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로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여름휴가가 몹시 기다려집니다. 올해 여름휴가는 어디로 갈지 결정하셨나요? 벌써 예약을 끝내고 손꼽아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분도 있을 것이고 한참 고민 중인 분들도 있을 텐데요. 여행이 주는 기쁨 가운데 하나가 이렇게 고민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아직 고민 중인 분들을 위해 리포터들이 경험한 ‘기억에 남는 여름 휴가’를 소개합니다.
휴식 같은 여행지, 세부 그리고 보홀
1년 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휴가. 7월이 다가오면 어디를 갈지, 언제가야 할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에 빠져드는 나. 지금까지 괌, 사이판, 푸켓, 보라카이 등 휴양지 위주로 여행을 다녀온 나에겐 세부만큼 편안한 곳도 드물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다는 세부를 추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가족단위 여행객이 유난히 많은 그곳 세부에서 지낸 시간들은 편안함과 휴식 그 자체였다.
세부는 7107개의 섬이 있는 필리핀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이다. 남북으로 225km 길이의 세부 본섬과 막탄섬 그리고 보홀섬, 네그로스섬 등 총 160여 개의 섬들을 세부지역으로 부른다.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지 4시간이 조금 지나면 막탄공항에 도착하는데 행정구역상 라푸라푸시라고 불리는 막탄섬에는 세부가 리조트 아일랜드라는 명성을 얻게 한 최고급 리조트들이 공항에서 차로 20여분 달리면 해변을 중심으로 길게 자리잡고 있다. 해안선이 완만하고 해수 온도도 적당해 수많은 산호군락지가 유명하다. 세계 10대 다이빙 포인트로도 잘 알려진 세부는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세부에서는 방카선을 타고 스노쿨링을 하거나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 호핑투어나 배를 타고 보홀섬으로 들어가는 코스가 가장 이상적이다.
세부는 시내관광도 즐거움 가운데 하나인데 산 페트로요새, 마젤란십자가 등을 볼 수 있다. 산페트로 요새는 스페인 통치 시절 해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또 마젤란십자가는 세부에서 최초의 카톨릭 미사를 집전한 곳으로 산토리뇨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성 어거스틴 교회도 세부의 시내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10번째로 큰 섬인 보홀은 세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섬으로 세부에서 배로 2시간 정도 가면 닿을 수 있다. 세부 섬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아름다운 해변과 한적하고 여유로운 섬 분위기를 가진 보홀은 형형색색의 산호와 열대어가 손짓하는 곳이다. 순백색의 고운 모래 해변이 펼쳐져 있는 알로나 비치와 키세스 초콜릿을 엎어놓은 듯한 수많은 언덕들이 모여 있는 초콜릿 힐 그리고 안경원숭이는 이곳의 명물이다. 보홀섬에서만 사는 동물로 섬을 상징하는 안경원숭이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동물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또 벙커를 타고 로복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열대림이 울창한 곳과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마을도 구경할 수 있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카메라 셔터만 눌러대면 그림이 되는 곳 세부와 보홀, 가깝지만 뭔가 특별한 곳을 여행하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잊지 못할 소중한 농촌체험, 외갓집 체험마을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이다. 여름 휴가지를 어디로 할지 고민하던 중 큰 아이가 제안을 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모두 일찍 돌아가셔 외갓집을 모르는 동생을 위해 농촌 체험을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지금은 농촌마다 체험 학습을 운영하는 곳이 많지만 그때는 체험학습이 도입되던 초창기여서 체험학습을 제대로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해가며 큰 아이와 며칠에 걸쳐 장소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곳이 양평의 외갓집 체험마을이다. ‘외갓집’이라는 체험마을 이름도 마음에 들고 금액도 저렴했다. 옥수수 따기, 황토체험, 뗏목타기, 송어잡기, 감자전 부치기, 인절미 만들기 등 체험 내용도 어릴 적 친정에서 많이 하던 놀이 그대로라 기대가 됐다.
2박3일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아침 일찍 출발하니 세 시간도 안걸려 외갓집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은 여느 농촌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외갓집 체험마을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길가 곳곳에 고추며 옥수수 등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그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아이들에겐 기쁨인지 연이어 와~ 와~ 소리를 질러댔다.
프로그램은 시간대별로 다른 가족들과 함께 진행됐다. 여행이 주는 즐거움 때문인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가족들과도 마치 한 동네에서 자란 듯 금새 친해졌다. 아빠와 함께 뗏목도 타보고 물살을 헤치며 도망치는 송어를 ㅤㅉㅗㅈ아도 보았다. 황토에 빠져 온 몸을 흙으로 적셔보기도 했다. 직접 절구를 찌어 인절미를 만들어 먹고 감자를 캐서 강판에 갈아 솥뚜껑에 전을 부치기도. 농촌에서 자란 어른들은 수도 없이 해 보았을 그 일들을 아이들은 더운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한다.
