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DI), 엄마와 아이들이 가다~
엄마와 아이들이 만들어낸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 이름!
1명의 어른과 13명의 아이들이 생전 처음 미국 땅을 밟았다. 그것도 국제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대회 한국대표단이라는 자격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말이다. 그동안 바라고 바랐던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지는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엄마와 아이들의 순수한 조합만으로 이미 한국대회에서 금상, 은상을 거머쥐었고, 엄마표의 힘을 충분히 입증해보였기 때문이다. 가능성을 만났던 그간의 흔적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생애 첫 국제창의력올림피아드대회 출전, ‘세계’를 맛보다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바른샘도서관에서 만난 독서동아리 ‘가온누리’ 친구들은 미국대회의 감격을 생생히 그려냈다. 테네시 주립대 체육관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과 화려한 개막식, 쉽지 않았던 과제 수행의 시간들, 아이들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구조물을 글로 표현하고, 그대로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즉석과제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글로 쓰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대로 완성이 안돼서 조금 우울했어요.” 박종서(잠원중3)의 얘기에 뒤이어 이재인(연무중3)은 “국내대회는 수월했던 것 같은데, 막상 큰 무대에 가니 글 쓰는 것도 그렇고, 정말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나름의 수확도 있었다. 즉석과제 수행 중 번역상의 오류를 찾아냈던 것. 텔레파시 팀으로 출전했던 정혜원(신영초6)은 “기껏 만든 도구가 부서져서 억울하고 속상했지만, 우리의 의견이 반영돼서 기뻤다”고 했다. 김현수(잠원중2)는 “외국친구들과 얘기도 하고 핀을 교환했던 게 가장 재미있었다”고 들려줬다.
“역시 과제에 사용하는 재료나 무대규모도 그렇고, 우리와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외국에선 수업 중에 창의력을 키우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반해 우리 아이들은 별도로 짧은 기간 동안 대회를 준비하다 보니 거기서 나타나는 차이도 크고요.” 인솔자였던 조재희 씨는 아이들 모두 많은 것을 보고 배운 귀한 여행이었다고 갈무리했다.
엄마가 준비할 수 있는 게 창의력올림피아드라고? 도전이 시작되다
‘미국 가자!’ 오로지 목표인 미국을 향해 달렸다. 대회경험이 전혀 없는 초짜들이 모여 일을 벌이기 시작한 건 불과 8개월 전, 자산이라곤 ‘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여성발명지도사 자격증 과정을 듣던 중이었는데, 강사분이 부모가 준비해줄 수 있는 유일한 대회가 창의력올림피아드라면서 대회 관련한 영상을 보여주는 거예요. 순간 가슴이 얼마나 두근대던지, 제 얘기를 들은 아이들도 기대감에 부풀어 모두 도전해보겠다고 하는 거예요.” 조재희 씨는 자신의 아이들과 친분 있는 엄마들의 자녀로 구성된 3년차 독서동아리 ‘가온누리’를 텔레파시(초등부팀)와 어벤져스(중등부팀)로 나눠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영상을 기억해 이야기로 들려주면 아이들은 그대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감을 익히기 위해 영화, 뮤지컬 등도 많이 보러 다녔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율동을 맞춰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고 의논하는 중에 엄마선생님 조재희 씨는 간혹 팀 분위기를 해치는 아이들을 타이르고 다독거리는 역할을 했다. “선생님이 따로 부를 때 가장 무서웠다”는 이병렬(잠원중2)의 얘기에 조재희 씨는 “아이들은 저를 좋으면서도 무서웠던 엄마선생님으로 기억하는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야금야금 스민 독서지도의 힘, 이야기가 있는 저력의 팀을 만들다
재정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요, 과제에 필요한 대부분의 준비물은 자급자족했다. 연습 때마다 간식은 엄마들이 책임졌다. “피자, 닭강정 등 엄마들이 챙겨주시는 간식이 큰 힘이 됐다”며 박영서(태장초6)가 고마워했다. “기꺼이 연습장소를 제공해준 바른샘도서관도 그렇고 엄마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렇게 끌고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조재희 씨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첫 출전한 국제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한국대회에서 어벤져스는 금상, 텔레파시는 은상을 수상했다. 모르는 이들에게는 놀라운 결과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그만한 저력이 있었다고 조재희 씨가 말한다.
“심사위원도 도전과제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클라이맥스를 끌어내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어요.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독서지도의 힘이 극 속에 스며들어 있었던 거죠.” 한국대회에서 다른 팀들의 연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조재희 씨에게 건넨 한마디는 “선생님, 우리들은 이야기가 있잖아요!”였다. 이런 자신감과 강한 내면의 힘이 승리의 열쇠가 됐다.
또 다시 아메리칸 드림, 아이들의 가능성이 넓은 세상을 향하다
은상 이상의 수상자에게만 세계대회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가온누리’는 이미 목표를 달성한 셈. 하지만 한번 세계대회를 경험하고 나니, 모든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국에 꼭 다시 가겠다며 아이들은 또 아메리칸 드림을 꾸고 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놀면서 시간을 보냈구나,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는 박창균(별무리학교7학년)은 “내년부턴 통역자 없이 대회가 진행된다고 해서 요즘 열심히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조재희 씨는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픈 엄마의 마음에 부응하듯 우물 안 개구리였던 아이들이 우물 밖,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이 그저 흐뭇할 뿐이다.
“엄마가 지도사자격증이 있건 없건 중요하지 않아요. 해야지 하는 마음만 있으면 내 안의 재능은 저절로 나오는 것 같아요. 올림피아드대회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 팀이라는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미국에서는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대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우리도 보다 많은 엄마들이 엄마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스스럼없는 관계 속에 활기차고 단단한 팀워크를 가진 13명의 아이들과 함께 했던 10박12일의 미국여행, 아이들은 한 뼘 더 자랐고, 조재희 씨는 그런 아이들의 가능성을 봤다. 엄마 아니랄까 봐 조재희 씨는 함께 고생한 아이들의 이름이 빠질 새라 꼼꼼히 챙긴다. “박미진(매현중3), 조운하(매원중3), 김민우(기산중1), 김승현(산남초6), 김현우(기산초5)도 꼭 넣어주세요.(웃음)” 세계무대에서 언젠간 빛을 발하게 될 귀하디귀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이 여기 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