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연구생이 뭐지?” 하고 궁금해 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그만큼 바둑의 세계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 산만한 남자 아이들을 점잖게 앉아있게 하는 수단으로, 또는 두뇌 계발의 수단으로 바둑학원에 보내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프로바둑기사를 꿈꾸며 학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 바둑전문가, 조기 교육 필수
어려서 바둑을 접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재능이 발견되어 늦게나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바둑으로 성공하는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프로바둑기사가 되려면 적어도 6~7세 정도에는 시작해야 현재 실행되는 제도에 따라 입단을 하고 프로기사가 되는 것에 무리가 없다. 가끔 언론보도를 통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공부 대신 아예 ‘프로바둑기사’의 길을 걷는 이들을 볼 때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고, 보통은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발굴해 서울에 있는 한국기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교 공부도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방은 프로바둑기사를 키워낼 만한 시스템이 갖추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프로바둑기사를 평생의 직업으로 삼길 원하는 아이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프로바둑기사에게 전문화된 바둑을 배우고 실력을 키우는 것을 연구생제도라고 한다.
강원학생바둑연맹 김용섭 회장은 “바둑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간 4학년 학생이 있었다. 바둑만 생각했지 아이의 생활은 고려하지 않았다. 정서적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훌륭한 사범에게 바둑을 배워도 실력이 더 이상 늘지 않는 것을 보고 강원지역 연구생제도를 시행하게 됐다”며 지역 연구생제도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서적 안정이 우선
김 회장은 “바둑 학원생들의 학부모조차 바둑의 세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지역연구생제도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우선 한국 기원에서 프로바둑기사를 초청해 설명회를 했다. 바둑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학부모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고 한다.
지역연구생제도는 강원도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현재는 원주 지역부터 시작하고 있다. 원주의 꿈나무바둑학원, 큰솔바둑학원, 솔로몬바둑학원에서 3개월씩 돌아가며 프로바둑기사를 초빙해 바둑 수업을 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제도이니만큼 아이들이 슬럼프에 빠지거나, 보이지 않는 경쟁 때문에 신경전이 벌어지거나, 운영상의 미비한 점이 보이거나 할 때면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어 연구생제도가 잘 운영되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학부모회 강동균 회장은 “아이들이 집에서 생활하며 좀 더 편하고 안정되게 공부할 수 있는 연구생제도가 생기게 되어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며 “아이가 서울에 혼자 떨어져 공부하면서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겪었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도사범인 서무상 8단은 “한 번씩 내려올 때마다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도 강하고 학부모님들의 열정도 대단해서 하나라도 더 잘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 자신도 지방에 살다가 어려서부터 서울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꼭 프로바둑기사가 되지 않더라도 바둑에 관심이 많고 잘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참 좋은 제도”라며 회원들과 학부모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 1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두각 나타내
김 회장은 “바둑은 18급으로 시작해 보통 학원에 다니다보면 7~9급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 연구생제도를 시행한 후 학원 수업시간 외에 목, 금, 토 3일 동안 하루 세 시간씩 매주 집중 수업을 하다 보니 실력이 5단계 이상 급격히 상승했다. 1년 만에 많은 전국대회에 입상하는 등 쟁쟁한 서울 아이들을 이기는 것을 보고 지역에서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진 후에 서울로 보내도 늦지 않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지역연구생제도의 성공을 확신했다.
지역바둑연구생 제도가 1년이 다돼가는 시점에서 지금 연구생으로 들어오려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김 회장은 “아직은 후원자가 없어 모든 비용을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하지만 연구생제도를 통해 프로바둑기사가 배출되고 큰 성과를 거두게 되면 바둑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의 하나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선미 리포터 ysb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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