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어디까지 가봤니-병목안에서 최경환 성지까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안개 숲길을 걷다

지역내일 2013-07-24 (수정 2013-07-24 오전 11:56:58)

13일째 장마비가 이어지고 있다. 남부지방의 폭염보다 비 오는 우중춤함이 차라리 더 낫다는 위안은 간사함이라고 해야하나? 그러면서도 문득 따가운 햇살 한 줌이 그리워지는 것은 아마도 공허함 때문이리라. 매일같이 쏟아지는 비는 사람의 마음을 쉽게 허물어지게 한다. 잿빛하늘 탓인지 자꾸만 우울해지려한다. 이럴 땐 산에 오르는게 상책이다. 아무 생각없이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해가 내리쬐면 온 몸에 햇살을 드리운 채 숲길을 걷다보면 잡념이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나도 산에 올랐다. 

수리산

수리산 계곡 따라 돌석도예박물관으로 이어진 길
병의 목처럼 좁은 길이 길게 이어진 후 넓은 골이 펼쳐진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병목안. 병목안은 새마을교에서 수리산 채석장에 이르는 지역을 일컫는다. 수리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산본역에서 내려 수리산으로 가는 길과 또 수리산역에서 수리산의 정상인 태을봉으로 올라가 능선을 타고 수암봉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는 바로 병목안 공원의 등산로이다. 
병목안을 거쳐 수리산으로 가는 길 초입에는 삼거리슈퍼가 있다. 동네 사랑방처럼 수리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정류장 앞 삼거리슈퍼는 약속장소로 혹은 먹을거리나 시원한 막걸리 한 병으로 목을 축일 수 있는 오아시스같은 장소이다.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서둘러 산에 오를 채비를 한다.
“비오는 날 산에 오르는 것도 묘한 쾌감이 있지. 눈을 맞으며 등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지.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 땀이 흐르면서도 비를 맞으면 어릴 적 동무들과 뛰어 놀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야.”
한 등산객의 말에 잠시 유년기시절을 떠올려 본다. 그리곤 차를 몰아 산에 오른다. 왼편으로 철도용 자갈을 채취하던 폐 채석장 부지에 마련된 병목안시민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밤이면 인공폭포에서 시원한 물이 흘러내리고 화려한 조명시설이 볼만 한 곳. 그래서 이곳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안양 명소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수리산 계곡을 따라 오르다보면 길옆에는 두부, 보리밥, 막걸리 등을 파는 식당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산을 한 등산객들이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들르는 소박한 식당에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도 진득하니 함께 묻어난다.
식당들 사이로 박물관 건물이 드러난다. 홍익대에서 공예를 전공한 돌석 김석환 선생의 작품이 소장 전시되어 있는 돌석도예박물관이다. 1100여 평의 대지 위에 지상3층으로 지어진 박물관 건물은 ‘대학에서 평생동안 제자들을 가르치고 도예작품 활동에 전념해오다 완성한 수많은 작품들을 널리 세상이 알리고자 박물관을 설립하게 되었다’는 돌석 선생의 취지에 걸맞게 볼거리, 즐길 거리, 느낄 거리가 함께 있는 공간이다. 

성지성당

독수리 형상 수리산과 성지성당
최경환 성지를 찾아가는 길은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숲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허리를 감싸고도는 옅은 안개사이로 가다보면 몽환적인 느낌마저 드는데 마치 이상한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흰토끼가 된 기분이다. 차 두 대가 겨우 빠질 나갈 듯 좁은 길 사이로 길가에는 나무들이 하늘로 솟아있고 왼쪽 아래로는 맑은 계곡 물이 흐른다. 이 길에 들어서면 서둘 것 없이 쉬엄쉬엄 거닐어야 한다. 나무를 손으로 쓸어도 보고, 등치기도 해본다. 그러다 숨이 차면 나무 의자에 앉아 상쾌한 숲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면 벌서 산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전해 온다.
경기 오악에 속했던 관악산을 일컬어 세상이 두려워했던 불의 산이라고 한다면 수리산은 독수리의 기운이 느껴지는 산이라고 했다. 수리산은 안산, 안양시와 경계를 이루며 해발 475m높이로 여러 봉우리를 따라 이어지는 산의 기세가 매우 힘차고 산을 뒤덮은 짙은 녹음으로 역동적인 기운이 더해지는 산이다. 좁은 수리산 속 길을 계속 오르다보면 넓게 팔을 벌린 예수상이 보인다. 예수상 밑에는 이런 구절이 쓰여져 있다.‘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편히 쉬게 하리라.’
예수상이 세워진 성지성당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안양8경 중 5경에 선정된 수리산 성지가 있다. 이곳은 박해를 피해 초기 천주교 신자들이 피난 와 살았던 교우촌이자 순교자 최경환 성인의 유해를 모신 천주교 성지이다. 우리나라에 천주교회가 세워진 때는 18세기 후반이다. 그 이후 교회는 19세기말까지 거의 100여 년에 걸쳐 극심한 탄압을 받았고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순교자들이 생겨났다. 한국천주교의 혹독한 시련기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곳은 첩첩산중에 인적까지 드물어서 그 당시 천혜의 피난처로 제격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신부인 최양업 신부의 이버지인 최경환 성인의 생가는 황토벽면에 바위까지 돌출되어 있어 토굴처럼 보이며 제단 한 가운데에 최경환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또 묘역으로 가는 길은 돌계단 산책길이 나 있으며 솔 숲으로 둘러싸인 야외 미사터는 조용하게 사색하며 생각을 정리하기에 그만인 장소다. 성지에는 신자들에 의해 봉분이 세워졌고 봉분 앞 큰 돌 비석은 최경환 성인의 후손들에 의해 최양업 신부의 서품 135주년을 맞이해 1984년에 세워졌다. 성지에는 가묘와 함께 신자들에 의해 십자가의 길 14처가 세워졌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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