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경력 16년. 지금까지 50개국, 250개 도시를 다녀온 여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건 절대 아니고 직장 다니면서 악착같이 돈 모으고 시간 쪼개 전세계 구석구석에 발도장을 찍었다. ‘여행은 내 운명’이라고 말하는 조은정 여행작가. 그는 샐러리맨인 동시에 여행가, 작가, 강사 여러 개의 업을 가지고 사는 열정적인 멀티플레이어다.
홍콩에서 ‘유레카’를 외치다
조은정은 PC통신 마니아였다. 500:1의 경쟁률을 뚫고 IT회사 나우누리에 입사한 뒤 동료들과 2박3일 홍콩여행을 떠나게 됐다. “세상에, PC통신보다 더 짜릿한 게 있다니!” 홍콩의 이국적인 풍경에 매료된 26살의 그는 여행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태국 방콕을 시작으로 틈날 때마다 비행기에 오르는 ‘직딩 여행가’로 즐거운 이중생활이 시작됐다. 설, 추석 명절, 연휴, 여름휴가를 100% 활용했고 오로지 ‘여행’을 위해 돈을 모았다. 금요일 공항으로 퇴근 해 월요일 새벽 입국 후 곧바로 회사 출근하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시간, 돈이 없이 여행을 못간다 이야기해요. 나 역시 평범한. 샐러리맨이었지만 삶의 우선 순위를 오롯이 여행에만 맞추다보니 ‘여행가로서의 길’이 보이더군요.” 밤잠 설쳐가며 여행 공모전에도 열심히 참가해 무료 항공권, 숙박권을 쏠쏠히 얻었다. 궁즉통(窮則通), 간절히 원하면 기회는 오는 법. 여행공모전에서 1등에 당선돼 세계일주 항공권을 받게 됐다. D-데이 3개월 전부터 세계여행 준비에 돌입. 낮에는 회사 다니고 밤에는 꼬박 잠 안자고 코스 연구하고 여행지 정보 모아가며 루트를 짰다.
16년간 50개국 250개 도시 다녀온 ‘여행교 교주’
‘너 회사 잘리려고 해?’, ‘돈도 없으면서 어쩌려고?’ 지인들의 한결같은 걱정을 뒤로 하고 회사에는 휴직계 낸 채 신용카드 석 장과 마이너스통장 달랑 들고 세계여행길에 올라 파란만장한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4개월간 12개 나라를 여행하며 돌아왔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신용불량자가 되지도 않았고 회사도 그대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인 자신감까지 얻었지요.” 어릴 적부터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 독서광인 데다 일상의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지독한 메모광’이었다. 여기에 전세계를 샅샅이 훑으며 보고 듣고 느낀 10년간의 여행 경험 노하우가 더해지자 자연스럽게 책을 쓰게 됐다. 이렇게 해서 <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여행>이 세상에 나왔고 한 달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을 낸 뒤부터 기업체, 문화센터 등지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했어요. 세계여행 팁을 묻는 이메일도 숱하게 받았죠. 덕분에 내 인생 최고의 재산인 ‘사람’을 얻었습니다.”
그 뒤로 <디스이즈뉴욕>, <휴가 안 내고 떠나는 세계여행> 등 다섯 권의 책을 더 펴냈다. 40대 싱글인 그는 현재 여행 작가, 강사, 여행블로거인 동시에 여행사 하나투어에 다니는 직장인으로서 숨가쁘게 살고 있다. 물론 그를 가슴 뛰게 하는 ‘짬짬이 세계여행’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집도 차도 없는 난 몇 억원짜리 내집 마련 보다 항공권 어떻게 싸게 살지가 더 중요합니다. 당연히 번 돈의 지출 1순위는 항공권이죠. 난 여행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고 ‘여행교 교주’입니다.” 에너자이저인 그는 씩씩하게 덧붙인다.
조은정의 여행 A to Z
Q. 항공권 싸게 사는 비법은?
이스타, 피치항공 같은 저가 항공권, 땡처리 항공권을 집중 공략한다. 이렇게 손품을 팔면 마닐라를 17만원대(세금 포함)에 다녀올 수도 있다. 항공권 마일리지는 티켓 예약이 하늘에 별따기라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하다. 난 2년 치 달력에 미리 여행지를 표시해 두고 미리 마일리지 항공권을 예약한다. 덧붙여 7,8월은 세계 어느 나라든지 덥고 비행기표, 숙박지가 최고 비쌀 때도. 피할 수 있다면 이 시즌은 피해라.
Q. 영어실력은 어떻게 쌓았나?
내 영어는 여행하면서 몸으로 익힌 서바이벌 영어다. 잘하지는 않지만 한 번도 주눅들어본 적 없고 현지인들과 최대한 많이 말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영어 센스를 기르기 위해 미국 드라마, 라디오를 늘 켜놓는다.
Q. 여행루트 짜는 법은?
늘 여행지를 미리 정해놓기 때문에 수개월 전부터 미리 공부한다. 인터넷 검색, 여행서, 잡지 등 넘쳐나는 정보 가운데 알짜만 뽑아 예산을 세우며 꼼꼼하게 일정을 짠다. 원래 내 별명이 ''플랜걸(plan girl)''이다.
Q. ‘조은정표 여행 컨텐츠’는 어떻게 만드나?
여행지에선 늘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메모하고 사진을 많이 찍는다. 최근 9일간 영국을 다녀왔는데 5천장을 찍었다. 여행 메모와 사진은 비행기, 기차 등 이동 중에 대략 정리해 둔다. 사실 여행 중에는 잠을 별로 안잔다. 이런 1차 자료가 블로그(http://eiffel.blog.me), 여행 책이나 칼럼 쓸 때 요긴하게 쓰인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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