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직업이 된 주부들의 이야기

“엄마의 직업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됐답니다”

지역내일 2013-06-14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에 빨래까지 주부들은 쉴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집안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하루 종일 분주히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지만 가끔 허무할 때도 있다. 이럴 때 주부들은 나만의 직업을 꿈꾼다. 짭짤한 수입은 기본이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직업. 그 직업을 찾은 세 명의 주부이야기를 전한다.  
유광은 리포터(lamina2@naver.com


바느질 강사 손정연씨
삶에 활력과 에너지를 선사한 바느질
주부라면 한번 쯤 집안 꾸미기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도전해보면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 집안 꾸미기도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며 자신의 손재주를 탓한다. 이런 평범한 주부들의 눈에는 손정연씨의 손재주가 마냥 신기하다. 똑같은 천이지만 그의 손에 닿으면 멋진 작품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작품 전시실 같은 그의 거실은 아이디어 살림살이로 가득하다. 자투리 천으로 만든 냄비 손잡이 커버와 작품처럼 걸려있는 비닐봉투 보관함,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TV 가리개가 그녀의 거실을 멋지고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손정연씨는 “예쁜 천을 보면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내 손으로 만든 작품에서 명품가방에서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느낀다”며 “이 재미로 바느질을 계속 하게 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고픈 엄마의 마음으로 시작
거실 한쪽에 영어 이니셜이 새겨진 필통이 눈에 들어온다.
“제가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 필통이에요. 몇 년 전에 몸이 많이 안 좋았어요. 늘 아픈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 미안했지요. 그래서 뭔가 특별한 것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아이들의 이름 이니셜을 수놓은 필통이에요. 필통을 시작으로 이것저것을 만들게 됐지요. 바느질에 집중하다보니 잡생각도 없어지고 몸도 좋아지더군요.”
아이들을 위해 정성껏 만든 필통은 그에게 바느질 강사라는 직업을 안겨 주었다. 그의 바느질 솜씨에 반한 동네 주부들의 요청으로 손정연씨는 자연스럽게 바느질을 가르치게 됐다. 또 늘어나는 작품을 자랑삼아 인터넷 카페에 올렸더니 사겠다는 주문이 들어와 작품 판매까지 하고 있다. 요즘은 늘어나는 주문량에 판매를 더 늘리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지, 아니면 만족감이 높은 작품 활동 위주로 일을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바느질 때문에 제 삶이 180도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제가 독립적으로 변했지요. 예전에는 남편을 많이 의지했거든요. 남편도 제가 일을 하는 모습이 좋다고 응원해 주고 있어요. 경제적으로는 더 알뜰해졌지요.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쉽게 쓸 수가 없더라고요. 덕분에 남편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답니다.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해 주고자 시작한 바느질이 제 삶에 활력과 에너지를 선물해줬답니다.”            


종이접기 마스터 강사 오현경씨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나를 발전시켜요
오현경씨는 금천, 목원, 영등포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친다. 특별한 날엔 성인들을 위한 특강도 진행한다. 어버이날이 다가올 때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현금봉투’ 만들기 수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멋스러운 한지를 정성껏 접어 만드는 이 수업은 어버이날이나 명절 때 주부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종이접기 최고 단계인 마스터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종이접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켓, 앵그리버드 같은 캐릭터는 물론이고, 실용적인 휴지통과 보석함까지 그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비행기가 종이접기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의 작품들은 상상의 한계를 넘어서게 한다.
한동안 아이를 키우며 분주했던 그는 첫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간 후 여유시간이 생기자 종이접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어릴 적 많이 했던 종이접기를 제대로 배우기로 했어요. 자격증을 따서 사회활동을 해도 좋고, 여의치 않으면 내 아이를 가르쳐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부담 없이 시작했지요.”
오현경씨가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시작한 봉사 활동 덕분이라고 한다.
“자원봉사센터와 초등학교 특수반에서 종이접기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 경력 덕분에 주민자치센터와 초등학교에서 강사로 일하게 됐어요. 강사로 일하면서 다시 자격증에 도전, 마스터 자격증도 갖게 됐지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그것이 경력이 돼 계속 발전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가족의 적극적 지원과 격려가 큰 힘
살림도 하며 종이접기 강사로 바쁜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돼 준 것은 가족이다.
“남편은 제가 일하는 것을 적극 지원해 줍니다. 곁에서 많이 격려해 주고, 아이들도 제가 일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요. 특히 아들은 엄마가 종이접기 마스터라는 사실에 자부심이 대단해요. 그래서 자신도 종이접기만큼은 꼼꼼하고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한답니다.”
큰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오현경씨는 명예교사 자격으로 반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쳤다. “엄마가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딸아이의 눈에는 자랑스러웠나 봐요. 그 덕분에 아이가 더 활발해지고 학교생활도 적극적으로 하게 돼 부회장도 맡게 되더라고요. 엄마로서 보람 있고 뿌듯했지요.”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요즘, 그동안 일하느라 아이들에게 소홀하진 않았는지 자꾸 되돌아보게 된단다.
“아이들이 그동안 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이해해 주어 고맙지요. 저도 아이들이 자신의 생활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부모로서 잘 도와주고 싶어요. 가족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이 제가 바라는 우리 가족의 모습이에요” 



천연비누&화장품 만들기 강사 이현주씨
아이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시작, 전문지식 쌓으며 자신감 키워
천연비누&화장품 만들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주씨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비누와 화장품을 직접 만들다 강사로 활동하게 됐다.
“지금 6학년인 큰 애는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가 심했어요. 다섯 살 무렵에는 아주 심해져 밤에 한, 두 시간도 제대로 못 잤지요. 병원과 한의원도 다녔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어요. 그때 지인 한분이 천연 비누나 화장품을 쓰면 아토피에 좋다고 해 천연화장품 만들기를 배우게 됐어요.”
아이의 피부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는 경험을 하면서 그는 천연 화장품에 더 관심을 갖게 됐고, 내친 김에 아로마테라피 자격증을 따면서 전문 지식을 넓혀 나갔다.         


자연과 사람을 보호하는 일,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천연화장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시절, 이현주씨는 관련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며 천연화장품 만들기를 배워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동아리 강사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이현주씨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너무 두려웠어요. 강의 전날 떨려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지요. 하지만 전문 지식이 점점 쌓이면서 자신감이 저절로 생기더군요. 경험과 지식이 내면의 힘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그는 화학책을 들여다보고 어려운 분자식 공부하며 관련 지식을 넓혀갔다. 제품 성분표시를 보면 어떤 화학 성분으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가 됐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지역 조합과 문화교실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꿈은 공방을 갖는 것이다. 천연비누나 천연화장품을 만드는 일은 취미나 직업 이전에 자연과 사람을 둘 다 보호하는 일이라 많은 사람들과 이 일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집에서 그냥 살림만 했다면 이만큼의 자신감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 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이 점점 쌓일 때마다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아요.”
이씨는 “오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은 천연 화장품을 만들 때 무조건 많이 넣으면 좋다고 생각한다”며 “오일은 치료성분도 있지만 반대로 독성도 있어 성분을 잘 알고 용량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로서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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