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으면 공부가 즐거워집니다
한양대학교는 미래의 유망분야 0.1%의 인재를 집중 육성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문과 3개, 이과 4개 등 7개 학과를 선정했다. 이를 ‘다이아몬드7’ 이라 이름짓고 합격자 전원 4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며 대학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학과가 바로 파이낸스 경영학과다.
보평고를 졸업하고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올해 한양대 파이낸스 경영학과에 진학한 박동우 군. 경험하고 직접 부딪혀야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게 되더라고 말하는 박 군은 입시는 스펙보다는 스토리이고 열정으로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경제를 중심으로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동기가 무척 흥미롭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강의를 만나다
파이낸스, 즉 금융은 21세기 가장 유망한 분야 중의 하나다. 박 군이 진학한 파이낸스 경영은 경영학에서 금융분야를 특화한 학과로 경제와 경영 그리고 수리가 융합된 새로운 학문분야이다. 대학의 학과선택은 평생의 직업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큰 만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잘 살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특별한 관심사나 재능이 두드러지지 않는 이상,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있는 사회탐구와 과학 탐구 과목들은 대학의 전공을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박 군의 경우도 그랬다. 그는 입시를 준비하면서 우연히 듣게 된 경제과목 강의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사실 고1까지 역사에 관심이 있었어요. 앞으로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거든요. 사회탐구 과목 중에서 저에게 난공불락의 과목은 바로 경제였어요. 성적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이 강의 저 강의 찾아 헤맸죠. 인강으로 우연히 듣게 된 것이 바로 ‘최진기의 인문학 기행’이었어요. 철학과 경제를 접목한 강의였는데 듣다보니 경제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유럽재정위기까지 한번에 정리되더군요.”
최 강사는 단지 경제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경제현상을 분석해주고 나름의 해석을 달아주었다.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고 매일 뉴스와 신문에 보도되는 사회현상들이 읽혀지기 시작했다.
철학이고 정치이면서 인간의 삶 자체인 경제라는 학문에 매료
“경제라고 하면 우선 돈부터 떠올랐고,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들로 가득한 딱딱하고 재미없는 공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숫자하나 없이 경제를 재미있게 풀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 능력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경제는 인간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는 학문으로 인철학과도 맞닿아 있고, 정치 역사와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가장 핵심적인 학문이더군요.”
수능경제 33강을 3번이상 들었고, 경제신문과 경제학 도서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최진기 강사의 강의법을 흉내내고 싶었다. 방 한쪽 벽에 대형 칠판을 주문제작해 달아놓기까지 했다. 경제의 흐름을 마인드맵 형태로 구조화하면서 수강생 없는 강의를 했다.
“강의식 공부는 제 공부습관 중의 하나인데, 이때부터 시작된거예요. 책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하는 공부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잘 기억되는 것 같아요. 내친 김에 경제교재도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학년 겨울방학에는 경제라는 학문에 빠져 이렇게 시간을 보낸 것같아요.”
박 군은 칠판에 써가면서 하는 강의식으로 학습하고, 수능문제집에서 마음에 드는 문제들을 골라 스스로 교재를 만들면서 진짜 공부의 맛을 알게 되었다고 박 군은 말한다. 경제경시인 테셋을 공부할 때도 이런 방법이 동원됐다.
‘200분에 끝내는 경제’ 개설해 친구들에게 강의
자신만의 공부방법을 터득한 박 군은 친구들을 대상으로 강좌를 열어 직접 강의를 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바로 보평고에서 유명세를 탔다는 ‘200분에 끝내는~’ 시리즈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스터디를 결성해 친구들을 가르친다면 더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강의에 친구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강좌명도 만들었어요. 한 과목을 200분 안에 정리한다는 의미로 ‘200분에 끝내는 수능경제’, ‘200분에 끝내는 한국지리’라고 붙였고, 자율학습 시간을 이용해서 친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습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더 기쁜 것은 제가 찍어준 문제들이 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영역을 확대해 수학강의에도 이 방법을 적용했는데, 주로 3~4점짜리 심화형 수능문제들을 골라서 교재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강의했다. 한번의 강의를 위해 시험지를 30개 이상 들여다 봤고, 난이도별 2~3단계의 버전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박 군은 문항의 유형과 시험문제 출제의 틀도 꿰뚫게 되었다.
“가르치는 사람입장에서 문제를 출제하다보니 예전에는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똑같은 그래프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었어요. 예컨대 A방향으로 물었던 문제를 B방향으로도 물어보는 식으로 문제를 변형해 새로운 문제도 만들어냈습니다. 그 덕분인지 수학은 항상 1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때의 공부가 지금 대학공부에 정말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여러 가지 사회문제 해결할 경제정책 개발하고 싶어
구체적인 꿈과 미래의 직업을 묻자, 하고싶은 일이 너무 많아 걱정이라고 박 군은 답했다. 고등학교때는 무작정 경제가 좋아 빠져들었고 그렇게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박 군이다.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 꿈인 것 같아요. 역사공부를 좋아하던 제가 경제에 꽂혀 숨가쁘게 달려왔듯이, 제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분명히 있겠죠. 제가 평생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지금은 좀 더 많이 탐색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큰 틀에서 현재 하고 있는 공부가 있는 만큼 금융과 경영, 사회와 경제정치 등의 분야를 융합한 직업을 갖고 싶어요.”
‘쫓아갈 수 있는 꿈이 있다는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는 박 군은 분배, 복지, 노동문제 등 경제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분석해보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개발하는 일을 하고 싶다.
“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고, 기업을 경영할 수도, 정책개발을 하는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미래 사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예측하고 거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사고가 유연한 사람이 미래의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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