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라반에서의 하룻밤

“별 보고 잠들고, 파도소리 들으며 깨어나요”

지역내일 2013-06-11

봄이 왜 이리 더디냐며 목을 빼고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한여름이 벌써 코앞에 다가섰다. 때 이른 더위 탓인지 여름휴가도 아직 멀었는데 벌써부터 바닷바람 쐬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이럴 땐 미련 없이 떠나줘야 한다는 게 우리 가족의 지론! 그래서 떠났다, 제부도로. 게다가 침대에 누워 별을 보고 파도소리 들으며 잠들 수 있는 캠핑카라반에서의 하룻밤이라니. 짧은 하룻밤의 이색경험으로 또 한 달 잘 버틸 원기를 가득 채워온 여행이었다. 


 
아이들의 로망, 캠핑카라반!
우리 집 아이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캠핑을 접해보았다. 그저 캠핑이 어떤 거라는 걸 맛보는 정도의 경험이었는데, 캠핑 몇 번 다녀온 추억을 겨울 내내 되새기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엄마, 아빠가 더 부지런을 떨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만 겨울에 아이들 아빠가 다리를 다치는 불상사가 생겼고, 아직도 완전히 낫지 않아 캠핑은 무리인 요즘, 한창 캠핑가기 좋은 5월을 그냥 보내긴 아쉬워 ‘그럼 어디로 가볼까…’하며 여행 촉을 세운 엄마의 레이더에 걸린 것은 캠핑카라반!
평소 캠핑카에서 하루정도 자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이었기에, 여행 계획을 이야기하니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한다. 캠핑카라반의 인기가 대단한지 가까운 곳의 주말 예약은 이미 꽉 차서 하는 수 없이 금요일에 떠나기로 했다. 



‘카라반’은 승용차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이동식 주택을 통칭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캠핑장에 세워진 캠핑카의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연을 느끼려는 캠핑의 매력과 아늑하고 편리한 공간이라는 장점이 어우러진 곳이다. 카라반 내부에는 냉장고, 전기인덕션, 전자레인지, 밥솥 등의 가전은 물론 냄비, 식기, 주전자, 프라이팬 등의 주방도구 일체가 갖춰져 있고 침구도 제공된다. 곳에 따라 타월이나 샴푸 등의 세면도구가 제공되기도 한다. 따라서 특별한 준비 없이 야외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우리가 선택한 캠핑카라반은 ‘홀리데이파크 제부도’로 캠핑카라반도 경험해보고 바로 옆에 바다가 있고 갯벌체험도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인 곳이다. 카라반 내부도 깨끗하고 기본적인 것들이 다 갖춰져 있어 편리한 곳이다. 게다가 갯벌체험에 필요한 호미도 대여해주고, 원한다면 바비큐에 필요한 장비까지 준비해주기 때문에 이것저것 챙기기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더욱 간편하다.


수산물 직판장에서 해산물 바비큐 재료도 구입가능
캠핑에 오면 저녁은 무조건 바비큐. 이번엔 그래도 바다에 왔으니 해산물도 맛보면 좋을 것 같아 제부도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궁평항에 들렀다. ‘궁평항 수산물 직판장’에서는 광어, 우럭, 농어 등을 골라 회나 매운탕을 즐길 수도 있고, 새우나 조개구이를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 우리는 고기와 함께 바비큐하면 좋을 새우와 조개, 그리고 싱싱해 보이는 해삼을 구입했다.  
제부도와 궁평항은 표지판 거리상으로 3km 정도 떨어져 있었으나 구불구불 시골마을길을 달리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하니 ‘제부씨월드 수산물 직판장’ 건물이 보인다. 미리 알고 왔다면 궁평항까지 가는 수고를 덜었을 수도 있을 텐데, 조금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작으나마 항구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제부도로 향했다.


