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요? 그냥 내가 가진 것 나누는거에요”
아름다운 미용인들의 모임 ‘아미회’, 요양병원과 선진학교에서 이·미용 봉사
“할머니 오늘 머리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보자기를 두르고 의자에 앉은 할머니에게 다정히 인사를 건네는 ‘아미회’ 회장 김종옥씨. 안산시립요양병원 복도, 아미회 회원들이 차려놓은 간이 미용실 앞에는 어르신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이들이 시립요양병원으로 출동한 오늘은 시립요양병원 어르신들이 단체로 ‘머리하는 날’이다.
“얌전히 앉아 계시면 더 예쁘게 다듬어 드릴께요”라며 이어지는 가위소리. 경쾌한 가위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몇 차례. 좀 전보다 한결 산뜻해진 어르신이 뒷 목덜미 위로 가지런한 머리를 쓰다듬어 보시고는 만족하신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머리를 다듬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오시는 분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분도 있고, 그를 기력조차 없으면 침대에서 머리를 다듬어 달라 출장을 요구하는 손님도 있다. 이런 까다로운 손님의 요구에도 힘든 기색하나 없이 아미회 회원들의 리드미컬한 가위질 소리가 이어진다.
베테랑 미용사로 구성된 ‘아미회’
3년째 안산시립요양병원에서 이·미용 봉사를 하는 ‘아미회’회원들은 전문 미용사들로 구성된 봉사단체다. 아미회란 ‘아름다운 미용인들의 모임’이다.
3년 전 상록구 미용협회 회장단들이 모여 봉사모임을 꾸렸다. 미용 경력만 30년이 넘은 베테랑 미용사 15명이 참가하고 있다. 미용분야 기술도 최고 수준이다. 국내 미용대회 수상자뿐만 아니라 틈틈이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등 안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미용사들이다.
아미회 회장 김종옥씨는 “협회 일을 마치고 함께 활동한 임원들에게 봉사활동을 제안했다.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 좋은 일을 해 보고 싶어 봉사모임을 꾸렸다”고 말한다. 아미회 회원들이 처음으로 찾아간 곳이 바로 이 곳 안산시립요양병원이었다. 미용인들에게 휴일은 한 달에 딱 이틀이다. 그 중 하루를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강옥경 회원은“사실 아침에는 나오기 싫어요. 2주 동안 일하고 모처럼 쉬는 휴일인데 쉽겠어요. 하지만 힘들어도 나와서 어르신들을 뵙고 봉사를 하면 오히려 집에 갈 때는 힘을 받아서 돌아가요. 내가 가진 작은 재능이지만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해진다”며 활짝 웃는다.
요양병원 봉사 3년째 봉사 확대
오랫동안 어르신들을 만나다 보니 어르신들과 자연스럽게 정도 들었다.
김종옥 회장은 “매달 얼굴 뵙고 인사하던 할머니가 다음 달에 뵈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다. 서운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 내가 예쁘게 다듬어 드린 머리하시고 먼 길 가셨다고 생각하면 조금 위안은 된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머리는 더 정성을 다해 자르게 된다”고 말한다.
아미회는 올해 봉사활동 영역을 조금 더 넓혔다. 상록구청 사회복지과에서 꾸린 상록구 봉사단체 ‘효돌이 효순이 봉사단’에 가입해 행복 나눔 무료급식소와 한국선진학교에서도 미용봉사를 진행한다.
한국선진학교에서 지체장애인들의 머리를 다듬어 준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매 순간 움직이는 아이들의 머리를 다듬기란 쉽지 않은 일. 늘어난 일 때문에 회원들의 휴식시간은 더 줄어들었지만 누구하나 짜증내는 사람이 없다.
김종옥 회장은 “구청에서 봉사단을 꾸린다는 말을 듣고 흔쾌히 함께 하겠다고 응했다. 좋은 일은 나누면 커지고 나쁜 일은 나누면 줄어든다는 말처럼 우리가 함께해서 어려운 분들에게 더 많은 사랑이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효돌이 효순이 봉사단은 지난달 ‘어르신 봄나들이’ 행사도 진행했다. 이 미용봉사와 장수사진찍기 등 효돌이 효순이 봉사단이 모처럼 지역 어르신들에게 효도잔치를 선물한 날이었다.
“사실 봉사라는 게 거창한 건 아닌 것 같아요. 내가 가진 것 조금씩 나누고, 이웃을 돌아보며 살면 되죠.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직업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봉사할 수 있게 자리가 있으면 힘이 생긴다”며 활짝 웃는 아미회 회원들에게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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