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 허가증

지역내일 2013-06-24

얼마 전 남자 수염을 제거하기 위해 오신 분과 상담을 하게 되었다. 수염이 영구적으로 제거 되는지, 다시 털이 나게 되는지, 시술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물어 보셨고, 지금까지 다양한 경우의 수염 환자 분들을 시술한 경험과 실제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을 드리게 되었다.

“6번 정도 시술을 받으시면 평균 80~90% 정도의 털이 영구적으로 제거되고 남은 털은 가늘어지게 됩니다. 영구적이라는 의미는 시간이 오래 지나도 털이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시술은 면적에 따라서 20-40분 정도가 소용됩니다” 등의 설명을 하자 환자 분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는 반응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냐고 여쭤보니 모두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다르게 알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인터넷은 각자(여기서는 각 병원)에 유리한 내용을 가능한 빨리 쉽게 퍼져 나가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소비자나 전문가를 가장해서 다양한 네트워크의 망에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의 글들을 퍼트리는 매개체로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상의 정보는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을 드렸다. 그러면서 음식점이 맛있다거나, 영화나 책이 재미있다거나 선거 시 누가 우세라는 글 등등이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서 거짓인 것을 알게 된 경우를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예들의 말과 함께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실명으로 글을 쓴 사람의 이름을 밝히고 주제에 대하여 자세하고 지루한 설명을 하는 글들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환자 분이 “자동차도 처음 나왔을 때 운전 면허증이라는 제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교통사고가 빈번해 지다 보니까 운전 면허증 제도도 생기고 신호등도 생기게 된 것 아니냐. 그러니 인터넷도 사용 허가증을 발급하고 신호등처럼 규제도 있어야 한다”고 조금은 흥분된 어조로 말씀을 하셨다.

빠른 정보의 교환과 다수의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인터넷의 역할을 생각하면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인터넷 사용 허가증’이라는 단어는 며칠이 지난 지금에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이익과 공익의 사이에서 깊은 고뇌를 하면서 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나만 현명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제이엠오피부과의원
고우석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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