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청장 '흔적 지우기, 디지털분석 결과물 전량 폐기'
검찰이 14일 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경찰공무원법 위반, 형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김 전 청장이 국정원 관련수사를 축소·은폐한 사실이 검찰수사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디지털분석이 진행된 12월14일부터 16일까지 주말에도 출근, 직접 상황을 챙겼다. 그는 보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손으로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 녹화 영상을 확인한 결과 댓글 분석 작업 중 분석관들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대박 노다지를 발견했다", "오늘의 유머에서 게시글이 나왔어요", "국정원 큰일 나는 거죠", "우리가 여기까지 찾을 줄 어떻게 알겠어" 등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관들은 확인된 정치·선거 관련 출력물을 100여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해 서울경찰청 지휘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김 전 서울청장은 분석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12월15일 저녁부터 '국정원의 선거 개입 및 정치 관여 혐의는 없다'는 취지의 보도자료 초안을 미리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또 "수서서 수사팀에는 디지털증거분석 상황과 결과를 알려주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기자단 상의없이 보도자료 내 = 서울경찰청의 지시를 받은 수서서는 12월16일 오후 11시 '문재인·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보도자료 배포 형태로 발표했다. 대선 후보 TV토론이 끝난 직후였다. 100쪽에 가까운 디지털분석 결과물은 이날 밤 전량 폐기됐다.
서울경찰청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기자단과 보도시점을 상의하거나 공식 브리핑 시간을 논의하던 방식과 달리 독자적으로 판단해 대선을 3일 앞둔 시점에 기습발표 형태를 선택했다.
경찰의 기습적인 중간 수사결과 발표로 인해 다음날인 17일 서울경찰청 기자단은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기자단의 요청으로 이날 오후 2시 이뤄진 간담회에서 김 전 청장은 "분석 결과가 반대로 나와도 마찬가지로 즉시 발표했을 것"이라며 "다만 밤이 너무 늦어서 공식 브리핑 형태를 취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의 이날 해명은 6개월만에 검찰수사를 통해 거짓말로 드러났다.
◆일선 경찰 자성 목소리 =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 수사를 은폐·축소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온 뒤 경찰 내부에선 초상집 분위기다.
16일 경찰관들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대한민국 현장경찰관이 국민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한 일선 경찰관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그림 파일에는 '사과' 모양의 그림과 함께 '경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여 수사의 공정성을 해쳤다'고 사과했다. 또 조직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해 부당한 명령이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었고 한 사람의 경찰로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침묵했던 점도 사과했다.
황정인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들고 찍은 사진과 글을 올렸다. 황 과장은 사과문에서 "지방청장이 공식적인 지휘계통을 통해 휘하 수사관들을 모두 범죄의 공범으로 만들었다"며 개탄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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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4일 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경찰공무원법 위반, 형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김 전 청장이 국정원 관련수사를 축소·은폐한 사실이 검찰수사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디지털분석이 진행된 12월14일부터 16일까지 주말에도 출근, 직접 상황을 챙겼다. 그는 보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손으로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 녹화 영상을 확인한 결과 댓글 분석 작업 중 분석관들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대박 노다지를 발견했다", "오늘의 유머에서 게시글이 나왔어요", "국정원 큰일 나는 거죠", "우리가 여기까지 찾을 줄 어떻게 알겠어" 등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관들은 확인된 정치·선거 관련 출력물을 100여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해 서울경찰청 지휘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김 전 서울청장은 분석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12월15일 저녁부터 '국정원의 선거 개입 및 정치 관여 혐의는 없다'는 취지의 보도자료 초안을 미리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또 "수서서 수사팀에는 디지털증거분석 상황과 결과를 알려주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기자단 상의없이 보도자료 내 = 서울경찰청의 지시를 받은 수서서는 12월16일 오후 11시 '문재인·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보도자료 배포 형태로 발표했다. 대선 후보 TV토론이 끝난 직후였다. 100쪽에 가까운 디지털분석 결과물은 이날 밤 전량 폐기됐다.
서울경찰청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기자단과 보도시점을 상의하거나 공식 브리핑 시간을 논의하던 방식과 달리 독자적으로 판단해 대선을 3일 앞둔 시점에 기습발표 형태를 선택했다.
경찰의 기습적인 중간 수사결과 발표로 인해 다음날인 17일 서울경찰청 기자단은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기자단의 요청으로 이날 오후 2시 이뤄진 간담회에서 김 전 청장은 "분석 결과가 반대로 나와도 마찬가지로 즉시 발표했을 것"이라며 "다만 밤이 너무 늦어서 공식 브리핑 형태를 취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의 이날 해명은 6개월만에 검찰수사를 통해 거짓말로 드러났다.
◆일선 경찰 자성 목소리 =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 수사를 은폐·축소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온 뒤 경찰 내부에선 초상집 분위기다.
16일 경찰관들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대한민국 현장경찰관이 국민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한 일선 경찰관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그림 파일에는 '사과' 모양의 그림과 함께 '경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여 수사의 공정성을 해쳤다'고 사과했다. 또 조직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해 부당한 명령이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었고 한 사람의 경찰로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침묵했던 점도 사과했다.
황정인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들고 찍은 사진과 글을 올렸다. 황 과장은 사과문에서 "지방청장이 공식적인 지휘계통을 통해 휘하 수사관들을 모두 범죄의 공범으로 만들었다"며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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