2박 3일 일정 중 아침과 점심은 마을 어르신들이 뷔페식으로 만들어 놓은 음식을 각자 먹고 싶은 만큼 가져다 먹었다. 어찌나 음식 솜씨가 좋으신지 엄마가 해 준 것처럼 맛있어 하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저녁은 마당에 자리를 만들고 외갓집에서 제공한 숯불 위에 고기를 굽는다. 아이들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을 시간인지도. 하늘별이 예뻤다는 소리를 지금까지도 종종 한다.
그곳에선 남자 어른은 외삼촌, 여자 어른은 이모라는 호칭을 쓴다. 실제 외삼촌과 이모님처럼 따뜻했던 마을 분들 덕분에 모처럼 즐거운 휴가를 보냈던 곳이다. 준비할 것은 갈아입을 옷과 수건, 모자와 선크림, 모기약 정도면 충분하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멀리 갈 필요 없어요. 아이들에게 수영장이 최고!
여름만 되면 아이들이 학수고대하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야외수영장 개장이다. 작년 여름 부지런을 떨어 거의 주 1. 2회씩 원 없이 다녀왔는데도 바다. 계곡, 수영장 중 어디가 좋으냐고 물어보면 두 아이 모두 주저 없이 ‘수영장’이라고 외치는 것을 보면 수영장이 좋긴 좋은가보다.
특히 안양 종합운동장 야외수영장은 입장료가 워낙 저렴한데다가 돗자리와 먹을거리만 싸가면 하루가 알차서 지인들에게도 여름이면 꼭 추천하는 장소이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땅콩풀과 유아풀, 어린이풀은 물론 곡선과 직선 슬라이드까지. 슬라이드 이용료도 1회에 단돈 250원. 작은 아이는 아빠와 함께 유아풀에 보내고 큰아이와 함께 유수풀에 몸을 맞기면 철렁이는 물속에서 하루가 넉넉해진다.
슬라이드 타는 스릴도 빼놓을 수 없지만, 물총과 공을 준비해가면 수영장이 더욱 재밌다. 중대형 튜브는 사람들이 적을 때만 사용 가능. 살짝 눈치 보며 타는 것마저 즐겁다.
컵라면과 술을 제외하면 음식물 반입에 크게 제재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어묵과 치킨 등이 판매되고 있지만 신나게 수영한 후 도시락 까먹는 재미는 그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니다.
찬합에 칸칸이 잡곡밥과 닭볶음탕, 볶음김치와 달걀까지 한 상 차려오는 사람부터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했음 직한 김밥과 떡볶이까지. 뭐든 수영장에서 먹는 음식은 꿀맛이다.
하지만 그 맛난 먹거리를 먹일 수 있는 시간은 매 50분 수영 후 있는 10분 휴식시간뿐이다. 준비해간 볶음밥에 케첩 ‘쭉’ 뿌려주면 서로 먹겠다고 아우성이다가도 휴식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호루라기 한 방에 아이들은 순식간에 ‘풍덩’ 수영장으로 사라진다.
저렴한 이용료와 깔끔한 시설, 넓은 주차장. 단점이라면 휴일에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는 점이다. 방송으로 “ㅇㅇㅇ학생, 엄마가 학원가라고 합니다. 어서 수영장에서 나와 학원가세요” 라고 아는 아이 이름이 나오는 웃지 못할 상황도 펼쳐진다.
사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멀리 갈 엄두가 나지 못해 가기 시작했던 곳이 안양수영장이다. 하지만 작년 수영장 폐장 전에 ‘마지막이다’라고 손가락까지 걸고 갔던 수영장. 큰아이의 일기장에 ‘너무 행복한 날이었다’고 씌어있던 글귀처럼 아이들에겐 다른 그 무엇보다 여름과 뗄 수 없는 소중한 장소가 아닌가 싶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이열치열, 뜨거운 한여름 온천으로 휴가를?
매해 여름마다 그리 특별하지 않게 휴가를 보냈지만 작년에 다녀온 여름휴가는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가장 극성수기에 떠난 휴가지만 가장 한가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우리 가족은 7월 말에서 8월 초 극성수기에 휴가를 맞았다. 온갖 숙박시설과 물놀이장은 예약이 벌써 끝나거나 만원 사례였고, 비용은 모든 것이 두 세배였다.
