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말 배워서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각장애인과 소통 할 수 있는 수화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매주 금요일 중학교 학생들에게 수화 기초 과정을 가르치는 김지은 학생(나사렛대 수화통역학과 3학년)의 바람이다. 선천성 청각장애인인 김지은 학생은 어느 곳에 가든지 의사소통하기 힘든 현실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에서 수화통역을 전공하는 것도 청각장애인들의 답답함을 덜고 수화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다.
나사렛대 수화통역학과 3학년 김예슬, 김지은, 황덕임, 유니버설캐릭터디자인학과 3학년 황인아 학생 등 네 명이 천안여중 수화동아리 ‘손짓나래’ 회원 10여명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수화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천안여중 학생들이 수화를 배우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연스럽게 의기투합했다.
*수화통역을 가르치는 나사렛대학교 김예슬 김지은 황덕임 황인아 학생
청각장애인들과 소통 위한 노력 모두가 함께했으면 =
이중 김지은, 황인아 학생은 청각장애인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수화로 한마디도 못하던 학생들이 한학기가 끝나가는 요즘은 짧은 문장의 의사표현도 가능하고 노래도 곧잘 따라 부르며 한층 자신감을 갖는 것을 보면 정말 신난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 캠퍼스에서 만나 시내버스를 타고 함께 천안여중으로 이동한다. 학기 중 학업에 바쁜 일정이지만 수화를 배우려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네 명 모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함께 한다.
수업은 청각장애인 학생이 먼저 한 단어씩 가르치면 다른 학생이 이를 통역하는 등 네 명이 각자 역할에 따라 팀워크를 이루어 팀티칭을 한다. 김지은 학생은 “중학교에서 영어 수학도 아니고 수화교육을 한다고 해서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수화 사용 당사자인 청각장애인에게서 직접 배우니 청각장애인 세계를 이해하는 학생들의 마음까지 커가는 것 같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황인아 학생은 “청각장애인들은 일반인들과 대화하는 자체를 즐겁게 생각하고 좋아한다”며 “작은 눈빛, 얼굴표정, 손가락 한마디 한마디의 움직임으로도 수십 수백 가지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수화를 더 많은 학생들이 배워 청각장애인들과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 등 특정 계층의 사람들이 주로 배웠던 수화를 중학생들이 배운다는 것이 기특하고 고맙게 느껴진다는 황덕임 학생은 “수화도 언어로 일찍 배우기 시작하면 배우기도 쉽다”며 “한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를 가진 소수민족인 청각장애인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우리사회 모두가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화동아리 반장인 천안여중 2학년 한사라 학생은 “처음에는 단순히 흥미가 있어서 시작했지만 배울수록 기쁨도 있고 새로운 꿈도 생겼다”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이들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김예슬, 김지은, 황덕임, 황인아 학생 4총사는 올 한해 자원봉사를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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