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코스모폴리스’에서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뉴욕이 배경이긴 하지만 영화 속 대부분의 배경은 초호화 리무진의 내부공간이다. 그 좁은 공간에서 그는 엄청난 연기 집중력을 보여준다. 줄리엣 비노쉬, 폴 지아마티 등 뛰어난 조연들이 있지만 모든 장면이 에릭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리무진 안에서 뉴욕의 자본을 조종하는 그의 모습은 완벽한 냉소주의자의 이미지와 이면에 불안증을 겪고 있는 나약한 인간의 이미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파산의 현실 앞에서도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할 교회의 예술품을 홀로 소유하려는 욕망을 드러내고, 리무진 안에서 큐레이터, 보디가드와 강렬한 정사를 나누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또 다른 자본의 화신인 아내에게서 갈구한다. 또한 자신의 몸을 끔찍하게 염려하며 매일 건강검진을 받지만 전립선의 불균형 속에서 살아간다. 마치 그가 주무르는 천문학적인 자본이 거대한 불균형을 초래한 것처럼.


비뚤어진 거대 자본에 대한 경고
영화 ‘코스모폴리스’는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상영되면서 ‘세계의 미래를 예언한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작가 돈 드릴로는 이미 2003년에 동명소설에서 가속화된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돌아가는 비뚤어진 거대 자본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리고 그 경고는 1차적으로 2008년 금융 산업이 만들어낸 세계경제위기로 나타났다. 공적손실을 바탕으로 한 거대한 사적 이익, 정치권과 학계, 금융계가 함께 결탁한 금융 부패는 더 큰 빈부격차를 유발시켰다. 엔지니어들이 다리를 만든다면 금융엔지니어들은 꿈을 만든다. 그런데, 그 꿈이 악몽으로 바뀌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올 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블록버스터와 공포영화도 좋겠지만, 세상의 깊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쉽지 않지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영화, ‘코스모폴리스’를 추천해본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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