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허(虛)한 그대에게 닭요리를 허(許)하노라
때 이른 불볕더위로 심신이 지치는 요즘이다. 본격적인 여름은 저만치 있건만, 벌써부터 찌는 날씨에 올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 앞선다. 마음 같아서는 식구들 보약이라도 한 재씩 지어 먹이고 싶다. 하지만 선뜻 지르기 쉬운 일은 아닐 터. 이럴 땐 음식으로 몸 보양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름철 국민 보양요리인 닭요리로 말이다.
서양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 민간요법으로 할머니가 끊여주는 치킨스프를 먹는다. 우리나라 역시 더위에 지치거나 몸이 허해지면 닭을 넣고 푹 끓인 삼계탕을 주로 먹는데, 신기하게도 보약 못지않게 기운이 난다.
오랫동안 분당을 지켜왔던 ‘닭한마리 칼국수 옛날 그 집’이 동판교에 새롭게 오픈해 판교 맛 집으로 명성을 잇고 있다. 그 동안 서현동 먹자골목을 지켰지만 ‘손님들을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대접하고 싶다’는 박정규 대표의 뜻에 따라 이전을 하게 된 것. 서현동에서 눈에 익었던 간판이 어느 날부터 안 보여 의아해 하는 손님도 많았을 것이다.
매운탕처럼 칼칼한 맛으로 사로잡은 입맛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조리장까지 지낸 박정규 대표는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확실한 철학이 있다. 그는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내 가족이 못 먹을 음식은 남에게 줄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마인드이겠지만 이것을 지키지 못해 외면 받고 사라지는 식당들이 많은 것을 보면 참 중요한 원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닭한마리 칼국수가 메인메뉴이다. ‘닭한마리 칼국수’라고 하면 원래 동대문이 유명하다. 양푼에 내놓는 뽀얀 국물의 ‘동대문표 닭한마리’와 이곳의 ‘닭한마리 칼국수’는 엄연히 차별화 된 맛을 낸다. 이곳의 얼크니 칼국수는 진한 닭국물이 매운탕 마냥 칼칼한 맛을 내 신선하면서도 독특하다. 또한 닭도 토막을 내 먹기가 편하다.
자고로 맛으로 따지면 닭육수처럼 맛있는 것이 없다고 하는데, 온 정성을 들여 만들어 낸 이곳의 육수는 닭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진한 것이 특징. 이 국물 맛을 못 잊어 찾는 마니아가 많다. 처음에는 약간 싱겁게 느껴지지만 국물이 계속 끓으면서 자연스레 간이 맞춰진다.
박 대표는 수년간 매일 아침 직접 시장을 보다보니 시장보기의 달인이 되었다고 한다. 척 보기만 해도 맛있는 녀석들을 고를 수 있다는 것. 역시 좋은 재료는 음식의 가장 큰 조미료이다. 가락동에서 테이블 8개의 작은 식당으로 시작해 분당에서 유명한 맛 집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얼크니 칼국수는 고기와 감자, 그리고 떡볶이 떡을 건져서 소스에 찍어먹으면 되는데, 바로 그 특제소스가 명물이다. 부추와 양배추, 겨자와 양념장이 소스와 어우러져 고기와 함께 먹으면 닭 특유의 느끼한 맛과 잡냄새를 없애 줘 맛을 더욱 돋워준다. 나중에 이 소스에 칼국수를 찍어 먹어도 일품.
어느 정도 건더기를 먹었으면 칼국수를 넣고 끓이면 된다. 국수를 넣고 끊이다 보면 국물도 감칠맛이 돌며 입안에 척척 감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밥을 볶아 먹어야 제대로 된 마무리. 자작하게 졸여진 국물에 밥을 볶아서 먹으니 배가 부른데도 또 들어가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부모와 어린자녀 둘이 함께 와 닭한마리 주문하고 밥까지 볶아먹으면 충분히 배가 든든할 만큼의 양이다. 요즘은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한방삼계탕을 찾는 손님들도 많다. 여름철에만 제공하는 계절 메뉴다.
신선한 생닭에 마늘, 인삼, 대추, 황기, 천궁 등을 넣고 압력솥으로 30분간 끓인 후 30분 동안 뜸을 들여 1인분씩 내 놓는다. 이렇게 내온 삼계탕은 젓가락만 닿아도 살점이 떨어질 정도로 육질이 부들부들해 먹기에 좋다. 기름을 다 제거해 깔끔하면서도 한방의 깊은 맛이 나서 손님들이 매우 좋아한다. 요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하루 판매할 양을 오전에 만들어 놓는데, 초저녁쯤이면 바닥을 드러낸다고 한다. 이곳은 칼국수 집답게 면도 즉석에서 뽑아서 사용한다. 적당한 두께에 적당한 탄력이 있어 맛도 일품이다. 여름에는 이 면으로 콩국수도 만든다. 진하게 만들어낸 콩국을 부어 만든 시원한 콩국수도 별미다.
저렴하고 푸짐해서 각종 모임장소로도 적당
이곳은 평일 낮에는 인근 회사원들이 많이 찾고 주말에는 옛 맛을 잊지 못해 찾는 가족단위 손님이 많다고 한다. 인테리어가 깔끔해서 지인과의 모임장소로도 그만이고 가격까지 저렴해 부담 없이 찾기에 좋다. 또한 주차도 편리하다.
박 대표는 “단골고객들이 판교까지 일부러 찾아와주시니 더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질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고 늘 똑같은 전통의 맛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공부하느라 지친 자녀들과 함께 ‘닭한마리 칼국수 옛날 그 집‘을 찾아보면 어떨까.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닭고기는 뇌신경 전달물질의 활동을 촉진시켜주며 단백질 함량이 다른 육류에 비해 높아 두뇌활동과 성장을 촉진시켜 준다고 하니 자녀들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닭고기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공부하는 자녀 뒷바라지하느라 스트레스 쌓인 부모들에게도 딱 맞아 떨어지는 음식인 셈이다.
메뉴 닭한마리 칼국수(2인분) 20,000원
한방삼계탕 11,000원
냉콩국수 6,500원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78 삼환 하이펙스 지하 1층 108호
문의 031-709-0176~7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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