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열정인 - 박희용 할머니

내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야 한다!

지역내일 2013-08-06

 “내가 문서작성은 잘하는데 정보검색을 못해요. 인터넷검색 문제를 하나도 못 풀었으니 아깝지....... 한 문제만 더 맞췄어도 대상을 받았을 텐데, 뭐 어떡해? 다음엔 정보검색도 준비해서 꼭 대상을 받으면 좋겠어요.”
6월 26일 열린 「2013년 국민행복IT경진대회」75세 이상 고령자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박희용 할머니(77·상일동)가 수상의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나타낸다.
 대회를 앞두고 눈이 피곤할 만큼 매일매일 연습에 집중해온 박 할머니는 “한번 시작한 일은 열심히 해야지, 쉬엄쉬엄 하는 건 안 해요”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시니어

컴퓨터, 65세 때 처음 접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할머니와의 인터뷰가 약속되어 있었다. 강남역이 침수되고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다는 뉴스를 보며 오전에 할머니께 확인 전화를 드렸다.
 “내가 지금 안국동에 와 있어요. 2시 약속 기억하고 있죠. 암요, 2시 못 미쳐서 도착할 것 같아요.”
두툼한 가방과 큰 우산을 들고 약속 장소에 나타나신 할머니. 쏟아지는 비속을 뚫고 오늘도 정독도서관(종로구 화동)에 들러 컴퓨터 연습을 하고 오셨단다.
 박 할머니가 컴퓨터를 시작한 건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젊은 시절, 영어타자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어요. 컴퓨터로 한글을 친다니 배우고 싶어 서울노인복지센터(종로구 경운동)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지. 기초를 다 배우고 나니 센터의 복지사가 나더러 컴퓨터 자원봉사를 하래, 그래서 보조선생으로 한동안 일도 했어요.”
 사회복지사가 수업에 집중하고 혼자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실력을 쌓아간 박 할머니를 알아본 것이다. 수업의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개인적으로 가르치는 게 박 할머니의 일. 배우면서 동시에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기만 했다.
 자원 봉사일을 그만 두고도 박 할머니의 공부는 계속 이어졌다. 센터에서의 수업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직접 책을 사서 연구했다.
“포토샵도 배웠는데 뭐가 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책을 사서 봐도 계속 연습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가 없어요. 조금만 젊었더라면 더 잘 했을 텐데........ 많이 아쉬워.”

문서편집만으론 대상도 자신 있어
박 할머니는 젊은 시절 대학 교육까지 받은 엘리트였다. 졸업하지 못한 아쉬움을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할머니는 늘 마음속에 ‘내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야 한다’는 신조를 품고 살았다. 그런 마음과 실천이 ‘몸에 뱄다’고 할머니는 말한다. 할머니의 신조는 컴퓨터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박 할머니가 처음으로 컴퓨터 대회에 도전한 것은 5년여 전. 첫 번째 도전에서는 별 연습 없이도 예선을 통과해 스스로에 대해 자만심이 든 것도 사실. 하지만 대회에 거듭 출전할수록 경쟁자들의 뛰어난 실력에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됐다고.
 “스스로 노력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어요. 대회에 나가보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하는 걸 느껴요. 연습을 안 할 수가 없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박 할머니는 매일매일 1시간 이상씩을 정독도서관에서 연습에 몰입했다.
할머니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문서 편집’이다. 다른 사람들은 60분을 꼬박 채우는 문서편집을 박 할머니는 30분이면 다 끝내버릴 정도다.
 “대회에 문서편집만 있으면 대상도 자신 있는데, 내가요 정보검색을 못해요. 이번에도 정보검색 문제 5문제를 하나도 못 풀었지 뭐에요.”
 인터넷으로 정보 검색을 해 빈 칸을 채워야 하는데 정보검색을 전혀 하지 못하는 박 할머니는 당연히 문제를 하나도 풀지 못했다.
 “정보검색에 빵점을 맞고도 금상을 받았으니 내가 운이 좋은 거죠. 나같이 정보검색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게지. 내년에도 도전해야지. 정보검색만 할 수 있으면 대상도 거머쥘 텐데 말이에요.”

세상 떠나기 직전까지 자기계발 할 것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 문서편집 연습을 하고 대회에도 도전하겠다는 박 할머니. 1시간 컴퓨터 화면을 보고 나면 4시간 정도는 쉬어줘야 할 정도로 눈이 피곤해지지만 할머니는 한 순간도 연습을 게을리 한 적이 없는 ‘연습벌레’다.
 성격상 ‘연구직에 몸담았으면 구 누구보다 잘 해냈으리라 생각된다’는 박 할머니는 시대 여건상 또 가정 형편상 직업을 가지지 못하고 한평생 주부로 살아온 것이 많이 후회된다고 했다.
 “요즘 여성들을 보면 부러운 게 많아요. 여성들도 모두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좋은 세상이에요? 마음만 먹으면 여자들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몸이 자유로운 그 순간까지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박 할머니. 내년에 대상 인터뷰를 꼭 하자는 약속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