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말하는 여자 이야기 ‘청이 날다’

극단 유혹 2013 정기공연 준비 중

지역내일 2013-06-19

월피동 주택가. 허름한 지하 연습실에서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웃음꽃의 진원지는 주부극단 ‘유혹’의 정기공연 ‘청이 날다’ 연습실이다.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는 서툰 몸짓을 감추려 흘리는 멋쩍은 웃음이 아니다. 능청스레 연극에 몰입 한 배우의 연기를 보고 터져 나오는 웃음이다. 장면마다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 진짜 주부들로만 구성된 극단이 맞을까? 의심이 생길만큼 연기가 거침없다. 극 연출을 담당하는 김태현(극단 걸판 배우)씨와 심봉사 역할을 위해 초빙한 연극배우 도창선씨를 제외하고 모두 주부들이다.



안산문화예당 연극강좌 졸업생 ‘유혹’하다
바쁜 일을 뒤로 하고 정기 공연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주부극단 ‘유혹’. 2007년 40~50대 주부들로 구성돼 벌써 7년 차 극단이다. 아마추어 극단으로 출발했지만 그 실력은 짱짱하다. ‘유혹’은 2011년에는 아마추어 전국대회에서 작품상과 연기대상, 인기상, 연출상 등 4관왕을 수상했고 해마다 성미산 마을 연극제에서 초청공연도 펼친다.
‘유혹’의 첫 시작은 안산문화예당 연극 강좌 수강생들이 연극을 계속 하고 싶어 극단을 꾸렸다. 그 후 신입단원은 인터넷 카페를 보고 가입하는 회원들이 많다. 창단멤버 4명을 포함해 주부 14명이 유혹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부들이 함께 모여 연극을 하게 된 동기는 다양하다. 어떤 회원은 연극을 하고 싶다는 아이를 이해하고 싶어 시작한 사람도 있고 또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혹은 젊은 시절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고 싶어 연극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딱 하나 공통점은 모두 이시대의 열혈 아줌마 ‘주부’들이었던 것.
그러나 무대위에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야 하는 연극 주부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강순자 단장은 “처음엔 너무 쑥쓰러웠죠. 그런데 이젠 다 벗어놓고 연기에만 몰입해요. 무대에서는 내가 아니라 심청이 되고 뺑덕어멈이 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까, 더 재밌게 할까가 늘 고민이죠. 이 쯤되면 우리도 진짜 연극배우 맞죠?”라며 활짝 웃는다.

연극..... 주부의 삶을 바꿔놓다
이렇게 자신의 껍질을 깨고 시작한 극단 활동은 세상에 많은 아줌마들 중 한 명이었던 이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년째 활동 중인 백공주씨는 “아이들이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해요. 늦게라도 하고 싶은 일 찾아서 하는 엄마가 아이들 눈에 좋아 보였나 봐요. 그런 이야기 들을 때 힘이 나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는 연극도 재미있고 엄마의 존재가 아이들에게 힘이 된다니 더 바랄게 없어요”라고 말한다.
창단 멤버인 윤미라씨에게 유혹은 좀 더 특별하다. “유혹활동을 통해 인생을 배웠어요.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많은 인간관계를 맺는데 사실 관계를 잘 풀어갈 노하우는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유혹에서 사람들끼리 관계를 풀어가는 법도 배우고 내안에 숨어있던 재능도 발휘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한다.
극단 유혹은 매년 연말 지역아동센터와 복지관을 순회하며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펼치는데 이 활동에는 회원들의 자녀들도 함께 참여한다. 지난해 ‘오즈의 마법사’ 극에는 윤미라씨의 아이들도 함께 배우로 참가했다.
윤미라씨는 “연극에 참가한 후 아이들의 자존감이 확실히 높아졌어요. 소극적이던 아이는 적극적으로 변했죠. 정기공연도 유혹의 큰 자랑이지만 사실은 연말에 진행하는 재능기부가 보람은 더 크다”고 말한다.

정기공연 ‘청이날다’로 여자이야기 풀어내다
여자들이 모여 있으니 이들이 연극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당연히 여성 문제다. 심청전을 현대에 맞게 각색한 작품 ‘청이날다’는 극단 유혹의 두 번째 창작극이다. 극을 통해 유혹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위로와 격려’다.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목숨을 내 놓은 심청이 현대를 살아가며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내용이다. 강순자 단장은 “우리 이야기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무거운 책임감, 사회적 차별이 많지만 여성의 힘으로 즐겁게 신나게 헤쳐 나가는 심청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단 유혹의 정기공연 ‘청이날다’는 오는 6월 21일(8시)과 22일(3시 6시) 안산예술의전당 별무리 극장 무대에 오른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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