갯벌에서 만난 바다친구들
제부도에 갈 때는 물 때, 즉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 ‘모세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바닷길은 하루에 2번 열린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제부도 해변에는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제부도의 갯벌은 부드럽고 깊게 빠지지 않으며, 다양한 조개류와 게, 쏙, 고동 등 다양하고 풍부한 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캠핑카라반을 기준으로 볼 때 왼쪽에는 ‘갯벌체험장’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제부해수욕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굳이 체험장을 찾지 않더라도 물이 빠진 갯벌이라면 아이들은 호미 하나만 있어도 신이 난다. 미리 장화를 챙겨오면 갯벌에서 놀기 훨씬 수월하다. 갯벌체험을 예정했기 때문에  아이들 장화는 챙겨놓고 엄마아빠 장화는 새로 구입할까 어쩔까 망설이다 그냥 왔다. 그냥 샌들신고 들어가도 괜찮겠지 했는데, 웬걸 조금 걸어 들어가니 발이 푹푹 빠지면서 한걸음을 걷기도 힘들다. 장화신은 아이들은 발걸음도 가볍게 멀리멀리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갯벌에서 놀고 싶다면 어른들 장화도 챙기는 것이 좋겠다. 인근 갯벌체험장에서 장화 2천 원, 호미 1천 원에 대여 가능하다.
주위에 전문적으로 조개를 캐는 분들이 종종 눈에 보였다. 긴 장화와 고무장갑으로 무장하고 커다란 통을 끌고 다니면서 조개를 캐는 모습이 아이들 눈엔 무척 신기한지 그분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호미로 열심히 갯벌을 판다. 바다생물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아이들은 곧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파나간다. 시키지 않아도 재미있는 것은 스스로 찾아서 집중하는 아이들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결국 아이들은 조개는 찾지 못했지만 게, 고동, 그리고 이름 모를 여러 바다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바다 옆에서 잠든 특별한 하룻밤
갯벌에도, 캠핑장에도 저녁노을이 내려앉았다. 제부해수욕장 곳곳에 마련된 수돗가에서 질퍽한 갯벌 흙들을 잘 털어내고, 낮에 캔 고동과 게들을 소중히 갖고 카라반으로 돌아왔다. 이제 맛있는 바비큐 시간! 별다른 반찬 없어도 야외에 나와 먹는 저녁은 꿀맛이다. 특히 이번 여행엔 새우와 조개구이도 준비되어서 화려한 만찬 그 자체였다. 옆 카라반 아이들이 주황색으로 익어가는 새우구이가 먹음직스러운지 슬금슬금 다가온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이렇게 만나면 다 친구 아니겠는가. 새우도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아무리 때 이른 더위라도 아직은 봄이 맞나보다.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으니 슬슬 추워졌다. 바닷가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불꽃놀이도 한창이었다. 우리도 테이블을 정리하고 바닷가로 나가 불꽃을 터뜨리며 제부도에서의 하룻밤을 기념했다. 고동과 게들도 바다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카라반 안으로 들어와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다 같이 둘러앉아 과자파티를 하면서 끝말잇기, 007빵 같은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덧 잠자리에 들 시간. 침대에 누워 커튼을 젖히니 저 멀리 바다위에 떠있는 별들이 반짝인다. 별빛이 생각보다는 흐릿하게 보여 엄마 눈에는 좀 아쉬운데 아이들은 그저 눈앞에 하늘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한가보다.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 잠이 안 온다더니 피곤한지 금방 꿈나라다.
 
“밤에는 별을 보고 잠들고 아침에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깨어났다. 정말 신기했다.” 이번 여행을 마친 후 딸아이 일기의 한 부분이다. 아이 눈에 비친 세상은 모든 게 신기하고, 아이의 감성은 모든 것을 다 세세히 느낀다.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색다른 하룻밤을 보낸 기억, 아마도 한참동안 꺼내보며 추억을 되살릴 것 같다.
 
<제부도여행 팁>
* 물 때 시간 확인 필수!
네이버에 ‘제부도 물 때’라고 검색하면 쉽게 물 때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제부도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찾고 싶다면 안전행정부 정보화마을 ‘제부모세마을(jebumose.invil.org)’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 수산물직판장에서 새우 & 조개구이 재료구입
제부도 입구의 ‘제부씨월드 수산물 직판장(031-355-1027)’, 또는 인근 궁평항의 ‘궁평항 수산물 직판장(031-355-9692)’이나 전곡항의 ‘전곡종합수산시장(031-357-0112)’.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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