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전 10시 20분부터 강원중학교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시작된다. 11시 5분까지 45분간 펼쳐지는 ‘동아리 시간’. 운동장에서는 농구시합이 펼쳐지고 각 교실에서는 토론 및 스피치대회를 준비하는가하면, 독서교육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일주일에 하루, 한두 시간을 동아리 시간으로 편성하는 타 학교에 비한다면 이는 실로 파격적인 일이다. 하지만 강원중학교 동아리 프로그램만의 특별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흥미와 적성을 고려한 동아리 학급 편성
“당신의 자녀가 몇 학년 몇 반인지 아십니까?”라는 질문에 “우리 아이는 ‘수학사랑’반입니다.”라고 답을 한다면 ‘웬 동문서답?’이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강원중학교에서만은 예외다. 현재 강원중학교는 타 학교들처럼 학급을 1반 2반 3반으로 구분 짓는 방식이 아닌 ‘멘토링 시스템 동아리 학급’이라는 독특한 체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동아리 학급 안에는 1, 2, 3학년이 모두 포함되는 ‘무학년 학급’ 시스템이다.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 18학급의 반편성이 되겠지만, 강원중학교는 총 27개 동아리 학급으로 재편성해 운영 중이다. 그러다보니 전교생 605명 가운데 한 동아리 학급당 약 20~24명(학년 별 7~9명)으로 학급당 학생 수 또한 타 학교에 비해 현저히 줄어 담임교사의 세밀한 관리가 가능하다.
재학생(멘티)들은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동아리 학급과 담임교사(멘토)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학교는 최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존중해 학급을 편성한다. 때문에 학생과 교사사이에 신뢰가 끈끈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나아가 자신들의 관심분야의 다양한 학습활동을 스스로 주도한다는 기쁨도 맛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1, 2, 3학년이 하나의 학급으로 꾸려지다보니 자연스레 형들이 동생들의 공부를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교내 학교폭력도 현저히 낮아지게 되었다는 것이 나순철 교무부장 교사가 들려주는 동아리 학급의 다양한 장점이다.
물론 수업 운영을 위한 행정상의 학급도 운영된다. 동아리 학급 여려 개가 합쳐져 한 반이 편성되기에 정규수업 또한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동아리 활동은 월 2회 토요일 단체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져 체험학습, 봉사활동 등을 펼친다.
전교생이 참가하는 리더십 대회
강원중학교의 동아리 학급이 주목받는 건 특색 있는 반 편성뿐만이 아니다. 이 학교는 매년 ‘리더십 대회’를 개최해 동아리 학급이 1년간 어떻게 활동하며 미래지향적이고도 지덕체를 고루 겸비한 인재 육성이라는 방향성을 잘 지켜가고 있는지 검증한다.
리더십 대회는 토론대회, 말하기대회, 어휘력 경시대회, 농구대회 등 4개 분야로 이루어진다. 여기엔 전교생이 돌아가면서 예선전에 참가한다. 1년에 걸쳐 모든 동아리의 모든 학생들이 4개 분야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형식이다.
토론대회는 학년별 예선전을 거쳐 본선 진출 4팀을 선정하고, 전교생과 5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본선대회가 치러진다. 말하기대회는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진행방식은 토론대회와 같다. 어휘력 경시대회는 학생들의 국어 어휘 수준을 평가하는 것으로 년 2회 경시대회 형식으로 치러진다. 동아리 학급별로 펼쳐지는 농구대회는 1년간 리그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체력관리와 학급간의 단합을 유도한다.
이에 더해 동아리 학급들은 2박3일간 화천에 위치한 벽수수련원에서의 체험활동, 학교 축제 때 이루어지는 합창대회와 일기형식의 과제를 진행하는 꿈노트, 담임교사의 지도 하에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독서교육까지 과거 교과서 틀에 맞춘 칠판 중심 교육을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꿈과 흥미를 찾아가도록 하는 바람직한 교육이 되고 있다.
타 학교에서 동아리 학급 배워가기도 [미니인터뷰]
강원중학교만의 동아리 학급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 데는 오랜 노력이 필요했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틀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았어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모든 교사들이 합심한 결과입니다. 최근엔 많은 학교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배워가기도 합니다.” 스스로 학급을 선택하고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매력적이고, 더불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토론대회에서 두각을 보인다거나 입시 준비에서도 중학교 때부터 준비된 동아리 스펙이 실제 큰 도움이 되는 것에 학생들 스스로도 강한 자신감을 부여받는다는 것이 나순철 교무부장의 설명. 이는 결국 각 담당교사들의 책임감 있는 지도와 학부모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동아리 활동을 교육과정 속에 녹여내어 학생들에게 새로운 다양성을 전달하고 있는 강원중학교의 도전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교육의 방향이다. 변화하는 입시제도에 부합됨을 떠나서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적성을 찾고,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이론 교육이 아닌, 스스로 목적을 찾고 자신의 방향성을 찾는 도전이 이 학교에서는 펼쳐지고 있다.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강원중학교 최종호 교장
- 동아리 중심 교육을 주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공부’만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개인의 꿈 희망 끼를 살리는 교육이 중요해졌어요. 아이들의 재능을 학교, 선생님, 부모님 3자가 도와준다면 아이들의 미래에 훨씬 도움이 될 거란 생각입니다. 우리학교 동아리 학급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지요.
-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교사들은 앞에서 안내해주는 멘토 역할만 할 뿐, 대부분은 학생들이 꾸려나갑니다. 그 일례로 획일화된 수학여행을 없애고 동아리별로 학생들이 원하는 곳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기도 해요. 또한 벽수수련원으로의 2박3일 프로그램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합니다. 독거노인 방문, 연탄 나르기, 양로원 봉사 등의 활동 또한 마찬가지죠. 물론 모든 행사는 항상 담임교사 동행 하에 이루어져 사전에 안전사고 등을 예방합니다.
- 학생들의 활동을 지켜보시면서 뿌듯할 때가 많으시죠?
리더십 대회를 준비하는 걸 보면서 놀랄 때가 많아요. 아주 적극적이지요. 다양한 활동을 교사들이 직접 서포트하다보니 업무량이 많아졌지만,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힘이 납니다. 앞으로도 저희들은 학생들의 꿈을 위한 살아있는 교육을 더욱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지금부터 완벽한 자율과 책임을 불어넣어 주면 고등학교나 대학에 진학해서도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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