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오전 천안 구성동 변전소 뒤 콤바인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2만4000평에 이르는 비탈진 밭에서 우리밀 수확이 한창이다. 천안밀영농조합법인(이하 영농법인) 이종민(54) 대표가 영농법인 소유의 마지막 탈곡을 서두르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 천안시 구성동 우리밀 농장에서 탈곡을 위해 콤바인을 운전하고 있는
천안밀영농조합법인 이종민(54) 대표
우리밀 생산농가의 땀방울로 천안호두과자의 옛 명성과 흔적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천안호두과자에 천안의 원재료는 단 한 가지도 쓰이지 않았다. 천안호두과자를 보면 제조에 사용된 식원재료들의 원산지가 인쇄되어 있다. 주요 재료인 호두는 미국과 베트남 북한산, 팥은 중국산, 밀가루는 미국과 호주산이라고 적혀 있다. 원조격인 학화호두과자조차도 마찬가지다.
그 유명하다는 천안호두과자를 맛보러 천안까지 걸음해서 천안은 없고 모두가 수입산이라는 사실을 접한 소비자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천안시 홈페이지에 이런 불만의 글들이 올라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깨고 우리밀 생산에 앞장서서 천안호두과자의 명품화를 이끌고 천안을 우리밀 도시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4~5년 전부터 이종민(54) 대표는 "천안호두과자에 한 가지라도 천안산 원재료가 들어가게 하자는 일념으로 우리밀 생산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천안광덕호두살리기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종민 대표는 윤석웅(51)씨 등과 함께 2011년 ''천안밀영농조합법인''을 결성, 현재 18개 농가가 참여해 연간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0년 22㏊에서 약50톤의 밀을 생산했던 것이 2012년도에는 92㏊에서 370톤으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천안시의 농자재지원과 기술지도도 한몫했다. 천안농업기술센터 김영복(48) 팀장은 "우리밀 생산은 천안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이종민 대표를 비롯한 법인 농가들의 구슬땀이 아니었다면 이만한 성과를 짧은 시간에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천안시는 영농비 지원뿐만 아니라 판로 개척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천안시는 천안옛날호두과자(대표 민재홍) 본점과 11개 직영점에 연간 250톤(4억6000여만원)의 천안산 밀가루를 공급하기로 ''천안밀 호두과자 소비촉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영농법인의 판로에 대한 염려는 없어진 셈이다.
영농법인은 2013년 100㏊에서 400톤이상 생산할 경작계획을 세웠으나 지난해 가을 파종기에 집중호우로 애로를 겪어 60㏊에서 250톤을 수확하는데 그쳤다.
이기춘 기자 kc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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