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선생님 - 대덕중학교 송승남 교사

지역내일 2013-07-01 (수정 2013-07-01 오전 10:23:16)


천방지축 사춘기 아이들 축구로 길들이기 


주5일제 시행으로 대부분의 학교가 조용한 토요일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죽전에 있는 대덕중학교 운동장은 토요일 오전이 일주일 중에서 가장 활기차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대신 학교 운동장으로 출근하는 대덕중학교 송승남 교사와 축구부 학생들의 연습이 한창이기 때문. 선도처분을 받은 학생을 비롯해 축구에 소질이 있거나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을 모아 송 교사가 결성한 대덕중 축구동아리는 작년에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아름다운 결실은 대덕중학교를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포츠 정신이 사람을 바꾼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과의 불협화음이 절정에 이른다는 중학교 시기. 이런 아이들에게 열중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아주는 것이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 송 교사가 축구동아리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어른들은 규칙을 잘 준수하는 학생을 가장 좋아하지만, 천명의 학생이 있으면 천 가지의 성격과 기질이 있기에 그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해야한다고 송 교사는 말한다.
“어느 학교든 야단 맞는 학생들은 있게 마련이에요. 사실 처음 축구부는 수업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벌점이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도프로그램의 일종으로 기획한 것인데, 지금은 다릅니다. 누구보다 젠틀하고 열정적인 학생들로 바뀌었거든요. 학교에 오기 그렇게  싫어하던 아이들이 축구교실에 빠지는 일은 거의 없어요. 우리 아이들은 축구를 할 수 없는 비오는 토요일을 제일 싫어한답니다. 토요일임에도 이른 아침부터 학교에 나와 누구보다 열심히 공을 차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예쁘고 대견할 수가 없습니다.”


열중할 수 있는 축구가 있어 성적도 올라
사춘기 아이들이 곧잘 게임에 빠지거나 일탈을 일삼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 무언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열정이 넘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국영수 공부를 통해서만 길을 찾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편협성이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잠재력과 열정을 잠식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입학할 때 상위권이었지만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며 성적도 곤두박질쳤고, 부모님과 심하게 갈등을 겪던 아이가 있어요. 이 아이를 축구부에 데려왔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밝은 성격에 책임감도 강해졌어요. 물론 성적도 다시 상위권으로 회복했고요. 또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데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고민하던 한 아이도 축구를 하면서 오히려 성적이 올랐어요. 부모님도 대만족이시죠.”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오고 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만지기 일쑤인 이른바 ‘문제아’로 구분되던 아이들이 지금은 가장 먼저 등교하는 학생이 되었고 수업태도로 좋아졌다. 송 교사는 스포츠도 공부와 마찬가지로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이고 이를 이겨 낸 학생들이기에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공은 둥글기에 차는대로 정직하게 굴러간다!

축구부에 빠지지 않으려면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것도, 게임하고 싶은 것도 물리쳐야 해요. 또 축구를 하다보면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은데 이것을 이겨내면서 아이들은 인내의 결과가 얼마나 달콤한지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바뀌자 학교분위기가 달라졌고 교실마다 수업분위기도 좋아졌다고 이 학교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교장교감 선생님을 비롯해 학부모까지도 축구부에 대한 지원과 성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작은 동아리에서 시작했지만 작년에는 용인시장 및 교육장배 중학교 축구대회에서 3위를 했고, 용인시스포츠클럽 대회 본선에 진출하는 등의 작은 결실도 맺었답니다. 축구를 통해진로를 찾고, 개념과 인성을 반듯하게 세워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가 이 프로그램을 놓치 못하는 이유가 됐습니다. 가끔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루도 쉴 수가 없어요.”
아이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는 그 자신이 워낙 축구를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라고 겸손해 하는 송 교사. 무거운 책임감이 아닌 아이들과 ‘논다’는 생각으로 자신도 즐기는 중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이들에게 친구같은 멘토역할 할 수 있어 행복
송 교사는 ‘문제는 있지만 문제아이들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존중받는 만큼 상대방을 존중하더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안이 시행되면서 우리 아이들의 방종과 방만을 염려하는 시선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요. 성장기에 어른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인격이 형성됩니다. 선생님이 혹은 부모님이 자신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아이들은 절대 어긋나지 않는 것 같아요. 끊임없이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암시를 주어야 합니다.”
축구부 아이들을 자식처럼 여기는 송 교사는 아이들과 수시로 진로에 대한 개별상담도 하고 있다. 아이들과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속내도 얘기하게 되더라고 말하는 송 교사다.
“겉으로 아무 생각이 없어보이는 아이들도 들여다보면 성적부터 시작해 진로까지 걱정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길을 안내에 주는 멘토가 되어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교육자로서 무엇보다 큰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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