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짙어진 신록의 푸르름이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6월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지치기 쉬운 요즘, 자연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가까운 지역 공원에 나가 더위를 즐겨보면 어떨까? 시원한 분수 물줄기에 더위를 씻어내고, 예술작품을 통해 마음의 휴식을 느끼고, 가벼운 운동과 산책을 통해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우리 동네 소공원들. 그들의 숨겨진 진가를 찾아내 봤다.
모락산을 병풍처럼 두른 예술 공원
의왕 갈미한글공원
의왕시 내손동, 계원예술대학 후문 뒤편에 위치한 ‘갈미한글공원’. 이곳은 의왕시에서 태어난 한글학자 일석 이희성 박사의 한글사랑 정신을 살리고자 ‘한글’을 주제로 조성된 시민들의 문화 휴식 공간이다. 공원의 크기는 작지만, 모락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어 마치 산 속에 공원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공원과 자연이 하나가 된 보기 드문 명소다.
주제가 한글인 만큼 공원 곳곳에 한글과 관련된 조형물들이 눈길을 끈다. 우선 공원입구에는 ㅇ, ㅂ, ㅊ, ㅎ 등 한글 자음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서있고, 공원의 중간에 놓인 너른 잔디마당에는 유명 조각가가 한글을 소재로 만든 ‘어울림’이라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잔디 마당 둘레에는 자전거나 인라인 등을 즐길 수 있는 트랙이 조성돼 간단한 운동을 즐기기 좋고, 공원 전체적으로 만든 둘레 길은 산책로로 더할 나위 없다. 공원 곳곳에는 아름드리나무와 온갖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 시민들이 그늘에서 자연을 즐기며 휴식을 만끽한다.
공원 중앙에는 여름 더위를 날려줄 크고 작은 분수대가 마련돼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으며, 분수대 뒤에는 유명 리조트에서나 있을 법한 커다란 파라솔 세 개가 설치된 나무 데크가 이국적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이 데크는 공연이나 지역 행사를 위한 무대로 사용되기도 하고 시민들이 앉아 일광욕을 즐기거나 파라솔 아래서 책을 읽는 곳으로도 사용된다.
의왕 내손동에서 가족과 함께 나들이 온 강지영 주부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공원”이라며 “모락산 옆이라 공기도 맑고 아이들 놀기에도 좋아 종종 나온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갈미한글공원에서 찻길 하나를 건너면 마주보는 곳에 조형예술물이 전시된 ‘조각전시장’이 있다. 이곳에는 한글이나 숲 등을 소재로 한 유명 예술가들의 조형작품 6~7점이 전시돼 있다. 굳이 멀리 있는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괜찮은 야외미술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예술작품과 함께 있어서인지 군데군데 놓여있는 벤치 하나까지도 운치 있다.
또한 갈미한글공원 주변에는 보리밥, 한정식, 곤드레 밥 등을 먹을 수 있는 유명 맛 집들이 즐비하고, 이곳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백운호수까지의 길은 ‘의왕시 걷기 명소’로 선정된 유명 산책로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등산복 차림의 많은 시민들이 나와 걷기를 즐긴다.
모락산 터널을 지나 백운호수까지 걷다 보면 운동과 산책이 절로 되고, 중간에 있는 뒷골마을에는 두부요리 전문점인 ‘자연콩’ 등 색다른 맛 집들도 많아 이래저래 기분 좋은 길이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농구, 축구장부터 게이트볼장까지 다양한 운동 가능
과천문원체육공원
하늘은 푸르고 사방이 초록빛으로 진해지는 계절이다. 모처럼 가족들과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할 만한 곳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 과천 문원체육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문원체육공원은 다양한 체육시설과 아름다운 조경으로 지역주민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문원체육공원의 장점은 축구장과 테니스장, 농구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이다. 땀방울을 흘리며 초록빛 잔디 구장 위를 뛰노는 축구 유망주의 모습도, 친구끼리 농구나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모습도 체육공원에서는 일상적이다.
하지만 특히 문원체육공원에서 눈에 띄는 곳은 다름 아닌 게이트볼장이다. 게이트볼은 나무망치로 공을 쳐서 문을 통과시키는 경기이다. 큰 힘이 필요하지 않아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좋다. 문원체육공원 게이트볼장은 그늘막이 쳐 있어 날씨에 상관없이 편안히 즐길 수 있다. 리포터가 방문한 날도 총 4분의 어르신들이 게이트볼에 열중하고 계셨다.
