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없이 꼽을 수 있는 인류의 위대한 스승은 누구일까요? 저는 석가(부처)와 공자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사상이 수천 년 이어져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인도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사상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어려운 사상이 그들 당대에 끝나지 않고 면면이 전수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바로 종지를 이해한 훌륭한 제자들의, 제자들의,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어려운 것이 많은 제자들에게 제대로 전수된 비결이 무엇일까요? 저는 그 비결이 바로 맞춤코칭[대기설법, 対機説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석가의 500 나한 중 한 사람인 출라판타카는 몹시 머리가 나쁜 제자였습니다. 출가 후 3년 동안 게송 한 수도 외우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같이 수도하던 친형이 "너는 가망이 없으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자 출라판타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며 서 있었습니다. 이를 본 석가는 빗자루를 쥐어주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이 빗자루로 먼지를 털리라. 때를 없애리라’고 되풀이해서 외워라.”
출라판타카는 왜 시키는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날마다 이 말을 외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기특하게도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먼지란 뭐지?” 그러나 보통 머리 사람도 어려운데 머리 나쁜 그에게 하루아침에 깨달아질 진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출라판타카는 매일 빗자루를 들 때마다 석가가 해준 말을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던 어느 날 “먼지란 마음의 먼지, 때란 마음의 때가 아닌가. 이걸 털고 없애는 게 수행 아닌가. 인간 세상의 미혹은 때다. 지혜는 바로 마음의 빗자루다. 내가 지금 지혜의 빗자루로 어리석은 내 미혹을 쓸어 버리리라."라고 퍼뜩 깨달았답니다. 석가는 출라판타카를 칭찬하고 다른 스님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임명했다고 합니다.
울고 있는 촐라판타카를 보면서 석가는 어떤 생각을 떠올렸을까요? 부처니까 응당 위로해주고 싶다는 자비심이 들었을까요? 또는 ‘저 놈을 데려다가 더 혹독하게 가르쳐야겠다.’라는 선생 본능(?)이 발동했을까요? 아마 그 대신 ‘촐라판타카는 머리가 나쁘다. 위로도 혹독한 가르침도 저 애가 수행정진 하는데 아무런 득이 안 될 것이다. 대신 구도의 의지와 끈기는 그 누구보다도 강한 것 같으니까 그의 능력에 맞게 과제를 내주고 기다려보자.’라고 생각했겠지요? 그러니 촐라판타카에게 단 두 구절만 외우게 하는 안성맞춤 방편을 낸 게 아닐까요? 스승의 이러한 맞춤코칭 덕으로 촐라판타카는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병에 따라 약을 주듯이[응병여약(応病与薬)] 제자의 근기[능력]에 맞춰 가르치는 대기설법이라는 맞춤코칭은 그 어려운 불법(仏法)도 제자들에게 올곧게 전수할 수 있던 석가의 특기였습니다. 석가는 능수능란한 교사였던 셈이지요.
이러한 대기설법이라는 맞춤코칭을 능숙하게 썼던 또 다른 선생이 바로 공자입니다. 논어에 나오는 한 구절을 보겠습니다.
자로가 “(좋은 말을) 들으면 곧바로 실천해야 합니까?” 하고 여쭈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 형제가 있는데 어찌 듣는 대로 곧 행하겠느냐?”
염유가 “(좋은 말을) 들으면 곧바로 실천해야 합니까?” 하고 여쭈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들으면 곧바로 행해야 한다.”
공서화가 여쭈었다. “자로가 물었을 때는 부형이 계신다고 (곧 행하지 말라) 하셨고 염유가 물었을 때는 들으면 (곧바로) 실행해야 한다고 대답하시니 저는 의문이 생겨 감히 묻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염유는 소극적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한 것이고, 자로는 남을 이기려 하기 때문에 물러서도록 한 것이다.”
『논어』 「선진」 21
공교육이나 사교육 모두 붕어빵 식 교육이라는 지탄을 받아온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소수정예’, ‘1:1 맞춤 교육’이라는 말이 학원가에서는 유행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실상을 살펴보면 겉모습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붕어빵 식 강단 교육법 그대로입니다. 아이의 특성과 능력을 면밀히 따져 그에 맞는 교육법을 찾으려는 선행노력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석가와 공자가 위대한 스승이 되었던 이유 중 하나가 훌륭한 맞춤코칭 교사였다는 점을 늘 명심하면서 오늘도 아이들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 학원 선생님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딱딱하게 굳은 뇌를 가진 교육 종사자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며 석가의 일화 한편을 소개하고 글을 마칩니다.
석가 당시에 어느 여인이 찾아와서 자기 남편에 대해 하소연을 하였다.
"우리 남편은 술을 좋아하는데 술을 안 마시면 일도 하지 않고 불평하고 성내고 하여 가정이 불안한데, 술을 마시는 날은 웃고 일도 잘 하고 아이들에게도 너그럽고 자상한 아버지가 됩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오계(五戒)를 주시며 술 마시지 말라 하셨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석가는 "그럼 너희 남편은 술 마시는걸 계율로 삼아라."하셨다.
글 : 청암학원 설승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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