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은밀하게 위대하게’

남파 특수공작원들을 다룬 비운의 스토리

지역내일 2013-06-11

강풀 원작 ‘아파트’(2006)를 시작으로 ‘이끼’,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26년’ 등 웹툰이 영화의 소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달동네 슈퍼의 바보 종업원이 사실은 북한의 최정예 스파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평점 9.7을 받으며 화제가 된 작가 훈(Hun)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화했다. 


전설이 되어야만 돌아갈 수 있는 남파 공작원들
북한의 5446부대는 인정에 휩쓸리지 않는 살인 병기를 양성하는 남파 특수공작부대이다. 5446부대에서 죽음을 넘나드는 가혹한 훈련을 거쳐 2만대 1의 경쟁을 뚫고 최고 엘리트 요원이 된 원류환(김수현)이 남파된 곳은 어이없게도 남한의 최하층민이 거주하는 달동네다. 슈퍼마켓의 바보 종업원 방동구로 잠입해 배달, 청소, 주인아주머니가 시키는 허드렛일을 하며 거주자들의 신상을 은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특수명령을 기다리며 무료하게 간첩생활을 한 지 2년, 공화국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자 부대의 동료 실력자였던 리해랑(박기웅)이 가수지망생으로 위장해 남파되고, 이어서 류환을 조장으로 존경하며 형처럼 따르던 부대원 리해진(이현우)이 감시원으로 남파된다. 세 공작원이 달동네 식구들과 부대끼며 일상에 익숙해질 무렵 뜻밖의 명령이 내려오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남파된 5446부대원 모두 자결하라는 것.
어차피 죽거나 전설이 되어야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허무한 뜻밖의 명령에 류환은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 당이 북에 계신 어머니만 잘 보살펴준다면 못할 것이 없지만, 어머니의 소식조차 알 수 없고 궁금해 해서도 안 되는 것이 특수 공작원 본연의 자질이다. 결국, 원류환, 리해랑, 리해진은 자결 명령을 어기고 특수부대 책임교관 김태원(손현주)과 대적하게 된다. 


제대로 망가진 배우 김수현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이후 최고의 인기 배우로 떠오른 김수현 의 바보 연기. 전설적인 특수요원 원류환의 역이지만 냉정하고 예리한 공작원의 역할보다는 바보 동구의 역할 비중이 더 크게 다가온다. 덥수룩한 더벅머리에 후줄근하게 늘어진 녹색 추리닝과 슬리퍼 차림의 김수현은 원작의 동구 캐릭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차림새만 바보가 아니라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배우의 열정이 두드러진다. 누런 콧물을 줄줄 흘리며 동네 꼬마 녀석들로부터 돌멩이 세례를 받아도 히죽히죽 웃는 모습은 영락없이 바보 그 자체다. 1일 3회 이상 사람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실감나게 넘어질 것, 2인 이상이 보는 앞에서 월 1회 노상에 소변볼 것, 6개월에 1회 노상에 대변을 볼 것 등 잠행 중 행동강령을 실천하기 위해 수시로 계단을 구르고 넘어지고 깨진다. 유치한 오버액션으로 느껴지기 쉬운 장면들이지만 특수요원 원류환의 위장이라는 설정이 있어 코믹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망가져도 김수현은 김수현이다. 늘어진 녹색 추리닝에서 타이트한 빨간색 추리닝으로 옷 하나만 바꿔도 그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바보에서 예리한 공작원의 모습으로 바뀐다. 상반된 두 캐릭터를 넘나드는 김수현의 연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달동네의 온기가 냉혈한의 가슴을 데우다
수백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최정예 스파이가 된 류환이지만 그에게도 두려움은 늘 있었다. 어릴 때는 배식이 끊겨 굶어 죽을까 두려웠고, 부대 훈련 중에는 생존하지 못할까 두려웠고, 남파된 후에는 당으로부터 버려질까 두려웠다. 그리고 지금은 달동네에서 평범한 행복에 익숙해져 자신이 변할까 두렵다. 그의 두려움은 현실이 된다. 어릴 때 헤어진 어머니와 함께 사는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스스로 괴물이 되었지만, 달동네의 온기는 서서히 냉혈한의 가슴을 데워놓았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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