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 전주완주 통합 무산 ''후유증 극복'' 어떻게
전주-완주 상생사업 ''파트너십''으로 이어가야
통합 비전 주민설득 실패 … 투표 결과 정치공세 경계해야
전주-완주 행정통합 무산에 따른 후유증 극복이 과제가 됐다. 특히 행정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전주시와 완주군 관계자들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당혹스럽고, 진심을 알리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절감했다"고 말했다.
완주군 유권자의 53%가 투표에 참여해 55%가 통합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결정방법이나 참여 수준을 놓고 볼 때 의회 의견청취나 여론조사 수준에 머물렀던 1997년, 2009년 상황과는 비교하기 힘든 결정이다. 20여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통합에 대한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분간은 양 지자체의 통합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관건은 통합 무산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데 쏠릴 수 밖에 없다.
상생사업 폐기는 후유증만 키워
우선 이번 통합 무산은 지자체 정책추진의 실패인지 주민의 선택실패인지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통합 전주시''의 비전을 제시하며 군민의 선택을 기다렸다. 전주시의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20여가지의 상생사업을 제시했고, 이중 일부는 실현됐거나 실행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완주군민들은 ''통합 불가''를 선택한 것이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남규 사무처장은 "통합비전이 완주군민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통합 이후에 복지, 교육, 환경 등이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란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전주-완주 통합의 목적은 현실적·제도적 한계 때문에 분산된 양 지자체의 행정경계를 합쳐 전북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자는 데 있었다. 통합 전주시 출범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시된 상생사업은 양 지자체의 발전을 위한 출발점이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26일 "완주는 전주라는 아군이 없으면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전주시 또한 완주라는 응원군 없이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완주군의 로컬푸드나 농업·농촌 개혁프로그램은 전주라는 ''백그라운드'' 위에서 발전할 수 있다. 탄소산업을 포함한 전주시의 산업·경제 경쟁력을 위해선 완주군의 도움이 필연적이다. 통합이 무산됐다고 해서 이미 제시된 상생사업을 폐기하는 것은 결국 ''흡수통합을 위한 미끼''라는 일부의 폄하를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상생사업을 파트너십으로 연결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생사업으로 제시했던 것을 일거에 거둬 들인다면 자신들의 정치적 책임을 주민에게 전가하는 꼴이다.
정치공세는 역풍 불러온다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지자체장과 정치권에 대한 책임도 이런 연장선에서 평가해야 한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통합시장 불출마 선언과 함께 "통합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천명했다. 임정엽 완주군수도 이번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이번 통합 무산 결과가 핵심사안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주시장, 완주군수 출마·불출마는 개인적 판단일 것이나 정치적 책임은 상생사업에 대한 향후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통합 찬반 활동에 나섰던 정치권 인사들에게서도 마찬가지다. 투표 결과를 정치공세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역풍을 불러 올 공산이 크다. 정치권에선 통합을 추진한 단체장에 대한 정치공세가 아니라 양 지역 발전에 대한 구상과 비전을 제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주민투표 결과를 정적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삼게 되면 지역내 여론만 분열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통합 반대 결정을 자신의 정치적 진로나 견해에 대한 지지로 오인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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