그러나 어떻게든 휴가를 떠나고 싶었다. 아이들도 많이 조르고, 휴가를 집에서만 보내기에도 너무 억울했기 때문. 어떻게든 가자고 마음먹고 막상 휴가를 준비하려 하자, 숙박시설이 가장 문제였다. 바닷가나 산 주변의 리조트나 펜션, 호텔 등은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걔 중 자리가 있는 곳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섣불리 예약하기가 꺼려지고.
이 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발상의 전환’.
남들 다가는 휴가지 말고 남들이 전혀 안가는 곳으로 찾아보면 숙박시설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찾아낸 곳이 다름 아닌 ‘온천’이었다. 가만있어도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누가 온천을 찾겠는가. 그래서 수안보 온천에 숙소를 알아봤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극성수기에도 숙소가 제법 있었고, 가격도 다른 곳 보다는 저렴했다.
특히 내가 예약한 숙소는 아이 이름으로 가입한 보험회사가 운영하는 연수원이었다. 말이 연수원이지 이름난 콘도 못지않게 시설도 깨끗하고 좋았다. 보험사들이 자기 회사 고객들에게 연수원을 저렴하게 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봤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어 이틀이나 예약할 수 있었다. 보험사 시설이라 직원들도 친절해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숙소가 해결되자 이제 그 주변에서 더위를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봤다. 온천에 왔으니 목욕은 기본. 찌는 더위에 온천에서 목욕만 할 수는 없으니 하루는 가까운 곳으로 물놀이를 다녀왔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물놀이 시설을 찾아 북적거리는 인파와 제대로 여름을 즐겼다.
물놀이 다음 날엔 문경세제를 돌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옥수수로 유명한 괴산을 거쳐 오면서 지천에 널린 옥수수도 한 포대 사서 선물로 챙겨왔다.
발상의 전환으로 나름 알차고 여유롭게 지낸 극성수기 여름휴가였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아들 형제는 아빠와 물놀이, 엄마는 여유롭게 스파
개구장이 아들 둘을 데리고 어디로 떠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장소만 달라질 뿐 아들 둘 챙기려 들면 피곤하고 힘들기는 매한가지. 휴가가기 전부터 옷이며 짐 챙기기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무엇을 해먹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하나의 낙이랄까.
벌써 3년전.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도 했겠다. 손이 좀 덜가지않을까 은근한 기대를 하며 천안에 새로 개장했다는 워터파크로 향했다. 다행인것은 성수기가 되기 전 6월초라 그런지 붐비지 않는다는 것. 사람 붐비는 성수기에 휴가를 갔다가 오히려 더 피곤했던 기억이 있던지라 이번에는 일찌감치 휴가를 잡았다.
휴가의 묘미는 여유 있게 즐기는 식사, 근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와 파스타,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는 깔끔하고 여유가 있어 좋았다. 휴가라고 하면, 고기 사서 구워먹으며 떠드는 재미도 좋지만,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는 그저 조금은 우아하게 조용히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가 있다. 컵라면으로 야식을 먹을지언정.
이튿날 드디어 워터파크 입장. 아들 둘 데리고 다니기 힘들다는 핑계로 동네 수영장에도 잘 데리고 다니지 않았건만 이번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행운이 입구에서 부터 나를 반긴다. 아빠는 아들 둘을 데리고 남자 탈의실 쪽으로, 엄마는 여자탈의실로. 초등학생인 남자아이를 여자 탈의실로 데려 갈수는 없는 법. 애들 옷 갈아입히고, 씻기는 일에서 드디어 해방이다.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다. 유유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조용히 각종 스파 풀을 찾아 즐긴다. 뒤늦게 아들 둘을 데리고 나온 애들 아빠는 아이들 물놀이 보조역할을 하느라 힘쓰는 모습이다. 화장실 가고 싶다는 작은 아들 녀석, 엄마가 데려갈 수 없지 않은가. 아이들 데리고 화장실 다녀오랴, 튜브에 바람 넣어주랴, 애쓰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난다. 오늘만은 해방이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고 아빠는 애들과 같이 놀아주느라 여념이 없다. 생각지도 않게 생긴 여유. 오랫만에 혼자 다양한 스파 탕을 돌아다니며 여유를 즐기고 나오니 생글생들 웃으며 뽀얀 얼굴로 나오는 두 아들과 지친 얼굴로 나오는 아빠의 모습이 대조된다. 오늘은 애들 씻기는 일에서도 해방이군. 속으로 웃음이 난다.
하지만 해방감도 잠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쉽기만 하다. 저녁은 뭐해먹지? 애들 숙제 다 했나?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였겠군. 짧은 해방, 짧은 휴가. 하지만 다음번 휴가도 무조건 워터파크다.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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