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즐기는 기말고사 뒤풀이 축제

선생님·학부모·선후배가 함께 즐기는 행복한 소통의 장

지역내일 2013-07-15

뒤풀이. 어떤 일이나 모임을 끝낸 뒤에 서로 모여 여흥을 즐기는 일을 뜻한다. 시험이 끝나면 중고등학생들도 시험 뒤풀이를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성적에 상관없이 뒤풀이를 즐기고 싶은 게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험이 끝나는 날 놀이동산, 영화관, PC방, 노래방, 콘서트 장을 찾을 뿐이다. 시험이 끝나기도 전에 어떤 남학생은 PC방 자리 예약을 해 놓고 또 다른 여학생들은 함께 노래방에 갈 친구를 확정하느라 시험공부마저 뒷전이다. 아이들의 시험 스트레스를 확 날릴 만한 건전하고 즐거운 놀이문화는 정말 없는 것일까? 지난 4월 말 중간고사 뒤풀이를 ‘학교운동장’에서 벌여 화제가 되었던 서울 방배중학교를 기말고사 마지막 날 다시 찾아가 보았다.   

뱅배중1


학부모회가 주축이 된 자발적 참여
 지난 7월 9일 낮 12시 방배 중학교 자기주도학습실. 1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실내를 꽉 채운 채 마술 공연이 시작됐다. 대사가 많은 최근의 마술쇼 특징답게 김민형 마술사는 아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마술쇼를 진행했다. “자, 이번엔 제 마술 진행을 도와줄 아름다운 여학생이 한 명 필요합니다.” 그런데 무대 위로 올라온 사람은 이태행 교감이었다. “제가 마술쇼를 진행하면서 교감선생님과 호흡을 맞춰보는 건 처음인데요. 당황스럽습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번 공연은 김민형 마술사의 재능 기부로 이루어졌다.  ‘통통톡’이라는 퀴즈쇼를 준비해 온 ‘MK커뮤니티’ 역시 재능 기부로 방배중학교를 찾았다.
 “중고등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즐길만한 놀이문화가 없잖아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에너지를 좀 더 긍정적으로 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교장선생님께서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고 돕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학부모들이 있어서 이런 시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방배중학교 학부모회장 이경선(40)씨의 설명이다. 

방배중2
 
건전하고 즐거운 스트레스 해소의 장
 지난 4월 중간고사 뒤풀이 때의 경험 덕분인지 엄마들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돗자리부터 음식 준비, 행사에 필요한 소품에서 간단한 참가 기념품까지 일일이 엄마들이 직접 준비했다. 혹시 생길지 모르는 아이들의 탈선을 염려하던 이명호 교장도 시험 뒤풀이 행사에 적극 동참했다. 이 교장은 지난 중간고사 뒤풀이 행사 때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운동을 했고, 이번 기말고사 뒤풀이에서는 퀴즈문제의 주인공이 돼 끝까지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중간고사 때는 축구, 농구, 풋살 등 운동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그랬더니 여학생들의 참여율이 좀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기말고사 때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마술과 퀴즈를 준비했습니다.” 학부모회 2학년 회장인 최경원씨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재능기부를 해주시는 분들을 만난 건 아니었어요. 연예인도 생각해보고, 다른 업체도 만났죠. 그런데 섭외비용이 발생하더라고요. 의미 없는 행사로 전락할까 염려하던 중에 김민형 마술사와 MK커뮤니티를 만나게 된 겁니다. 동참해주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섭외의 순간이 떠오르는 지 이경선씨가 감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이해와 소통의 폭 넓어져 
 행사가 끝나고 다음 행사 때 좀 더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서 설문조사를 했다. 중간고사 뒤풀이 때 재미있어서 다시 참여하게 됐다는 학생도 있었고,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 참여하거나, PC방이 싫어서 참여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1학년 이채린 학생은 “선생님과 아무래도 거리감이 좀 있었는데 교장선생님의 고민이 머리숱인지, 주름살인지 맞춰보거나 선생님 지금 드시고 싶은 음식이 물냉면인지 비빔냉면인지 맞추면서 선생님과 조금 더 친해진 것 같았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3학년 조한결 양과 안아주 양은 리모컨 퀴즈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TV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처럼 개인별 리모컨을 이용해서 퀴즈 정답을 맞히니까 이색적이고 흥미로웠어요.”
 이날 그동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처럼 작고 개인적인 화면만 들여다보던 아이들, 서로가 경쟁자가 되어 시험에 열중하던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행사에 참여한 선생님도 즐거웠고, 뒤풀이를 준비한 엄마들도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시험 뒤풀이행사가 모두 끝난 후 3학년 서지유 학생은 “오늘은 우리가 어른들의 재능 기부를 받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몇 년 뒤에는 우리가 후배들의 시험 뒤풀이를 위해 재능 기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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