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가?

아빠 없이 떠난 6가족의 좌충우돌 캠핑이야기

지역내일 2013-06-24 (수정 2013-06-24 오전 8:52:34)

캠핑이 대세란다. TV를 켜면 아이와 아빠가 캠핑을 떠나고, 인터넷 좀만 검색하다보면 캠핑에 대한 기사 나오고, 멀리 볼 것 없이 주위를 봐도 캠핑 장비 사서 슬슬 시작하려는 가족이 꽤 되는 것을 보면 대세는 대세인가보다.
아무리 여기저기서 캠핑 얘기하며 대세라 해도, 캠핑은 먼 나라 이야기인 집도 있다. 아빠가 바쁘거나, 아빠가 캠핑보다는 콘도 같은 쾌적한 여행을 좋아하거나, 아빠가 주말이면 소파와 합체되거나…. 아빠가 그리 협조적이지 않은 집들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에게 캠핑을 맛보게 해주고 싶어도 엄마 혼자 아이들 데리고 떠나기엔 만만치 않다. 그래서 시작됐다. 아빠 없이 떠난 6가족의 캠핑! 

캠핑1




아빠 없이 캠핑을 떠나는 이유에 대하여
시작은 이랬다. 한 엄마가 그 예약 어렵다는 과천캠핑장을 광클릭으로 예약해 냈다. 원래는 아이 유치원 친구 가족들과 캠핑할 계획이었는데 여건이 허락지 않자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엄마들의 카톡방에 갈 사람을 모았고, 마침 그 날짜에 시간이 되는 6가족이 모이게 된 것. 텐트를 6개 예약했기에 6가족이 모이게 되었다.
그렇게 구성된 캠핑팀의 구성은 9살 7명, 7살 1명, 5살 1명, 그리고 엄마 6명. 모두 15명이 떠나는 대규모 캠핑이다. 2가족을 빼면 캠핑이 처음인데 이 정도 규모의 캠핑이라니. 우리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빠들도 없이?
아빠 없이 캠핑을 하게 된 사연들을 들어보자. “아빠가 너무 바빠요. 얼마나 바쁜지 토요일,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때가 많아요. 그래서 캠핑은 꿈도 못 꿨는데…. 이렇게 친구들 갈 때 묻혀서 가지 않으면 아마 갈 일 없을 거 같아 얼른 가겠다고 했어요.”, “작년 이맘 때 유치원 친구들과 여기서 처음 캠핑하고 좋았던 기억 때문에 다시 예약하게 됐어요. 아빠더러 가자고 하면 오긴 할 텐데 작년에 아빠들도 같이 오니까 좀 어색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그냥 집에서 쉬라고 했어요.”, “아빠가 캠핑보다는 콘도 같은 곳으로 여행가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캠핑은 어떨까 궁금해 하기만 하고 시도를 못했는데 이렇게 친구들이 가니까 따라나선 거지요.”, “막내 위로 고등학생 언니오빠가 있어요. 주말이면 시험이니 학원수업이니 하면서 언니오빠에 맞춰 움직이다보니 캠핑은 꿈도 못 꾸지요. 막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이번에 많이 가벼워질 거 같아요. 아빠는 집에서 큰애들 챙기느라 바쁠 거예요.” 등등등 각 가정마다 이유도, 사연도 제각각이지만 어쨌든 목표는 아이들에게 캠핑을 맛보게 해주자는 것 하나다. 그렇게 우리는 과천캠핑장으로 떠났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그 이름 캠핑!
동네에서 차로 30분 거리면 도착하는 과천캠핑장. 각자의 상황에 맞춰 개별적으로 출발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한 팀은 막히지도, 기다리지도 않고 금방 도착한 반면, 오후 12시 좀 넘어 출발한 팀은 캠프장 가까이 다 도착해서도 주차장에 진입하는 데만 2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과천캠핑장에 오는 차량은 국립현대미술관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만차일 경우 한 차가 빠져야 한 차를 들여보내는 시스템이다 보니 오전 11시가 좀 지나면 주차를 기다리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첫 번째 팁! 과천캠핑장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되도록 일찍 가시길. 
어렵사리 주차를 하고 나면 이번엔 텐트까지 짐을 나르는 고난이도의 노동이 기다린다. 캠핑장입구에서부터 텐트까지 이어지는 길은 산길이다 보니 경사가 제법 된다. 이 길을 한 살림 챙겨온 엄청난 짐과 함께 올라가려니 시작도 전에 지치는 기분이다. 다행이 카트가 있기는 하지만 카트에 싣고 밀고 올라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번째 팁! 매점에서 웬만한 것은 다 파니까 최소한 짐을 단출하게 챙길 것(특히 아빠가 없이 가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래도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아이들에게도 한 짐씩 안겨주고 카트를 밀고 올라간다. 한번 다녀온 경험이 있는 엄마 덕에 입구에서 가깝고 매점도 바로 옆인 텐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한 가족씩 텐트 안에 짐을 넣어두고는 엄마들은 실신 모드. 그러나 아이들은 물총 꺼내들고 물가로 냅다 뛰어간다. 집에서는 심심하다고 친구 불러달라고, 놀아달라고 성화이던 아이들이 여기서는 엄마 한 번 찾지 않고 자기들끼리 너무 잘 논다. ‘그래! 아이들 신나라고 우리가 여기 온 거지. 이 정도 고생쯤이야…. 몸은 좀 힘들지만 마음은 뿌듯하구나!’

