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가끔씩 ‘여기서 쓰는 IPL, 어느 회사 꺼예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이 분들 얘기를 조금 들어 보면 병원에서 사용하는 피부 미용 장비에 대해서 나름 빠삭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장비의 이름은 물론이고 어느 병원에는 어떤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잘 정리해서 파악하고 있다. 관심이 깊어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원조’ 장비 이외의 장비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의 학창시절을 회상해 보면 고정관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편견에 의해 사물을 판단하면서 자칭 ‘쿨가이’로 착각했던 왕자병 환자였다. 다행히 성형외과의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 살면서 내 자신을 심각하게 반성할 기회를 여러 번 갖게 된 덕분에 지금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 와인이 뜨기 시작할 때 좀 어색했었다.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와인하면 낭만과 여유의 나라 ‘프랑스’가 떠올랐지 햄버거와 콜라의 나라 ‘미국’과 와인은 매칭이 되질 않았다. 오리지널에 대한 관대함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편견은 전문가들에게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한 목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와인 품질 평가를 위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미국을 비롯한 변방 국가의 와인들이 프랑스의 내노라 하는 와인을 제치고 최고에 올랐다고 한다. 좋은 평가를 받은 미국 와인을 막상 사려하다 망설인 기억이 있다. 원조에 길들여져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온라인 뉴스나 매체들을 통해 나오는 글들을 보면 스킨케어 장비에 대한 원조 맹신을 많이 접하게 된다. “어느 병원은 세계 최초의 IPL인 ***사의 IPL인데 효과는 아무래도 원조가..., 프락셀은 처음 만들어진 얼비움글라스 프락셀로 해야 색소침착 없이 흉터를 없앨 수 있고...,” 등등 원조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 내용들이다.
처음 들어오는 장비, 즉 원조 장비의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술비도 비싸다. 후발 장비의 시술가격은 그보다 저렴하다. 장비의 가격이 비싸지 않고 시술이 보편화되어 많은 수요와 공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후발 장비들은 원조 장비의 결함을 보완한 것들이 많아 기능면에서 더 뛰어난 것들도 많다. 후발 장비들은 저렴하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은 맞지 않다. 원조 장비의 기술력은 인정해야 하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장비를 사용하는 의사의 능력과 환자의 노력이다.
청담심스성형외과의원 심희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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