‘탕’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데굴데굴 굴러가는 공의 위치에 따라 탄성과 한숨이 번갈아 나온다. 중간 중간 “형님 먼저”, “이번엔 자네 차례지” 하며 나누는 대화들도 오붓하다.
비록 사진 촬영 요청에는 수줍게 거절했지만 하얀 운동복을 말끔하게 입고 게이트볼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푸르른 신록만큼이나 고왔다.
체육공원이라 조경보다는 운동시설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지만 문원체육공원의 아기자기한 산책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아담한 물가 옆 나무 벤치에 앉으니 공원 주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배경으로 부부동반으로 산책을 나온 모습도, 통통 튀는 공을 놓칠세라 잽싸게 다리 위를 뛰어가는 남매의 모습도 반갑다.
재잘재잘 귀여운 유치원생들이 공원 바깥쪽으로 나가는 모습에 망설임 없이 따라보았다. 공원을 빙 둘러놓은 나무 사이의 흙길이 보인다. 무더운 도심 속, 하지만 이곳은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엄마의 젖가슴처럼 보드랍게 밟히는 흙도 세상사의 심란스러움을 잠재운다.
짧은 산책길이지만 온통 연초록빛 신록과 물소리, 그리고 나무 사이의 흙길까지 마음이 평온해진다. 축구장에 공원 놀이터까지, 한낮을 신나게 보낸 아이들이 이제야 엄마를 찾는다. 색색이 선명한 놀이터의 모습처럼 아이들의 모습이 환하다.
나오는 길에 가족 모두 지압 길을 걸어보았다. 신발을 고이 두고 맨발로 한 바퀴 돌고 나면 발의 마디마디를 눌러주는 뜨거운 돌처럼 마음도 훈훈해진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도심 속, 아이들의 시원한 물놀이장
안양시 만안구 삼덕공원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삼덕공원은 여름이 오면서 아이들의 신나는 물놀이장으로 변신했다.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 바닥분수에서 솟구치는 물살에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머리까지 물에 흠뻑 젖은 채 사슴 동상 위에 올라탄 아이도 보이고 튜브에서 유유히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 아예 물속에 풍덩 자리를 누운 아이도 있다.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등나무 아래 자리를 펴고 과일이며 김밥 등 도시락을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나왔다는 김소영(38 안양5동)씨는 “집 가까이에 이렇게 좋은 공원이 있는지 얼마 전에 알았다”며 “아이가 물놀이 가자고 조를 때마다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이제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남편 박중기(40)씨 역시 “가족과 외출도 좋지만 주말 하루 집에서 쉬는데 멀리 외출하는 것은 사실 부담스럽다”며 “산책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나왔는데 아내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보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삼덕공원은 지난 2003년 전재준 회장이 무상 기증한 안양4동 소재 삼덕제지 부지에 만들어진 공원이다. 총 면적 1만9376㎡에 부근을 흐르는 수암천 자연형하천복원과 연계해 자연과 문화 휴식공간이 어우러지는 자연친화적 공원으로 조성됐다.
공원으로 조성되기 전 이 자리에는 거대한 공장이 있었다. 펄프로 여러 종이 관련 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이다. 안양시장 맞은편 2차선 도로 한쪽 벽은 공장의 허름한 담벼락이 200미터 이상 길게 있었고 공장 굴뚝에서는 항상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던 곳이다.
전재준 삼덕제지 회장은 공장을 이전하면서 350억원 이상의 공장터를 안양시민을 위해 무상으로 기부했다. 단 하나의 조건이라면 공장 굴뚝만은 남겨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안양시는 공원을 조성하며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기려 굴뚝 모양의 기념타워와 기증자의 흉상을 설치했다. 그 굴뚝 아래 한 무리의 아이들이 한 바탕 물을 뿌리고 지나간다. 아직 기부가 무엇인지 모를 나이이다. 이 아이들이 자라 전재준 회장과 같은 큰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마도 나들이를 나온 어른들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공원에는 중앙광장, 야간조명이 아름다운 연못과 바닥분수, 어린이놀이터, 피크닉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다양한 초화, 수목이 식재되어 있어 볼거리와 휴식처를 제공하고 곳곳에 체육시설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동안 어른들은 체력 단련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또한 소규모 공연무대가 갖춰져 있어 종종 시민들을 위한 각종 공연이 개최되기도 한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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