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릴 때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가 동그라미라고 한다. 동그라미로 기본을 만들고 점점 더 형태를 잡아가면서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한 권의 만화책을 완성하기 위해 밤 새가며 그린 동그라미는 몇 개나 될까? 애니고 동아리 ‘동그라미’는 자신의 꿈을 위해 오늘도 수많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나만의 ‘동그라미’를 책으로 만들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책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글이나 작품이 책으로 나온다는 것은 굉장히 뿌듯하면서도 부담스러울 터. 어떤 이에게는 평생의 꿈이기도 한 이 일을 함께 해내는 동아리가 있다. 한 학기에 한번 자신의 작품을 책으로 만들어내는 애니고 동아리 ‘동그라미’. 외부행사에 전시나 판매까지 진행하는 과연 이들의 저력은 무엇일까?
‘동그라미’의 책을 만드는 일은 주제 선정으로 시작된다. 토의를 통해 모여진 다양한 주제 중 결정은 다수결. 한 가지 주제를 정하면 회원들 각자 다양한 스토리와 표현으로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1기 선배들의 졸업을 앞두고 ‘졸업’이란 주제 선정은 선배들에게 감동의 선물이 되어주기도 했다.
주제가 정해지면 이제 작품은 회원들 각자의 몫이다. 스토리는 어떻게 할 것이며, 그림은 또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고민과 고뇌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얻는 성취감도 큰 법. 김슬기 양은 “자식은 낳지 않았지만, 내 자식을 보는 기분”이라며 책 한권을 만드는 어려움과 뿌듯함을 토로했다.
함께 해서 더욱 크는 ‘동그라미’
애니고 신입생 60명 중 40명이 지원할 만큼 인기 있는 ‘동그라미’. 무엇보다 각자의 작품을 책으로 만들어 내는 만큼 대학 입시를 앞두고 포트폴리오 제작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책 만드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경험이다.
특히, 여느 출판사에서나 꼭 일어나는 마감 독촉은 ‘동그라미’에서 역시 피할 수 없다. 동아리 부장의 독촉이 시작되면 같은 반 친구들은 얼굴을 피할 정도. 중요한 공모전이나 수행평가가 겹쳐 마감을 못하더라도 미안함에 마음이 편치 않다.
동아리 회원들이 가장 힘든 일로 꼽는 것 중 하나도 마감을 지키는 일. 신입생 선발에 그림 제출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 그림 실력보다는 제출일자를 잘 지키는가를 보기 위함이다. 이예진 동아리 부장은 “책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팀워크가 필요한 일”이라며 회원들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미리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마감이 지나고 책이 나오면 함께 한 회원들의 작품을 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서로가 친구이자 경쟁자이며 스승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정소현 양은 “친구들의 표현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며 스토리부터 기법이나 노하우까지 보고 느끼는 점이 많다고 했다.
나를 성장시키는 ‘동그라미’
한 학기만 지나도 지난 책 속의 자신의 작품이 부끄러워진다는 ‘동그라미’ 회원들. 한 달을 가둬두고 그림 연습을 시켜야 한다며 자신을 질책하는 목소리에도 희망이 피어나고, 마감 좀 미루지 말라며 친구를 타박하는 목소리에도 애정이 묻어난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나만의 생각을 나만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아이들을 만나니 왠지 부럽기까지 했다. 참 좋은 시절, 정말 잘 커가고 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그들의 인터뷰로 마무리를 대신한다.
“사실 저희들을 만화에만 빠져 사는 아이들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학교를 벗어나면 그런 시선들을 자주 만나게 되죠.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같이 공유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동그라미의 가장 큰 힘입니다.”(박민지) “전공이 다른 친구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해낸다는 것이 멋있지 않나요? 축제 때는 전공을 나눠 포스트를 만들고 홍보 영상도 만들어요. 각자 잘 할 수 있는 일로 역할을 나누고 또 함께 하면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게 되는 것. 그것이 동그라미의 힘입니다.”(한정길)
문의 248-5516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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