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만든 솔대노리협동조합&청소년카페노리

얘들아, ‘카페노리’에서 맘껏 놀아보자!

지역내일 2013-06-20 (수정 2013-06-20 오후 5:46:21)

잎이 자라 나무가 되고, 나무가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루듯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신나게 놀아보자, ‘솔대노리’에는 이런 뜻이 담겨있다. 결코 혼자서는 놀 수 없는 게 사람이라며 뜻을 모은 사람들이 마침내 일을 냈다. 솔대노리협동조합 창립과 그 첫 번째 소통 공간 청소년카페 노리(nori). 이제 막 발걸음을 뗀 그들의 따끈따끈한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송죽초 학부모독서모임▷ 재능나눔▷ 솔대노리협동조합
“송죽초등학교가 2011년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학교가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는지, 아이를 어떻게 관리해줘야 하는지 굉장히 궁금하더라고요.” 최여정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배형경 씨를 따라 학부모모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들려줬다. 시민단체 등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배형경 이사장은 혁신학교에는 부모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때마침 모임을 만들고 있었다.
“학부모와 선생님의 소통창구로 책만큼 좋은 게 없겠다 싶어 독서모임의 형태로 시작하게 됐어요. 하지만, 6개월간 진행이 되면서 점차 선생님의 참여도 어려워지고, 여러 가지 개인 사정들로 인해 모임에 한계가 왔죠.” 정말 이게 끝이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솔대노리협동조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터, 재능나눔을 해보자는 어느 학부모의 솔깃한 제안은 모임의 전환점이 됐다. 이국춘 씨는 커피애호가답게 커피를 집에서 간단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첫 번째 재능나눔을 시작했다. 각자의 재능보따리가 펼쳐지면서 사찰요리, 전래놀이, 도예교실, 강정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됐다. 그러면서 나누면 나눌수록 많은 것이 더해지는 기쁨을 보다 많은 아이들과 함께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능나눔으로 보다 탄탄해진 ‘솔대노리’는 지난 4월, 드디어 솔대노리협동조합으로 거듭났다. 

 
청소년의 꿈을 가꾸는 공간 카페노리, 건강한 먹을거리까지 챙긴다
청소년카페노리는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놀고, 함께하는 놀이로 서로를 공감하는 공간, 꿈꾸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조합원들의 재능나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도 있었다. 카페운영은 조합원 이국춘 씨를 중심으로 4~5명의 조합원이 맡았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엄마, 어른의 힘으로 만든 지역 내 카페의 등장은 참 고맙고 반갑기만 했다.   
“지난 5월24일 오픈행사로 합동제기차기를 했었는데, 아이들이 북적대는 걸 보고 이후로 청소년들도 부담없이 카페를 찾아오더라고요. 보드게임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걸 보면 마음이 뿌듯해지죠.” 배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메뉴재료들은 모두 유기농으로 시럽부터 각종 청을 조합원들이 직접 만든다. 요즘 청소년들의 고립과 자살의 원인은 먹거리에도 있다는 권현정 씨는 “지역아동센터에 식생활교육을 나가는데, 실제로 유기농 먹거리를 이용하면서 아이들의 성격이나 행동이 변화하는 걸 느낀다”고 했다. 지난 주말엔 조합원 대상으로 조미료가 안 들어간 막걸리 만들기 체험도 했다. 집집마다 솔솔 익어가는 막걸리 냄새, 상상만 해도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풍경이다.  


울고 웃으며, 서로 보듬고 이해해주기, 이것이 솔대노리협동조합의 힘
학부모들이 만든 협동조합, 수원 최초 청소년카페, 자부심이 남다르겠다 싶은데, 배 이사장은 오히려 10년 뒤를 기약한다. 협동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 상대방을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성장을 꿈꿀 수 없다.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중에 유방암 판정을 받았던 배 이사장은 4개월간의 항암치료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점심을 혼자 먹어본 적이 없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번갈아가면서 반찬을 해다가 점심을 챙겨주던 조합원들은 내겐 가장 큰 선물이었고, 그 덕분에 솔대노리협동조합도 만들어졌다”고 했다. 배 이사장의 짧고 파르르한 머리가 울고 웃던 그간의 시간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13명으로 시작한 협동조합은 현재 60여명으로 늘어났다. 그중엔 청소년조합원도 있다. 김민아 씨는 학교 학부모로 만난 정성임 상임이사의 얘기를 듣고 카페노리를 찾았다가 이곳이 정말 좋아서 바로 조합원이 됐다. 무엇보다 “카페에서 친구, 누나, 형들과 어울리는 게 즐겁다”는 아들 이진희(송죽초3)군의 반응도 한몫했다. 그리고 조합원이 되기 무섭게 솟대시계, 나무메뉴판 등 카페 구석구석의 소품, 인테리어를 담당해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치고 있다. 묵묵히 민아 씨의 일을 거들던 이진희 씨는 “협동조합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한마디 툭 털어놓는다. 어떻게 관계를 맺고 이어가야 할지 배우며, 그는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가는 중이다. 

 
아이가 어른이 된 후에도 찾을 수 있는 카페노리로 남아주길 
조합원들을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시키고, 배운 것을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도 펼칠 수 있게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것, 이게 솔대노리협동조합이 그리는 그림들이다. 2호,3호 카페노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일, 김민아 씨는 “진희가 어른이 된 다음에도 찾아올 수 있게 오래오래 이 공간이 운영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이제 단장을 마친 카페노리에선 도예교실과 어린이 중국어 노래교실을 시작으로 지역민들을 위한 본격적인 재능나눔이 시작됐다. 청소년들이 진학이 아닌 진로를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배 이사장은 “이곳에서 바리스타도 되어보고, 직접 운영도 해보면서 자신의 경험들을 나누게 할 생각이다. 여름방학엔 협동조합의 의미를 알리는 협동조합캠프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누구라도 이곳에서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나고, 건강한 먹거리도 나누고, 즐겁게 놀다가세요. 요즘 잘 나가는 핸드메이드 팥빙수 정말 끝내줘요!”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카페노리(nori)’를 소개합니다~ 
청소년과 더불어 다양한 놀이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고 서로를 공감하는 공간. 커피부터 생과일주스, 아이스티, 에이드, 와플 등 조합원의 정성스런 손길을 담은 착한 메뉴들이 건강까지 챙겨준다. 청소년은 1천원 할인해준다. 수익금은 청소년들이 더 크고 울창한 나무로 성장하는 데 쓰인다. 

위치 장안구 영화로 71번길2(수원시종합자원봉사센터 1층)
운영시간 평일 오전9시~오후10시, 주말 오전10시~오후8시
문의 031-258-8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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