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들른 가게가 바빠 보여서 일손을 거들다 사고가 났을 때에도 산재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정 모(20)씨 삼남매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공단은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삼남매의 아버지는 2011년 초겨울 강남 한 족발집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나갔다가 가로수를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 족발집은 정씨가 그해 여름부터 틈틈이 시간제로 시급 6000원을 받으며 일했던 곳이다. 사업주는 배달 일을 시키지 않았는데 정씨가 놀러왔다가 바쁜 일손을 돕겠다며 호의로 일을 나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진술을 바탕으로 정씨를 이 사업장의 근로자로 볼 수 없고 사고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며 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먼저 그 이전부터 이 가게가 바쁠 때면 정씨에게 배달을 부탁했고 그 때마다 시간급으로 6000원 상당을 지급한 사실을 들어 "일을 할 때마다 묵시적으로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고당일 사업주의 요청이 없이 놀러왔다가 바쁜 것을 보고 배달을 나갔다고 하더라도 업주와 배달원 사이에는 근로제공과 그 대가제공의 묵시적 계약이 맺어진 것으로 판단해 시간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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