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와 아들 제이든 스미스의 동반 캐스팅으로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 ‘애프터 어스’가 지난 5월 30일 개봉했다. 스미스 부자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영화인데다 영화 속에서도 부자지간으로 주연을 맡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대만큼 영화 속에 녹아들지는 못했다.
천 년 전 버려진 지구에 불시착해 사투를 벌인다
3072년, 인류는 ‘노바 프라임’이라는 새로운 행성에 살고 있다. 천 년 전, 무분별한 파괴와 생산으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만큼 황폐해진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행성에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노바 프라임’ 최고의 전사 사이퍼 레이지(윌 스미스)는 마지막 임무 수행에 아들 키타이(제이든 스미스)를 동반하는데, 뜻하지 않게 소행성 폭풍을 만나 위험한 행성 지구에 불시착한다.
천 년 동안 인간이 살지 않았던 지구는 모든 생명체가 인간을 죽이도록 진화한 가장 위험한 행성 중 하나. 불시착한 우주선은 두 동강 나고, 우주선에 갇혀 있던 위험천만한 외계생명체 ‘얼사’의 행방도 묘연하다. 설상가상으로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통신기는 멀리 떨어진 선미(船尾)에 있다. 부상당한 아버지를 대신해 구조요청을 해야만 살 수 있는 키다이는 지구의 위험과 대적하며 우주선의 반쪽을 찾아 나선다.
폐허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지구
버려졌던 지구에 천 년이 지나 불시착한다는 설정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참신했다. 50여 년간 민간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비무장지대의 변화 모습도 궁금한데, 천 년 동안이나 인간이 살지 않았던 지구를 영화는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더구나 모든 생명체가 인간에게 적대적으로 진화했다니 새로운 생명체의 모습도 기대감의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구의 모습은 폐허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아름답다. 산소부족으로 숨쉬기가 힘든 환경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키타이에게만 해당될 뿐 지구 생명체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또 지구 생명체의 모습도 천 년 전 생명체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하긴 현재의 생명체도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한 결과물인데, 천 년간 얼마나 진화했겠는가. 영화가 말하는 상황과 눈에 보이는 상황이 어긋나는 아쉬움이 있다.
상상력은 참신했지만 다소 진부한 스토리 전개
인류가 거주하는 새로운 행성, 위험천만한 지구, 어린 아들이 생존을 위해 위험에 맞서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설정, 미래의 의상과 무기, 인간의 두려움을 감지해 공격하는 외계 생명체 등 영화 속에는 상상력이 넘쳐난다.
그런데 그 상상력을 풀어줄 스토리는 다소 진부하게 전개된다. 위험천만한 상황과 역경을 딛고 결국 키타이가 통신기를 찾아 성공적으로 구조요청을 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결말이 정해져 있어 극적인 긴장감을 느끼기 힘든데, 영화는 계속해서 긴장감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부족한 산소여과기, 부서진 아버지와의 통신장치, 밤이 되면 꽁꽁 얼어붙는 혹한의 환경, 위치를 알 수 없는 위험 생명체 ‘얼사’ 등 갖가지 긴장요소를 내세우지만 역부족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강요받는 기분이 든다. 위기 상황 속에서 부자가 관계를 회복하는데 좀 더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감동이 더해지지 않았을까.
중학생 남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감상
성인에게는 아쉬움이 많은 영화지만 아버지가 눈높이를 낮춰 중학생 아들과 함께 감상한다면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영웅인 아버지와 유약함을 감추려는 아들의 보이지 않는 냉랭한 관계가 아버지가 부상을 당한 역전 상황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어간다는 다소 작위적인 영화의 스토리가 안쓰럽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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