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을 가족들이 편히 살려고 짓는 것이 아니라 모시려고 짓는 사람들도 있다.
나무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중에는 살면서, 집을 짓는데 쓰인 나무가 갈라진다든가 아니면 자재의 이음새가 벌어진다든가 하는 것에 매우 예민해 한다. 나무는 갈라지게 돼 있고 이어붙인 부분에는 자국이 남게 된다. 시공업체들 중에는 집을 짓고 난 후 건축주와 이런 이유로 다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무는 당연히 갈라지는 것이니 이해를 해야 한다며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시공업체들도 많다.
나무집을 짓고 살면서 나무가 갈라지고 이어붙인 부분에 자국이 생기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시멘트와 아파트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거기에 집을 편안한 공간으로 대하지 못하고 잘 지켜내야 하는 공간으로 여기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전원주택을 짓는 데 사용하는 자재는 자연친화적인 소재가 많다. 나무를 쓰고 황토도 사용한다. 시멘트와 같이 단단하고 반듯하게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좀 거칠고 불규칙하다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어야 나무집이나 황토집에 살 수 있고 전원생활도 편하게 할 수 있다. 또 사용하면 당연히 닳고 망가지는 것을 이해할 여두도 있어야 한다. 집은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좋은 집이다.
어떤 이들은 집을 편히 살기 위해 지은 것인지, 모시고 살려는 것인지를 착각하게 한다. 비싼 집을 지은 사람들 중에는 모시고 살려 집을 지은 사람들이 많다.
나무가 갈라지거나 틈이 생기는 것도 못 견뎌하고, 벽에 못 하나 박는 것도 두렵다. 비뚤어지면 바로 고치거나 새 것으로 갈아야 하고 금방이라도 그 집이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 사는 사람들도 있다.
집은 가족들의 손때가 묻고 가족들의 생활 흔적이 배어 있어야 진정한 집이다. 모셔두고 쳐다만 본다면 집이 아니다. 집을 지어 서랍 속에 넣어두지 말고 구석구석 닳을 때까지 가족들이 편하게 살아야 한다. 살면서 마루 바닥이 긁혀도 마음이 편하고, 벽에 김치국물로 자국이 생겨도 덜 아깝고, 나무에 금이 가도 속상하지 않는 그런 집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이다. 친구들이 놀러와서 막걸리 자국을 남겨도 좋고 손자들이 놀다 벽에 흠집을 내도 마음 편하게 넘어갈 수 있는 집이 편한 집이다.
어디 하나 망가질까봐 늘 조마조마 해 한다면 그것은 모시고 사는 집이다. 가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집, 그런 전원주택을 지어야 한다.
김경래 리포터 oksigol@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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