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축 놓고 사기로 얽힌 강남재력가들

지역내일 2013-06-19 (수정 2013-06-19 오후 1:31:40)
80억 재력가 500억대 호텔 신축해 놓고 징역 살이 7년
15억 페라리 대금 떼인 의사, 역고소 사주한 변호사

사건에 등장하는 15억원대 앤초페라리의 실물 모습 사진 = 내일신문


이 모(58)씨는 2003년 서울 강남에 특급호텔을 짓기 시작했다. 2008년 자산가치 500억원대의 호텔이 완공됐다. 그러나 호텔경영자를 꿈꾼 이씨는 징역6년형의 사기범으로 전락해 있었다. 호텔신축의 악몽은 계속돼 지난 1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김동오 부장판사)는 이씨에게 1년형을 추가했다.

이씨의 10년 행적에 돈을 좇아 부침하는 강남재력가들의 속내가 얽혀 있다.

이씨의 재력은 80억원, 공사비 260억원의 특급호텔 신축을 위해 농협 등의 금융을 이용했다. 순조롭던 공사는 지하층을 무단 설계변경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꼬였다. 95%의 공정에서 멈춘 채 2년여를 허비했다. 금융이자를 대기 위해 강남의 다른 재력가를 만났다.

자문변호사를 통해 고급외제차 페라리 수입판매상인 유 모씨를 옥중면회로 소개받았다. 유씨는 3조원대의 국제투자금융 유치를 빌미로 18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징역5년형을 복역중이었다. 15억원짜리 앤초페라리를 구입하겠다는 신사동 치과의사에게 차량 구입비를 편취한 혐의도 지고 있었다.

유씨는 먼저 자신을 보석으로 석방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씨는 호텔영업전세권 등을 유씨의 피해자들에게 담보로 제공해주고 합의서를 받았다. 보석으로 풀려난 유씨는 1억5000만원짜리 로렉스데이토나 시계 등 명품시계 21개를 이씨에게 빌려줬다. 골프연습장 회장에게 돈을 빌릴 때 담보로 쓰라는 용도였다. 빌린 돈은 나눠쓰자고 당부했다. 명품시계는 자문변호사와 보석상이 입회한 가운데 이씨에게 건넸다.

돈이 급했던 이씨는 이 시계를 사채업자가 소개한 김 모씨에게 담보로 주고 30억원을 받아 혼자 사용해버렸다.

화가 난 유씨를 이씨 회사의 자문변호사가 충동질했다. 이씨를 고소하라고. 이씨가 합의금을 내놓게 되면 자신이 중재해서 이익을 볼 생각이었다.

돈 앞에 안면몰수 관계가 된 강남재력가들 사이에서 고소와 무고 고소가 잇따랐다. 유씨는 보석이 취소되어 재구속됐고, 이씨는 2011년에 89억원 사기범으로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이씨에게는 성매매 알선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뚤린 하수구처럼 빨아들이는 호텔공사비 때문에 준공 직전에 룸싸롱 영업을 서둘렀고 객실 30개를 가지고 9개월간 2만 5357회의 성매매를 알선했다.

유씨가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2011년의 6년형에 포함되지 않았던 로렉스데이토나 시계 담보의 건을 사기로 고소했다.빌린 돈을 함께 나눠쓰자며 시계를 주었는데 혼자 독식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른 형사사건으로 지명수배 중에 저지른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씨를 꾸짖고 유씨에 대해서도 "자신의 재력을 과장해 유씨로부터 편의를 제공받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시계를 빌려주었다"고 지적하며 1년형을 추가 선고했다. 영업중인 호텔은 현재 이씨를 대신해 부인이 대표이사로 운영하고 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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