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중학교 배정 방법을 바꿔야 한다

지역내일 2013-08-07
신동원 서울 휘문고 교감

현 정부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했다. 그러나 중3과 고2 학생은 지난 6월25일 국어, 영어, 수학 등 3개 과목의 시험을 치렀다. 중 3학생 61만, 고2학생 50만 여 명이 응시를 했다.

중학교는 종전 5개 과목에서 국어, 영어, 수학 등 3개 과목으로 평가과목 수가 축소됐다. 평가결과는 우수·보통·기초·기초학력 미달 등 교과별 4단계로 평가해 8월 말 경에 개별 통지된다. 학교별 응시현황과 성취수준 비율 등은 11월에 학교 알리미 사이트(www.schoolinfo.go.kr)에 공시된다.

학교 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되면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고등학교와 중학교가 한 줄로 서열이 매겨지고, 언론이나 인터넷에서는 '전국 중고등학교 순위', '지역 중고등학교 순위'가 나돌게 된다.

학부모는 이를 기준으로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평가하기도 하고, 자녀가 진학할 학교를 고르기도 한다.

성취도 평가는 2008년에 종전의 3~5% 표집집단 평가방식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평가 범위를 확대했다. 당연히 모든 학생의 성적이 통계에 잡히고, 이 통계 결과로 학교의 서열이 자연스럽게 매겨지는 것이다. 각 지역별로, 지역 내에서 학교별로 분명한 성적서열이 생기는 것이다.

전년도 평가결과를 검색해보니 같은 기초자치단체에 속하여 학교 간 거리가 수 km도 되지 않는데도 보통학력 이상인 학생의 비율이 97%인 중학교도 있고, 71%인 학교도 있다.

같은 동에 위치한 학교인데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중학교는 90% 대이고, 길 건너 일반 주택가에 있는 중학교는 60% 대이다. 같은 자치구 내에서도 동별로 성적 수준이 다르고, 같은 동에서도 아파트 별로 성적 순위가 다르다.

학교별로 분명한 성적 서열 생겨
이 서열은 아파트 가격이나 전세가와 큰 차이 없이 비례한다. 중학교 배정 방식이 근거리 원칙에 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A중학교에서 가고 싶으면 A중학교에 가까운 동네로 이사 가면된다. 그러다 보니 성적이 좋은 중학교 주변의 전세와 주택 가격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턱없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서울 지역의 강남구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용산구 이촌동 등이 부동산 가격에 중학교 가치까지 매겨진 지역이다.

현재 중학교는 다양하게 특성화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남녀 공학인 중학교도 있고, 여자나 남자중학교도 있다.

교육과정이 똑 같다고 해도 공립중학교와 사립중학교의 내부 분위기는 크게 차이난다. 선택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마다 특징이 다르다.

게다가 각 교과 시간의 20%범위 내에서 증감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중학교도 다양하게 특성화된다.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면서 축구를 잘하는 학교도 있고, 농구를 잘하는 학교도 있다.

방과후학교도 마찬가지로 예체능으로 활성화된 학교가 있고, 영어나 수학으로 활성화된 학교도 있다. 정부가 계획 중인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면 중학교는 더욱 더 특성화될 것이다.

이렇게 중학교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되고 있는데, 서울의 중학교 배정 방식은 경직되어 있다.

가고 싶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반대로 가기 싫은 중학교를 피하기 위해서는 주거지 이전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즉 이사 갈 돈이 있어야 중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학생이 선택할 기회 여러번 줘야
서울의 중학교 배정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초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중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고등학교 배정 방식과 같이 단계별로 나누어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다. 정부에서 지정해준 중학교에서 군말 없이 무조건 공부하는 것이 의무교육인가? 국가가 책임을 지고 교육시키는 것이 의무교육이다. 의무는 국가에게 있는 것이지 학부모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의무교육이라 하여 수요자를 위한 개혁은 뒷전으로 밀리고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해서는 절대 아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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