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맛에 산다- 민화 그리는 모임 ‘흥덕 문화의 집 민화동아리’
민화의 고운 색, 마음에 물들다
민화 그리며 성격도 부드럽게 변해 … 취미로 배운 민화, 벽화채색 봉사로 이어져
지갑 속에 있는 1만원권 지폐를 꺼내보면 민화인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다. 요즘 한참 방송중인 TV 사극 드라마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그림도 민화다. 민화는 예부터 내려오는 덕담을 그린 그림이다. 자식을 많이 낳고 출세하며 행복하게 장수하기를 바라는 조상들의 소망을 담고 있다. 그림 속에 의미가 있어 작가의 기원을 담기도 하고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기도 한다. ‘흥덕 문화의 집 민화동아리’를 찾았다.
“작품 마친 뒤 뿌듯함 말로 표현 못해”
민화수업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해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까지 이어진다. 온종일 민화를 그리지만 회원들은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회원들 모두 ‘한국예술제’에서 한번 이상씩 수상한, 수준급 실력파들이다. 몇 년 전부터는 청주시의 의뢰를 받아 거리 벽화 채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직동 중앙도서관 거리, 운천동 거리, 무심천 등에 그들의 작품이 그려져 있다. 민화를 알렸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8년째 민화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반귀현 회장(59)은 “민화는 섬세함, 차분함, 꼼꼼함이 필요하다”며 민화를 그리면서 성격이 부드러워지고 인내심도 생겨서 “체력이 되는 한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 회원들 중 단연 눈에 띄는 회원이 있다. 바로 구경순(84) 회원. 구 회원은 문의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문화의 집에 오지만 결석 안 하는 모범 회원으로 유명하다. 처음에 기초만 배우려고 왔다가 민화의 고운 색감에 빠져 8년째다. 구 회원은 “시간이 걸리지만 한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그렇게 정성껏 만든 작품을 딸, 아들친구, 손녀딸 등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을 했더니 받는 쪽에서도 감탄하고 나 자신에게도 큰 기쁨이 된다”고 말했다. 구 회원의 활동은 동아리 내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고.
최소희(41) 회원은 “민화 사랑이라는 공통분모 외에 민화를 통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새 끈끈한 정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민화를 배우고 싶다면 붓 잡는 법부터 물감선택, 농도, 색칠방법 등 기초부터 배우기 때문에 신입 회원도 걱정할 것 없다. 기초반 수업은 화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민화 배우려면 그 가치부터 알아야
민화 동아리를 약 10년째 이끌고 있는 이방우 강사(64)는 “민화는 천천히 배워야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지도하는 민화의 첫 수업은 민화의 뜻과 유래부터 이야기한다. 민화의 가치와 소중함을 아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서다. 실제 작품은 ‘호작도’로 시작한다. 호작도는 호랑이와 까치가 그려진 작품으로 호랑이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표정이 해학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강사는 “영리한 까치의 놀림을 받은 어리석은 호랑이를 빗대 세상을 풍자하는 그림이 재미있다. 또 호작도는 ‘신년보희(新年報喜)’라 하여 ‘새해를 맞아 기쁜 소식이 들어온다’는 뜻을 담고 있어 회원들의 첫 작품으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모란도’는 꽃 중의 왕으로 부귀·영화와 제왕을 상징하며 서민들이 바라는 소망과 희망을 담고 있다. ‘초충도’는 다산, 다남을 뜻하고 ‘약리도’는 잉어가 하늘로 올라가는 그림으로 관직에 등용되라는 뜻과 함께 자신의 포부와 뜻을 높이 떨치라는 의미다. 그 외에도 공부하는 학생의 방에는 문방사우를 그린 ‘책가도’가 알맞다고 조언했다.
윤정미 리포터 miso08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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