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맛에 산다 - 탱고동호회 ‘라비다’

이것이 진정한 ‘춤바람~’

생활의 활력소, 심신 건강해져 … 춤에 대한 편견은 없어져

지역내일 2013-07-06 (수정 2013-07-06 오후 6:47:31)



밤 10시30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TV를 보면서 쉬거나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할 시간에 아름다우면서도 슬픔이 느껴지는 춤, 탱고를 추며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있다. 붉은 색 조명 아래 커플끼리 손을 맞잡고 음악에 맞춰 탱고의 세계로 몸을 던지는 사람들. 바로 ‘라비다’ 회원들이다.


탱고의 강렬한 유혹 속으로
라비다는 청주지역 탱고 동호회다. 생긴지 올해로 3년이 된 라비다는 20대부터 40대 남녀 20여명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상당구 우암초등학교 버스정류장 부근 연습실에서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에 모임을 갖고 탱고를 배우고 즐긴다. 회원들은 대부분 직장인이기 때문에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제대로 된 모임이 이뤄진다. 시작이 늦다보니 끝나는 시간 또한 매번 자정을 훌쩍 넘기곤 한다.

리포터가 라비다 연습실을 방문한 시간도 밤 10시. 하지만 회원들 누구 하나 피곤한 기색 없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탱고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무대에 나가 춤을 추고 또 잠시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하며 낮과는 전혀 다른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라비다의 회원을 관리하고 있는 이성원 씨는 “회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며 “회원 중 3~4명 정도는 전국 무대에서도 주목받을 정도로 실력을 갖춘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탱고하면 의상의 노출이나 남녀간의 밀착 때문에 안 좋은 문화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탱고는 굉장히 진지하고 건전하면서도 매력적인 춤”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라비다의 신입회원들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들은 선배들의 품앗이 강습을 통해 탱고의 기초를 배운다. 이 씨에 따르면 탱고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두 달 정도만 열심히 연습하면 기본적인 동작을 할 수 있다. 별도의 회비는 없고 모임 참여 때마다 6000원의 연습실 이용료만 내면 된다. 




탱고, 집중·배려·믿음이 필요한 춤
탱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고개를 돌리며 비교적 절도 있는 동작을 하는 콘티넨탈 탱고와 부드러운 느낌의 아르헨티나 탱고가 그것인데 라비다 회원들은 주로 아르헨티나 탱고를 춘다. 이들의 춤을 보고 있자니 부드러운 느낌과 함께 정열, 사랑, 애수, 외로움 등의 낱말이 떠오르고 그야말로 아르헨티나 탱고의 진수를 볼 수 있다. 

탱고는 흔히 ‘하나의 심장과 세 개의 다리로 추는 춤’으로 비유된다. 여성은 몸을 남성에게 전적으로 의지한 채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두 사람간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인의 소개로 지난 6월 초 라비다의 신입회원이 된 김세정(34) 씨는 “배운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탱고는 다른 춤과는 달리 상대방을 철저히 믿고 집중하며 배려하는 춤인 것 같다”며 “그게 바로 탱고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또 라비다에서 ‘실력자’로 꼽히는 구주연(40) 씨는 “살사 등 여러 춤을 접해봤지만 탱고만큼 매력적인 춤은 없었다”고 말했다. 구 씨는 “특히 심신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일상의 탈출과도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남편이나 아이를 대할 때도 여유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부가 춤을 춘다고 하면 삐딱하게 보는 시선도 있는데 사실은 춤을 통해 가정에 더 충실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보통 ‘탱고’하면 어두침침한 거리와 독한 술, 이룰 수 없는 사랑, 여인의 배신, 고향을 떠난 서글픔 등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삶은 팍팍하지만 진한 애수를 느끼며 사는 하층민의 삶을 대변하는 탱고. 그래서 탱고는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고 한다. 사랑과 배신, 열정과 좌절, 낭만과 고독, 믿음을 노래하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탱고. 이것이 바로 누구라도 한번쯤 탱고에 빠져보고 싶은 이유일 듯 싶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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