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논술전형에서 합격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능력 - 자기 검증

지역내일 2013-07-16

논술은 로또?


“논술은 로또 아니에요?” 상담에서 이렇게 말하는 학부모를 만날 때면 지금까지 논술 교육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학부모의 말은 ‘논술 시험은 실력보다는 운, 실력이 있더라도 운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시험’이란 뜻일 게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운으로 합격하는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완전하게 주관식인 논술에서 출제자가 원하는 바를 운으로 다 써 내려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객관식 시험 점수에 큰 영향을 주는 운과 실수가 거의 배제된 시험이 바로 논술 전형이다. 운이 좋아야 합격하는 게 논술이라면 왜 정시보다 논술로 더 많은 학생을 선발하겠는가.


자신이 글을 잘 썼는지 못 썼는지도 모르는 학생


재수생을 상담해 보면 그 학생이 작년에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재수생은 작년에 대치동에서 ‘논술 잘 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했고 모든 시험장에서도 잘 쓰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엔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이 학생은 지난해 정말 논술을 잘 했을까?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이 미미한 현 논술 전형에서 그 학생이 떨어진 이유는 논술 점수가 합격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학생이 지난해 논술을 잘 하는 학생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쓴 글이 점수가 높은 글인지 아닌지도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논술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학생이라는 점 때문이다.


수능 모의고사와 비교해도 알 수 있다. 모의고사를 치고 나면 채점을 하기 전에 시험을 얼마나 잘 봤는지 학생들은 ‘감’을 잡는다. 문제를 맞히지는 못해도 적어도 자신의 답이 얼마나 확실한지 종합적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논술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은 이런 감이 없다. 자기 생각으로는 그럴싸하게 말이 되는 글을 써 놨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논제 파악부터가 잘못돼 0점이었을 것이다.


틀린 것을 틀렸다고 알 수 있어야 합격


논술 시험에서 필요한 마지막 능력은 자신이 생각해 낸 답이 과연 답에 근접한 것인지 그 타당성을 따져보는 ‘검증력’이다. 이런 검증력은 시험 치고나서 합격 가능성을 예상해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험장에서 개요를 짜면서 자신의 개요가 오답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오류가 오류임을 확신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오류가 전혀 없는, 출제자가 요구한 답을 향해 사고하는 과정이 시험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주관식 수학 문제를 풀 때 이런 저런 해법을 검토해 보다 하나의 해법이 확정되는 것처럼 논술은 적어도 3~4개의 함정과 오답의 장애물을 넘어야 정답에 근접한 답에 도달하게 된다. 검증력에 해당하는 것 중 몇 가지만 소개해 보고자 한다.


모든 문제는 연관돼 있다


문제를 풀기 이전에 모든 문제를 한번에 봐야 한다. 서강대, 숙명여대, 홍익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은 그 날 출제하는 모든 문제는 서로 연관돼 있다. 이 관련성은 매우 높아서 1번과 2번 3번 문제는 같은 주제를 공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1번 문제를 풀었을 때의 주제와 2번 문제를 풀었을 때 주제가 다르다면 1번 문제 또는 2번 문제, 아니면 그 둘다가 0점이라고 봐야 한다. 이 사실을 1번 문제를 다 풀고 2번 문제를 작성하다 발견하게 됐다면 남은 시험 시간을 고려해 볼 때 이미 합격은 물 건너갔다.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주장은 할 수 없다


문제를 풀다 인류가 지켜온 보편적인 가치를 부정하는 듯한 논리로 전개된다면 지금 함정에 빠진 것이다.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평등을 비롯해 서구에서 시작돼 인류 모두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주장을 하도록 요구하는 문제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모든 논리는 다 활용되어야 한다


논술에 나오는 지문은 4개에서 8개에 이른다. 그 한 제시문 중 하나의 문단이라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까다로운 하나의 논리를 무시해도 답이라고 인정해 준다면 아마도 수많은 정답이 나올 수 있다. 모든 논리가 완벽하게 다 활용되거나 설명되는 개요만이 답이다. 그래서 하나의 논리라도 오류가 발생하면 사실 전체 개요를 다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박문수 원장
전 중앙일보 기자
전 대치 명품논술 문과 평가원장
현 이지논술 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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