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재 주변의 풀을 뽑고 있는 기선, 기민 자매
사람들은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생기면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과연 그들은 나중에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2011년 리포터도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 발대식만 참여하고 단 한 번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부끄러운 경험이 있다.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까? 원주시 자원봉사센터의 도움을 받아 생활근거지 주변에서 가족봉사활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김남숙(50·문막읍) 씨의 가족을 만나 가족봉사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의미한 봉사활동 생각해 봐야
중학교에서는 정해진 시간만큼만 봉사활동을 하면 점수가 채워지지만 이와는 다르게 고등학교의 봉사활동은 봉사시간이 많을수록 점수에 도움이 된다. 현재 삼육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큰 딸의 봉사활동을 계획하면서 원주시 자원봉사센터에 등록을 하고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됐다는 김 씨 가족.
김 씨는 “딸아이가 봉사활동을 다녀와서는 도대체 자기가 하는 것이 봉사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실망감을 드러내는 것을 봤어요. 그래서 제가 나서게 됐죠. 주변에 있는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 주변을 청소하거나 유원지 주변 환경정화를 하는 것이 봉사활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저도 아이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에요”라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가족애를 더욱 돈독하게
큰 딸 진기선 양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져 힘들었어요. 요즘은 집에 갈 때마다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좋은 일도 하니 한결 가족 간의 사랑이 돈독해 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원주시민들도 저희 가족처럼 가족 봉사활동에 참여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라며 가족봉사활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문막 동화초등학교 4학년인 작은 딸 진기민 양은 “봉사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프로그램은 혼자 지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드릴 소품과 친환경 수세미를 만드는 핸즈온 프로그램이에요. 가족과 함께 만들며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재밌는 일도 많았어요. 일 년에 딱 두 번 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라 아쉬워요”라며 요즘은 반 친구들에게도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랑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과 더불어 교육적 의미 커
김 씨의 남편 진광규(55) 씨는 “가끔 유원지에 가면 함부로 버린 쓰레기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곤 했어요. 얼마 전 간현유원지에 가서 환경정화 활동을 하고 왔는데 주변이 깨끗해진 것을 보니 기분이 너무 상쾌하더라구요.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을 깨끗하게 보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진 씨는 자신이 주말에 시간이 여의치 않아 못갈 때도 아내와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들과 쓰레기를 줍고 문화재 주변 청소도 하다보면 단합이 잘 돼요. 봉사라고 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들이 온 기분이 들어요. 봉사도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 생활습관이 되고 교육적 효과도 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진기선 양은 “집에서 가까운 문화재나 유원지를 깨끗하게 하는 봉사활동은 바쁜 현대사회에서 가족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는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런 봉사활동들이야 말로 참된 봉사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진로와 관련된 봉사활동이 아니라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봉사활동 뭐하냐고 물으면 가족봉사 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해요. 제 이야기를 듣고 학교 수학 선생님도 ‘내년엔 나도 해볼까?’라고 말씀하셨어요”라며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 이들에게 감사해요”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점수 때문에 시작했든지 사회 기여를 위해 시작했든지 봉사활동의 의미는 함께 더불어 잘살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한 번 시도해서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실망하지 말고 다시 도전해 보자. 작심삼일이라도 시도하고 또 시도하다 보면 실행하는 날이 반드시 오게 마련이다.
최선미 리포터 ysb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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