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버스정류장에서 비타민 나누는 동네목사 신현희 씨

“비타민 먹고 오늘 하루도 힘차게”

지역내일 2013-06-12

아침 출근길에 만난 이웃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평범한 일상이었던 이런 풍경이 사라진 요즘, 이웃들과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매일 아침 버스정류장에서 비타민을 나눠주는 사람이 있다. 본오동 안산나눔교회 신현희 목사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목사님이 비타민을 나눠주는 이유라면 당연히 교회 전도를 위해서라 생각하겠지만 그가 비타민을 내밀며 건네는 말은 “좋은 아침이야. 학교 잘 다녀와”와 같은 일상적인 인사말이다. 마치 동생을 대하 듯,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을 대하듯이 편하게 비타민 위에 인사를 얹어 전한다. 매일 아침 7시부터 7시 30분까지 반월공원 버스정류장은 그가 이웃을 만나는 사랑방이 된다.

“2년 전 어느 월요일 아침 버스를 타게 됐는데 사람들 얼굴이 너무 어두웠어요.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하러 떠나는 사람들 표정처럼 우울해 보였죠. 그 때 생각했어요. 그 사람들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비타민을 나눠주자고 결심했다”라는 신현희 목사.

지금은 그가 나눠주는 작은 비타민 덕분에 이른 아침 버스정류장의 정적이 깨어지고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늘었다.
등굣길에서 비타민을 받은 이강욱(송호고) 학생은 “가끔 아침에 비타민을 받는데 동네 아는 형처럼 반갑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활짝 웃는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나란히 출근을 하시는 어느 부지런한 부부도 “젊은 사람이 매일 만나도 정겹게 편하게 인사를 하는데 보기가 참 좋다”시며 신현희 목사의 손을 꼭 잡는다. 어떤 이는 반갑게 다가와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다.
신현희 목사는 자신을 ‘동네목사’라 칭한다. 멀리 있는 대형 교회가 아니라 동네에서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가진 것을 나누며 살아가는 동네목사. 

2011년 시작해 매일 30분씩 비타민을 나눠 주다보니 그가 나눠준 비타민 숫자만 4만개가 넘었다.
“우리 본오1동 동네 주민이 4만여명이에요. 우리 동네 사람 모두 제가 나눠주는 비타민을 먹는 날까지 계속하고 싶다”며 활짝 웃는 신현희 목사.

비타민에 전하는 그의 마음을 알아 준 것인지 사람들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아침마다 비타민을 나눠주는 당신을 보고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었다”며 뒤늦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에게 고민 상담을 청하기도 한다.
신현희 목사는 “눈인사만 나누던 사이에서 서로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보면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웃는다. 요즘엔 그와 함께 비타민을 건네는 사람이 늘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모임도 만들었다. ‘아름다운 마을을 만드는 좋은 사람들’ 줄여서 ‘아마존’이다.

“모든 동네가 정을 쌓고 살면 다 좋은 동네가 되죠. 특히 우리 동네 본오1동은 유흥가가 없어 조용하고 교통이 편리한 동네입니다. 물론 동네마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살아가는 사람들이 노력해서 바꿔야죠. 서로 마음을 여는 것부터 좋은 동네를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는 신현희 목사. 오늘도 비타민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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