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 대선공약으로 제시된 후 7개월에 걸쳐 여야 정치권의 ''밀고당기기''가 마무리됐다. 40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 운용본부를 유치해 연기금 허브도시로 성장하는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대선에서 기금본부 전북유치 공약이 제시됐을 때만 해도 세간의 평가는 냉정했다. 혁신도시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한 참여정부 조차도 지방이전 기관에서 기금운용본부를 제외했던 상황이다. ''어차피 안될 거 이름이라도 올려보자''는 식이라는 폄훼도 적지않았다.
법안으로 만들어져 국회에 상정된 후에도 순탄치 않았다. 여야 정치권의 극적 합의로 전북이전을 명시한 법안통과를 약속한 후에는 난데없는 ''NLL 정국''에 휩쓸려 처리가 불투명 했다. 전북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이 뜻을 모아 공동대응 했으나 꼬인 정국을 풀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는 물론 법사위원회의 논의 절차도 마음을 졸였다.
기금본부 전북이전이 확정되면서 큰 고비는 넘었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금융허브도시의 청사진을 현실화 하기 위해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금본부를 전북이전 대상 기관으로 지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또 전북이 금융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인력·제도 등 인프라 구축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기금본부 전북 이전 공약을 만들어 법안 통과까지 중추적 역할을 했던 국회 김성주(전주덕진) 의원으로 부터 가슴 졸였던 시간과 이후 과제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 - 국회 김성주 의원
"꽉 막혔던 분위기 ''공약 아니다'' 총리 발언으로 뒤집혀"
국회 김성주(전주덕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전북도당의 대선공약기획단장을 맡았다.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안을 대선공약을 성안해 민주당 공약으로 포함시킨 역할을 맡았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기금운용본부 주 소재지를 전북으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책임도 떠맡았다.
■ 지난 대선에서 기금운용본부 동반이전을 지역공약으로 제기했는데 ''무모한 공약''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선거는 정치 시장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을 세일즈하는 절호의 기회다. 당시 지역공약은 전북의 특성과 장점을 반영한 농식품수도와 전통문화산업수도라는 두 가지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론 부족했다. 토지공사를 빼앗긴 도민의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데, LH 대신 국민연금공단을 보내면서 핵심조직인 기금운용본부를 빼버린 것은 두번의 상처를 주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기금본부를 이전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참여정부 때 결정된 사항이고 수익성을 중시하는 기금운용의 성격상 지방이전은 매우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대선이라는 특성을 활용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대통령후보 때 약속하고 당선된 대통령의 힘으로 추진하는 것이 유일한 가능성이었다. 전북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기금본부이전을 공약으로 내걸 것을 제안한 후 문재인후보 캠프 관계자를 설득하기로 역할을 분담했다. 결국 문재인후보는 전주에 와서 "대통령이 되면 기금본부를 전주로 동반이전시키겠다. 돈이 오면 사람도 온다" 고 분명하게 약속하고 민주당 대선공약에 포함시켰다.
■ 새누리당이 법안을 통한 이전 등으로 동조하면서 쉽게 가는 듯 하다 교착상태에 빠지기를 반복했는데.
새누리당은 기금본부 이전에 대해 처음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전북도민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이전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기금본부전북이전'' 현수막을 민주당보다 먼저 전북 곳곳에 내걸었다. 물론 나중에 공약집에서는 뺐다. 대신 새누리당은 ''국민연금공단과 기금본부의 소재지를 전북으로 한다''는 법안을 내밀었다. ''더 확실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였다''는 것인데, 대선 후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에서나 새 정부 국정과제에 기금본부이전은 공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포함되지 않았다. 기금본부이전의 꿈은 다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 법안 논의도 순조롭지는 않았다.
