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완주군 화암사

일상에 지친 나를 위한 힐링 여행

아담하고 소박한 옛스러움으로 나그네의 발길 붙잡아

지역내일 2013-06-25 (수정 2013-06-25 오전 8:36:01)

녹음이 짙은 유월, 때이른 더위를 피해 걸을만한 작은 숲길을 찾다 만난 길. 언젠가 지인의 소개로 처음 발을 디디게 된 완주의 자그마한 천년 고찰 화암사로 향하는 길이다. 지난 가을 노란 은행잎 덕에 고즈늑한 가을을 만끽하기에 손색없던 작은 절 화암사, 이 초여름 푸르름을 만나 더 옛 멋을 풍기며 웅장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어느 시인도 잠시 머물렀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연인에게 연애편지를 쓰듯 시와 수필을 남긴 산중의 절집 화암사를 찾아보았다.    



천년의 고찰 화암사, 그 자체가 보물단지
전주역에서 40분가량 달려 도착한 완주군 불명산 시루봉 남쪽에 자리잡은 화암사. 화암사(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1078번지)는 신라 진성여왕 3년(694년)에 일교국사가 창건하였으며, 설총도 한때 이곳에서 공부하였다고 전해진다.
화암사는 원래 본사인 김제 금산사에 딸린 사찰로, 원효와 의상이 유학한 후 수도했다는 기록으로 봐 신라 문무왕 이전에 개창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유재란 때 피해를 당해 조선 선조 38년(1605)에 중건돼 오늘에 이르렀다.
화암사 안에는 우화루(보물 제662호) 극락전(보물 제663호) 화암사 동종(지방유형문화재 제40호) 중창비(지방유형무화재 제94호) 등 4개의 주요문화재가 있다. 그 중 극락전이 지난 2011년 문화재청으로부터 국보 제316호로 승격지정 됐다.
극락전은 중국 남조시대에 유행했던 하앙식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건물이다.
그리하여 화암사 극락전은 남원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제10호)과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제289호) 등에 이어 도내 12번째 국보로 탄생하였다.
고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단청하나 찾아볼 수 없는 작은 절간, 화려하진 않지만 원목느낌 그대로라 둔탁해 보이긴 하나 그래서인지 옛스러움은 더한다.
한눈에 보아도 늙어가는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화암사는 그 자체가 보물이다. 



나를 위한 재충전의 길, 화암사 숲길
화암사 주차장에서 외길을 따라 나무그늘 아래 숲길을 걷다보면 길가로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고 중간중간 나무다리가 나온다.
불명산 다람쥐를 벗삼아 흙길과 돌길을 한20분 걸어 올라가면 시원한 물줄기가 쏴아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데. 폭포라 하기엔 미흡하지만 깊은 산중이라 물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폭포스러운 애기폭포다.
화암사가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절이어서인지 평상시엔 인적이 드물다. 하지만 휴일인 오늘은 제법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할머니를 따라 나와 이른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뭔가를 잡겠다며 바위틈을 후비는 악동들도 신이 난 눈치다.
짧고 작게 흐르는 폭포 옆으로 147개의 철제계단이 보인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는 일은 예상보다 즐겁다. ‘우화루 꽃잎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철제계단은 완주문화의 집 어린이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한겨울에도 꽃과 낙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화암사를 짝사랑한 시인 안도현의 시와 수필도 만나 볼 수 있다.
유월에 찾은 화암사 숲길은 동행한 이와의 거리를 두고 걷게 한다. 그와의 소소한 대화보다 나를 되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이리라. 



사랑하는 이에게만 알려주고 싶은 ‘화암사’
꽃과 시가 있는 147개의 철제계단을 모두 오르면 하늘과 맞닿은 곳에 지붕 한켠이 보인다. 그리고 서서히 그 형태를 드러내는 화암사 우화루. 여느 사찰과 다른 느낌이다. 돌다리도 아니고 나무다리 건너 나무기둥 몇 개가 몸체를 받치고 버티고 섰다.
우화루를 통해 절 안으로 들어서면 동서남북 사각형을 이루고 있는 화암사를 만날 수 있다. 일반적인 사찰처럼 절 입구에 있는 사천왕문 등의 격식은 생략이다. 그저 절 안은 남북으로 우화루와 극락전, 동서로 묵적당과 불명당이 마주 앉아 있어 마당이 네모반듯한 ‘ㅁ’자형이다.
아줌마들의 수다보다 오랜 세월을 전해주는 고찰의 속삭임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늙고 작은 절에서의 몇시간. 함께한 친구는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어 좋다! 세상속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 되어 늙어가는 모습이 역력해 찾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같아. 화암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꼭 한번은 찾고 싶은 곳이야!”라고 말한다.
모질고 세찬 풍파 다 헤치고 견디어서인지 나무결 하나하나에 그 오랜 세월이 다 묻어있다. 오래 되어 낡아 빛은 바랬지만 자연과 하나되어 긴긴 세월 다 이겨낼 수 있었던 그만의 지혜도 숨겨져 있는 듯하다.



내려오는 길에 또 한번 시인의 시에 눈길을 던져본다. 그리고 공감한다.
“화암사가 그러하다. 어지간한 지도에는 그 존재를 드러내고 밝히기를 꺼리는, 그래서 나 혼자 가끔씩 펼져보고 싶은, 작지만 소중한 책 같은 절이다. 십여 전 전쯤에 우연히 누군가 내게 귓속말로 일러주었다. 화암사 한번 가보라고. 숨어 있는 절이라고. 가보면 틀림없이 반하게 될 것이라고-안도현 시인의 잘 늙은 절, 화암사 중에서”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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