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박물관

과천에서 다시 태어나다

지역내일 2013-06-19

추사 김정희는 국사 교과서와 미술 교과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위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김정희 하면 ‘추사체’와 ‘세한도’라는 단편적인 지식 외에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6월 3일, 과천에 추사 박물관이 개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 추사를 기념하는 공간이 인근에 건립된 점만으로도 반갑다.



추사의 생애와 학예에 대해 알 수 있는 곳
추사박물관은 크게 추사의 생애에 대해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는 2층과 학문·예술을 주제별로 구분해 놓은 1층으로 나뉜다. 2층의 경우 추사의 소년 시절부터 중국 연행을 통한 옹방강과 완원 두 스승과의 만남, 금석 연구와 암행어사 시절, 그리고 제주와 함경도 등 두 번의 유배 생활과 말년 4년간의 과천생활로 구분되어 있다.
1층은 추사의 학문과 예술을 주제별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북학파의 영향으로 새로운 문물에 눈을 뜨는 과정과 추사의 서체 변화에 대해 알 수 있다.
지하에는 후지츠카 기증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평생을 추사연구에 매진했던 ‘후지츠카 치카시’와 그의 아들 ‘후지츠카 아키나오’는 추사의 고서, 서화 등 총 1만4000여 점의 자료를 과천시에 기증한 일본인 학자이다. 그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추사박물관이 건립된 것이니 국경을 초월하는 추사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지하 1층 체험실에는 다양한 체험실이 준비되어 있어 유아부터 성인까지 이용 가능하다.
박물관 야외에는 과지초당이 복원되어 있다. 과지초당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서거하기까지 말년 4년간을 보낸 곳이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우물로 사용했다는 독(항아리)우물과 함께 잠시나마 추사의 기품을 느껴볼 수 있다. 


‘세한도’와 ‘추사체’, 그리고 과천시절의 작품들
추사의 대표작은 다양하지만 힘 있는 필체의 ‘추사체’와 추사가 마음을 담아 그렸다는 ‘세한도’, 학예일치의 깨달음을 얻은 ‘불이선란도’를 빼놓을 수 없다.
‘벼루 열 개, 붓 천 자루를 써버렸다’는 사람이 바로 추사 김정희이다. 강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추사체 앞에서 잠시 숙연해진다. ‘글씨가 그림 같기도 하고, 그림이 글씨 같기도 하다’는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오버랩 된다.
세한도는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제주도 유배 시절 추사에게 변치 않는 마음으로 성심을 다해 도와주었던 역관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이다. 세한은‘날이 차가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논어 자한편에서 나온 글. 이상적은 이를 중국으로 가져가 청나라 인사 16명의 발문을 받아 와서 더 유명해졌다. 
과천시절에 완성됐다고 추정되는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좋은 음식은 우리 산나물로 가족들이 함께하는 식사라는 ‘대팽두부과강채’,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 손자와의 만남이라는 ‘고회부처아녀손’, 그리고 추사 그림의 백미로 꼽히는 ‘불이선란도’이다. 조선 최고의 지성인이 말년에 꼽은 소중한 것이 가족과 우리 음식이라는 점도 새삼 가슴을 울린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추사 박물관, 자녀와 함께 즐거운 역사 공부하려면
흥미 위주로만 접근한다면 박물관이 어렵기 쉽다. 제대로 알고 연령대별로 다르게 접근해보자.

① 초등 고학년, 중학생 동반이라면
초등학교 교과 과정 중에서 김정희와 추사체에 대해 배우는 것은 5,6학년이다. 초등 고학년 이상의 아이와 박물관에 왔다면 역사지식을 곁들인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추사의 생애와 작품의 의미에 대해 알 수 있어 유익하다. ‘아이가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와 추사 김정희를 자꾸 헷갈렸는데 박물관에서 확실히 알고 가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는 초등 6학년 학부모 이모 씨의 말처럼 막연히 ‘세한도’,‘추사체’에 대해 암기하는 것과 실제 눈으로 한 번 보고 듣는 것은 차이가 크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이라 아이들에게는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설명을 듣게 된다면 아이 연령대와 집중 가능한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 문화 해설사에게 살짝 귀띔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입구에 비치된 ‘우리는 추사박물관 탐험대’ 팸플릿도 유익하다. 추사의 생애를 연령대별로 잘 정리해두어 이해하기 편하다. 박물관 견학을 마친 후 팸플릿에 있는 문제를 풀어보면 추사에 관해 알게 된 지식에 대해 확인하기 쉽다.


② 유아나 초등 저학년 동반이라면
유아나 저학년이 추사체의 가치를 깨닫기는 어렵다. 부모가 가볍게 추사의 생애에 대해 설명해주고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욕심을 줄이자. 집 근처의 ‘추사 김정희’라는 위인의 박물관을 편안하게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어린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이다.
하지만 지하 1층의 체험관은 빼놓지 않고 참석해보자. 추사체도 김정희도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체험은 즐겁다. 생전 처음 붓이나 화선지를 본 아이들도 탁본 체험에는 눈이 빛난다. 직접 먹과 붓으로 글씨를 써보는 것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작은 체험관이지만 알차다.
판매되는 추사 김정희의 유물 엽서 한 장 손에 들려주는 것도 추억이다. 박물관 야외 과지초당과 독우물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빼놓지 말자  

Plus Info
주소_ 경기도 과천시 추사로 78(주암동) 추사박물관
관람 시간_ 오전 9시 ~ 오후 6시
관람 요금_ 성인 2000원, 중·고생 및 군인 1000원, 초등학생 500원, 6세 이하 무료,
           (단, 8월 31일까지 무료)
문의_ 02-2150-3650 (www.chusa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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