새누리당이 낸 법안은 애초 법 요건이 부족했다. 기금본부의 소재지를 법에 담으려면 기금본부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하는데 국민연금법 어디에도 기금본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또 4월 열린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새누리당의 입장은 반대였다. 그러다 새누리당이 ''여야6인협의체''에서 다루자고 제안했다. ''법안통과를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의구심이 들어 합의문 작성을 요구했다."보건복지위원회 여야의원들은 기금본부 전북이전에 대해 공감하고 그 실현을 위해 정관에 담을 것인지 법안에 넣을 것인지 여부를 여야6인협의체 연금TF에서 다음 법안소위 전까지 결정해 줄 것을 건의한다"는 내용으로 복지위 여야의원 21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냈다. 나름 안전장치를 만든 것인데 정작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양당지도부 교체시기와 맞물려 6인협의체는 열리지 않았고 연금TF는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
■ 기금본부 전북이전이 대선공약이 아니라는 총리 답변이 지역민의 반발을 사면서 논의가 급진전된 양상이다.
대정부질문에서 기금본부이전여부를 묻는 민주당의원의 질문에 총리가 ''공약이 아니다''고 딱 잘라 말한 것이다. 전북의원들은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고 여론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결판내는 수밖에 없었다. 법안소위가 열리기 전날 밤 수차례 수정안이 오갔고 "기금본부와 전라북도라는 단어가 포함 안된 어떤 타협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법안소위가 열리는 날 전북은 포함시키고 기금본부 대신 기금이사가 관장하는 부서로 한다고 문안합의를 봤다. 그 다음에는 여야 지도부의 결단인데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는데, 기금본부가 많은 자금을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전북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단지 기금본부 직원이 오고 건물이 들어선다고 해서 금방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로 모든 것이 쏠리는 것은 돈과 사람이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400조에 달하는 막대한 기금과 그 운용기관이 오면 사람과 기업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기금본부가 이전하면 국제금융도시 서울과 해양금융도시 부산과 함께 연기금도시 전주를 잇는 금융트라이앵글의 비전을 갖게 된다. 연기금의 투자를 원하는 기업과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이 따라오게 된다. 자연스레 전주혁신도시는 금융타운이 조성되고 금융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지역의 젊은이들은 금융인재로 성장할 기회를 갖게 된다.
■기금본부 이전과 관련해 전북은 어떤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까.
세계 3대 금융시장으로 손꼽히는 도시들은 뉴욕 JP모건, 런던 로이즈, 프랑크프르트 도이체방크라는 대표 금융기관들이 도시의 성장을 주도해 왔다. 현재 4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은 2020년 1000조원, 2030년 1700조원, 2040년 초에는 2500조원까지 쌓이게 된다. 기금본부가 이전하여 정착하면 전북은 글로벌 연기금 금융도시로 성장하게 될 것이고, 금융비즈니스를 위한 금융시설, 금융센터, 호텔, 컨벤션 센터 등이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서울 여의도의 국제금융지구, 부산의 해양금융단지, 그리고 전주의 글로벌 연기금 금융도시를 잇는 금융 트라이앵글 구축으로 혁신도시의 성공 사례를 만들게 될 것이고, 홍콩-상해-도쿄-두바이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도시들을 잇는 국제금융의 허브로 발전할 수도 있다. △글로벌 연기금 금융도시 △한옥마을로 대표되는 전통문화관광산업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동북아 경제중심 ''새만금 개발''이 미래 전북의 새로운 청사진이 될 것이다.
■ 전북이전이 확정은 됐지만 후속조치도 필요할텐데.
복지부, 연금공단, 전북도의 업무협조가 필요하다. 법 개정을 뒷받침할 행정절차가 있어야 한다. 기금본부를 이전대상에 포함시키려면 복지부에서 국토부 다시 지역발전위원회 결정을 거쳐야 한다. 기금본부가 들어설 부지 확보도 시급하다. 혁신도시내 3만평 여유 부지가 그 대상이다. 아울러 기금본부 건립을 위한 예산 확보도 필요하다. 빠른 시간 안에 동반이전이 가능하도록 서둘러야 한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전반적인 정치적,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써야 한다. 지역에서는 쾌적한 정주여건 마련과 금융인프라 조성 그리고 금융인력양성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 행정, 전문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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