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어디까지 가봤니?_ 청계사

맑은 산속 고즈넉한 청계사, 오색 빛 연등에 마음을 담다

지역내일 2013-07-03

의왕에는 대표명소 16곳이 있다. 백운호수와 왕송호수, 청계사 등의 자연경관 8경과 문화예술길, 성 라자로 마을, 철도 박물관, 도깨비 도로 등 도시경관 8경이다. 가족이 함께 여름 나들이 떠나기 좋은 의왕의 명소를 찾아가 보았다.


수요일 아침, 20년 지기 친구와 청계사에 다녀왔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나무 아래를 걷고 싶다는 친구의 소망에 불현듯 청계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소소한 일상을 잠시 미루어 놓고 청계산 녹음과 시원한 계곡에 둘러싸인 청계사로 출발했다.

우담바라


 ‘우담바라 핀 청계사’ 와불상, 청계사 동종도 유명해
청계사에 올라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청계산 입구에서 나무 데크 길을 따라 울창한 숲 속을 통과하는 방법과 청계사 바로 밑까지 자동차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평상시라면 숲 내음 가득한 산길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30도가 웃도는 무더운 날씨라 차로 직행했다. 하지만 차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느껴지는 건 시원하고 상쾌한 산 공기. 십여 분 전 출발한 아스팔트가 녹는 듯한 평촌 온도와는 달랐다. ‘걸어서 올라오면 더 좋았었겠다’ 라는 아쉬움이 스치는 차, 평상시 말 없는 무뚝뚝한 경상도 친구가 ‘좋네!’ 라는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한다.
청계사 입구에 들어서자 ‘우담바라 핀 청계사’라는 커다란 돌이 먼저 눈에 띈다. 청계사는 2000년 10월 관음보살상의 왼쪽 눈썹에 우담바라가 피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진 사찰이다. 우담바라는 3000년에 한 번 핀다는 전설의 꽃이다.
맑은 산속, 한 눈에도 청아한 멋을 뽐내는 청계사와 우담바라. 신자도 아니고 불교에 대해서는 더더욱 까막눈인 리포터지만 ‘전설의 꽃이 활짝 필 만한 장소로는 이만한 곳도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수많은 연등이 파란 하늘 위를 수놓고 있다. 연등제는 끝난 지 오래지만, 아직 남아있는 오색 빛 연등이 색동옷처럼 곱다. 하나하나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을 담았을 연등 앞에서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평일이지만 연등 아래 기도하는 사람이 많다.
녹음 사이의 은근한 향. 그 고요함 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탁소리. 무신자인 리포터의 마음도 함께 선해진다. 쉼 없이 기도하시는 분들 속에서 함께 작은 소망 하나 얹어본다.
절 앞쪽에선 스님 두 분이 담소를 나두고 계셨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의 광채만큼이나 얼굴빛이 환하신 두 스님. ‘세속의 욕심을 버리면 나도 저리될 수 있는 걸까?’ 잠시 궁금해진다.
청계사의 장관 중 하나는 대형 와불상이다. 1999년 완성된 와불상은 작은 돌을 하나하나 붙여서 정성스레 만든 상이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와불상. 편한 자세로 누워 보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이외에도 청계사 내에는 국가보물 제11호인 동종과 경기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135호 목판이 있다. 문득 문화유산에 대해 배우는 큰아이와 함께 한 번 더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극락보전 뒤편에는 수도 없이 많은 동자승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천진난만한 동자승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조용한 경내에 이야기꽃이 핀 곳은 단 한 곳, 바로 공양그릇 설거지 장소이다. 찰랑찰랑 물소리와 함께 신도 대여섯 분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 중이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더없이 정겹다. 시간이 맞지 않아 절밥은 먹지 못했다. 절에서 먹는 나물 찬에 떡 한 덩이. 소박해서 더 소중한 식사를 못해 많이 아쉬웠다. 
작지만 식혜나 음료를 파는 간이 카페와 물,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이 있어 친구끼리 가족끼리 등산하다 잠시 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찰랑찰랑 넘칠 듯 물이 가득한 경내의 물 항아리처럼 마음이 넉넉해진다. 등산객의 작은 물바가지 속에도 붉은빛 연등이 비친다. 
나오는 아쉬움은 목탁소리에 묻었다. 내려오는 돌계단 하나하나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청계산의 맑은 기운, 무더위가 거짓말 같아
청계사 바로 밑의 숲길은 산행은 물론 소풍장소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하늘 높이 길게 뻗은 나무 그늘 속에선 30도가 넘는 붙볕더위도, 바람 한 점 없는 도시의 뜨거움도 거짓말 같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편백향만 진하다. 산책하다가 힘이 들면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발 한번 담그면 된다.
맑을 청(淸)과 시내 계(溪). 청계산 속에서 복잡한 세상이 더없이 단순하고 쉬워진다. 산책로는 물론 곳곳의 운동기구도 눈에 띈다. 굳이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시원한 계곡물과 피톤치드 가득한 나무 숲, 아이 동반 나들이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눈을 감아도 청계산자락이 초록빛 수채화처럼 선명하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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