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공모제를 추진하던 안산매화초등학교와 석호초등학교가 학교측의 조직적인 반대에 부딪쳐 교장공모제 추진이 무산됐다. 석호초등학교와 매화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들은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사항도 무시하고 학교 측에서 교장공모제 신청을 포기하거나 의결사항과는 다르게 공모제를 진행했다”고 반발하며 경기도 교육청에 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지난 6월 경기도 교육청은 정년퇴임 등으로 교장 결원이 발생하는 학교 중 교육여건을 감안해 교장공모제를 실시한다는 ‘교장공모제 시행 계획안’을 발표했다. 교장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을 소지한 교육공무원을 초빙하는 ‘초빙형’(일반학교)과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육공무원을 교장으로 선택할 수 있는 ‘내부형’(자율학교), 전문가가 학교를 운영하는 ‘개방형’(특성화 중·고, 예체능학교)으로 나눠져 있다. 정년퇴임으로 교장공모제 신청이 가능한 매화초등학교와 석호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신청 사전절차인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 의결과정에서 학교측과 학부모들의 상반된 입장이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찬성한 반면 학교와 교사들은 반대한 것이다.
석호초 학부모 운영위원회 한 관계자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추진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자율학교신청을 의결했지만 학교측에서는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신청했다”며 “이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매화초등학교는 내부형 교장공모 신청 안건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가결시켰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자율학교신청 논의를 위한 운영위원회가 열리지 못해 결국 교장공모제 신청조차 못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측에서는 운영위원장과 부위원장등을 학교로 미리 불러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실시되면 학교와 교사들이 힘들어진다’며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대한 반대여론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지난 2일 교장공모제 시행학교를 발표했다. 올 하반기 안산에서 교장공모제를 진행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상황을 알고 난 매화초등학교 학부모와 석호초 학부모 운영위원들은 즉각 도 교육청에 감사를 청구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에 대해 석호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자율학교신청에 대한 의견이 나왔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심의였지 결정사항은 아니라고 본다”며 “자율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반대가 심해서 두 가지 형태의 교장공모에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학부모와 교사들의 지지도가 낮아 선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석호초등학교는 교장공모제 신청에 앞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96%와 학부모 16%가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공모제에 찬성한 학부모는 59%였다.
그러나 여론조사 형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교장공모제 추진을 위한 사전 여론 조사가 실명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측은 “교장, 교감이 반대하고 있는데 어떤 교사가 실명으로 진행하는 여론조사에서 찬성표를 던질 수 있겠나. 학부모도 반 번호를 쓰는 실명이나 다름없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측은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이 실명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경기도 교육청이 교육과정 혁신을 위해 교장공모제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학교가 집단으로 반발하는 교육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석호초 한 학부모는 “학교가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를 적극 권장하지만 무늬뿐이다. 혁신교육을 갈망하는 학부모들의 의지보다 학교장의 성향에 따라 학교 교육이 달라진다면 학부모들은 좋은 교장선생님이 부임하기만을 기다릴 수 밖 없는 것이냐”며 안타까워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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