캠핑2




온종일 놀아도 지치지 않는 9명의 꼬마 에너자이저
준비해간 김밥에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도 먹고, 주차로 고생했던 팀도 도착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신나게 놀고, 엄마들은 커피마시며 한바탕 수다를 떨어도 아직 오후 3시다. 아이들 학원 픽업 안하고 잔소리도 안하니까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가는 이 느낌.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리 바쁘고 쫓기게 살았나 하는 생각들이 스쳐간다.
계곡 쪽에 나가보니 아이들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까지 종횡무진하며 물총놀이도 하고 올챙이도 잡으며 신나게 논다. 돌을 건널 때면 언니 동생이 손잡고 도와주고 서로 챙겨주며 함께 노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 산 위로 올라가면 체력단련장도 있고 놀이터도 있다는데 아이들은 물가에서 더 좋은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점심도 대충, 간식도 안 먹고 노느라 바쁜 아이들이 배고플까 좀 이른 시간부터 저녁을 준비한다. 이제 엄마들의 진가가 발휘되는 시간. 조금씩 준비해 온 음식과 장금이 손을 가진 엄마들의 실력 발휘 덕에 맛나고 푸짐한 저녁식탁이 완성됐다. 종이컵에 맥주 한잔 따라놓고 안주만 한가득이라고 웃으면서도 모처럼 야외에서의 여유 있는 저녁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해는 어느덧 사라지도 어스름하게 어둠이 내린다. 손전등 하나씩 손에 쥐고 텐트로 몰려 들어가 귀신놀이도 하고,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 막춤도 추고, 학교에서 배운 노래도 부르고…. 서로서로 번갈아 아이디어를 내며 지치지도 않고 노는 아이들. 완전 MT가 따로 없다. 반면 엄마들은 눈으로는 아이들 노는 모습 바라보면서, 입으로는 먹으면서, 귀로는 다른 엄마 이야기를 듣느라 바쁘다. 엄마는 역시 멀티플레이어. 




몸은 떨어져 있어도 아이들이 궁금한 아빠들, 담엔 같이 떠나요!
아이들과 엄마들은 이야기꽃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 때, 아빠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주위가 조금씩 어두워지니 한 명씩 번갈아 아빠로부터의 전화를 받는다. 취미가 원예인 아빠는 모처럼 휴가 잘 보내라고 했더니 별로 좋아하지도 않더라면서 낮에는 양재동꽃시장에 가고 저녁엔 혼자 삼겹살을 드실거라고. 효자아들인 한 아빠는 본가에 가서 맛있는 저녁도 먹고 모처럼 막내아들 역할 톡톡히 하시는 중이라고 한다. 또 두 분의 아빠는 토요일 저녁에도 열심히 일하는 중이시고, 위로 큰 아이들 저녁먹이고 챙기시느라 바쁜 아빠까지. 혼자 있는 모처럼의 시간 룰루랄라 휴가라도 받은 것처럼 홀가분하게 쉬실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그렇지도 않다. 엄마만 아이들이 없으면 허전한 게 아니었다. 아빠들도 역시 매일 부비던 아이들이 없으면 외롭고 허전한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한 엄마가 “아마 가자고 했으면 따라 왔을 거 같다”고 말하자 다들 고개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렇다. 일 때문에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아빠들도 마지 못하는 척 함께 와 아이들과 물총싸움도 같이 하고 더 즐겁게 놀았을 지도 모른다. 다소 낯선 문화인 캠핑이 귀찮기도 하고, 잘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려니 쑥스러운 마음 때문에 나서지만 않았을 뿐 같이 가자고 말해 주길 기다렸을 지도 모르겠다.
한쪽에서는 공부도, 잔소리도 없는 완벽한 하루를 즐기며, 한쪽에서는 재미난 수다에 시간가는 줄 모르며,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가족을 그리면서…. 그렇게 캠핑초보 가족들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캠핑3




아이들의 말!말!말!
“냇가에서 논 거랑 텐트 안에서 친구들하고 놀기도 하고 함께 잠도 잔 게 너무 좋았어요. 특히 친구들하고 같이 강남스타일 노래 부르고 춤추니까 너무 신났어요.(고윤성)”
“캠핑 너무 재미있었고 똑 가고 싶어요.(황채영)”
“계곡에서 친구들과 종이배 만들어 띄우며 논 거랑 산속에서 딱따구리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것, 그리고 친구들과 새벽 공기 마시며 놀았던 기억이 참 좋았어요.(박유빈)”
“텐트 안에서 손전등 켜고 논 거 너무 재미있었어요. 고구마 구워먹은 것도 맛있었고 기억에 나요. 또 가고 싶어요.(하정유)”  
“텐트에서 손전등 켜고 논 게 제일 재미있었어요.(임현수)”




<과천캠핑장 팁>
-텐트맞기: 예약할 때 텐트위치까지 지정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이용시간은 13시부터이나 일찍 가서 원하는 텐트를 찜하는 게 좋다.
-주차: 국립현대미술관 주차장은 미술관, 동물원, 캠핑장 이용객이 다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캠핑장 이용객이 빠져나가고 미술관이나 동물원 이용객이 들어온 이후인 12시가 지나면 주차가 매우 힘든 상황. 모처럼 캠핑와서 차에서 시간 다 보내지 않으려면 서두르는 게 좋다.
-캠핑장 예약 및 더 많은 정보는 ‘서울대공원 자연캠핑장(grandpark.seoul.go.kr)’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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