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시골 김경래의 전원스타일

“뼈를 묻겠다구요?”

지역내일 2013-06-21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할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 결정을 하기까지에는 많은 고민을 한다. 결정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뼈를 묻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을 계획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도시 아파트에 살면서 여기저기 숱하게 이사를 다녔다. 한 뼘이라도 평수를 넓히기 위해 20평에서 30평, 40평으로 옮겨 살았고, 값이 더 오를 것 같아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바삐 돌아다녔다. 그런데 전원주택을 지으면서는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한다. 더 이상 옮겨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한다. 집 뒤에 죽으면 묻힐 자리까지 잡고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쉽게 자리를 잡기 힘들고 완벽함을 추구하게 된다. 뼈를 묻겠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잡다보니 이것저것 고민할 것들은 더욱 많아진다.
하지만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전원생활 터 잡기였고 집 짓기였지만 실제 살아보면 그것이 쉽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옮겨야 할 상황들이 생긴다.
살다보니 애초 생각했던 것처럼 편안히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닐 수도 있고, 주변이 개발되면서 옮길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또 급한 사정이 생겨 팔고 떠나야 할 상황도 생기고 잘 못된 계획으로 인해 변경을 해야 할 경우도 많다.
치악산 아랫마을에 살고 있는 K씨는 제주도가 고향이다. 강원도가 좋아 10여 년 전 도시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치악산 계곡으로 이주해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있다. 이곳에 정착할 당시에는 그야말로 “뼈를 묻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고향인 제주도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해 제주도로 옮겨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K씨처럼 아무리 좋은 자리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으로 터를 잡아도 이런저런 변수로 인해 옮겨갈 이유가 생긴다. 하지만 전원주택은 자리를 잡았다 옮겨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좀 더 여유로워진다. 도시의 아파트는 큰 어려움 없이 상황에 따라 옮겨 살았다. 전원주택이라고 하여 그렇게 못할 이유는 없다.
물론 한 자리에서 십년이고 백년, 대대손손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개인적인 신상이나 주변의 여러 가지 변화들로 인해 한자리에 뼈를 묻을 때까지 살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뼈를 묻겠다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지를 준비하기보다 다양한 변수에 대해 융통성을 갖는다면 좀 더 가볍게 전원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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