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세종도서관 10월 개관 물 건너가
안행부 직제 편성 지연에 개관 준비 올스톱 … 내년초나 돼야 국민에 선보일 듯
도서관계 ''책임운영기관 반대'' 움직임 갈수록 불붙어 … 온라인 서명 1만명 돌파
오는 10월 개관이 예정됐던 국립세종도서관이 올해 문을 열기 힘들 전망이다. 안전행정부(안행부)가 세종도서관의 위상을 놓고 갈짓자 행보를 보이며 직제 편성을 지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준공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도서 구입과 시설 마련 등 개관 준비 작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직제 편성이 당장 이뤄진다 해도 개관 준비에 최소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내년 초 국민들에게 선을 보일 전망이다. 시간과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개관 준비 작업 최소 5개월
지난달 23일 준공된 국립세종도서관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도서 구입과 시설 마련 등 개관 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세종도서관 개관준비팀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로부터 시설 인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행부가 국립세종도서관의 위상을 완전 직영으로 할지, 아니면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할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세종도서관의 개관 준비 작업은 안행부 직제 편성 → 세종도서관 개관준비팀 해체 및 정식 과 신설 → 행복청으로부터 도서관시설 인수 → 기획재정부로부터 개관 소요 예비비 확보 → 10만권 장서 선별·구입 및 자료실 가구 제작·구입 등의 순으로 이뤄진다. 이 작업과 관련, 최소 5개월이 필요하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직제 편성이라는 첫 단추가 꿰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머지 작업은 손도 못 대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초 국민에게 약속한 올해 10월 개관은 물 건너 갔다"며 "지금 당장 세종도서관 직제가 편성된다 해도 12월이나 돼야 개관이 가능한데 아직 안행부로부터 소식을 못 받고 있어 사실상 내년 개관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세종도서관 직제 문제가 풀려야 시간과 예산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오는 10일 세종도서관 준공식 기념행사가 예정돼 있는데 그때까지 위상 문제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며 "안행부가 결정을 늦추면 늦출수록 불필요한 시간 낭비, 예산 낭비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안행부 뜸 들이는 이유 뭔가
국립세종도서관의 위상 결정 지연과 관련, 안행부의 공식 입장은 ''공무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일은 안행부의 존립 이유''라는 것이다. 더욱이 문체부 산하에 신설되는 시설 가운데 세종도서관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글박물관과 현대미술관 분관 등 3개 시설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종도서관만 국가 직영으로 직제를 편성하고, 나머지는 법인화 내지 책임운영기관화 했을 때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세종도서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해도 행정기관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 도서관계가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행부의 입장은 궁색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 국립중앙도서관 분관으로 제안돼 연구용역과 타당성 검토를 거쳐 2011년 착공된 국립세종도서관에 대해 갑작스레 올해 들어 법인화와 책임운영기관 카드를 들고 나선 데 대한 합리적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안행부가 제시한 법인화와 책임운영기관 방안의 기본 개념은 수익성을 전제로 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도서관에 수익사업이 있을 리 만무한 데다 어떤 잣대로 성과 측정을 할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도서관계 전체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립세종도서관 책임운영기관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세종도서관 공대위) 관계자는 "국립도서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로, 이는 세계 모든 나라가 국립도서관 역할을 강화하는 추세에 역행하고 국가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전직영'' 온라인 서명 1만명 돌파
이런 가운데 ''국립세종도서관의 위상을 국가 직영 행정기관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급속도로 힘을 얻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종도서관 공대위가 지난달 18일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 마련한 온라인 청원 서명에 1만894명(1일 현재)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도서관과 대학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서명 역시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매일 오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정문에서 도서관인들의 1인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세종도서관 공대위 관계자는 "전국의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을 포함해 도서관계 전체가 들고 일어날 정도로 똘똘 뭉치고 있는 상황을 정부는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며 "국립중앙도서관의 분관이라는 위상에 맞게 완전한 국가 직영기관으로 결정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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