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속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세요!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재미있는 공부가 또 다른 이에게는 지옥 같은 공부가 되기도 한다. 그 간극이 가장 큰 과목이 아마도 수학이 아닐까? 때문에 ‘어떻게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까?’는 모든 수학교사들의 고민일 것. 이는 보평고등학교 수학부장인 오혜미 교사가 10년 넘게 연구해 온 과제이기도 하다. 그가 서울대에서 수학교육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수많은 논문을 쓰고,『최상의 최소』,『수학교과 road view』,『두근두근 수학공감』등 수학관련 도서의 집필에 참여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수학을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처음 발령받은 학교가 실업계고였고, 그 다음은 과학고였어요. 계열을 막론하고 학생들은 수학을 가장 힘들어 해요. 실업계고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이 수학을 버리고, 일반고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죠. 상대적으로 우수한 과학고 학생들 조차수학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포에 가까운 수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수학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무척 안타까운 오 교사다. 수학은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기도 하지만 어떤 분야보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공부라는 것을 알게 하고 싶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연구하는 수학’보다 ‘가르치는 수학’의 중요성을 학생들을 대하는 매 순간 절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기호와 암호에 재미있는 스토리만 하나씩 넣어주어도 집중도는 달라집니다. 실업계고에서는 칠판에 문제 적고 풀기보다는 색종이를 오리고 붙이면서 눈으로 보여주는 수업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죠. 이런 노력이 통했는지 수학에 등을 돌렸던 학생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더군요.”
문제풀이 과정과 아이디어 공유하는 과정이 진짜 수학공부
문제풀이 과정에서 스스로 수학적 아이디어를 발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오 교사는 수업시간에 형성평가를 자주 치른다. 떠먹여주기식 학습과 답 찾기 훈련으로는 문제해결력이 생기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학은 답이 중요하고, 그 답으로 실력을 결정해 왔기 때문에 학생들은 무조건 ‘답이 뭐에요?’라고 물어요. 하지만 복소수가 탄생되기까지 타르탈리아와 카르다노의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이 있었던 것처럼, 수학자들의 연구는 답보다는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이 수학의 출발입니다.”
서술·논술형 평가나 수리논·구술 등 최근 수학은 답보다는 과정과 아이디어가 중요해졌다. 변화된 평가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오 교사가 고안해 낸 방법은 바로 개인의 문제풀이 과정을 전교생이 공유하도록 하는 것.
“매달 한 문제씩 전교에 공지하고, 학생들이 제출한 다양한 풀이를 정리해 게시판에 올렸어요. 답이 틀렸어도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적어 놓습니다. 자신과 다른 풀이과정과 아이디어를 공유하죠. 답만 맞으면 풀이는 들여다보지 않던 학생들이 누군 어떻게 풀었는지, 같은 아이디어라도 표현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더군요.”
수업 방법을 바꾸니, 아이들의 질문이 바뀌더라!
3학년을 맡고 있는 터라 EBS 연계교재를 주로 다룬다는 오 교사. 문제를 풀면서 해설집과는 다른 풀이를 찾아 학생들과 공유한다. 이러한 방식이 익숙해지자 해설지와는 다른 나름의 풀이방법을 제안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예전에는 ‘이거 풀어주세요’라고 묻던 학생이 ‘저는 이렇게 풀었는데,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물어요. 의문이 생기면 친구들에게 물어 해결하게 하고, 그 결과를 저에게 다시 말해야합니다. 과정을 설명하면서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느린 학습에 현실적인 벽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풀이가 존재할지라도 수문제풀이 속도와 정답이 중요한 시험이 수능이 때문이다. 학교수업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고난이도 문제와 수리논·구술 등 입시수학은 결국 ‘풀이과정’과 ‘아이디어’가 없으면 풀어내기 힘든 것 또한 현실입니다. 무조건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한 문제를 오래 풀라고 학생들에게 늘 얘기해요. 100문제를 대충 보는 것 보다 1문제를 제대로 보는 것이 더 좋은 수학공부이기 때문이죠.”
수학, 인간적이고 따뜻한 학문이라는 것 알리고 싶어
흔히 수학은 문제만 잘 풀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문제풀이라는 수학의 모습만 보게 되면, 수학 속에 숨어 있는 흥미를 발견하고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오 교사는 조언한다.
“요즘은 스토리텔링, 창의인성 등 다양한 수학의 모습을 개발해 학생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수학과 창의인성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요. 언뜻 들으면 낯선 말이지만 알고 보면 정말 흥미롭답니다. 예를 들면, ‘주어진 양을 나누고자 할 때 1/n이 반드시 옳은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려할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와 연계해서 부족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부유한 사람이 조금 더 준다고 할 때, 얼마를 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습니다.”
최근 수학 학습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내러티브 사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이처럼 수학은 들여다볼수록 그 속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학문이라고 오 교사는 말한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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